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장원삼(삼성)이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장원삼은 지난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내줬으나, 삼진 6개를 낚으며 1실점(1자책)으로 호투,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99승을 올리고 있던 장원삼은 자신의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에 오르며 대망의 세 자릿수 승리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2006년 전 넥센 전신인 현대에서 데뷔한 장원삼은 그 해 4월 16일 수원 KIA전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이후 현대와 히어로즈에서 4시즌 동안 37승을 따냈고, 2010년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 6시즌 만에 63승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0승에 입맞춤했다.

올해 34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100승 고지에 오른 투수는 장원삼까지 총 24명에 불과하다. 1987년 김시진(통산 124승) 전 롯데 감독이 사상 첫 100승 투수에 등극한 이래 선동열(146승), 이강철(152승), 정민태(124승), 고 최동원(103승)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투수들이 이 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박철순(OB, 76승) 이상훈(LG, 71승), 성준(삼성, 97승), 염종석(롯데, 93승), 김정수(해태, 92승), 주형광(롯데, 87승) 등 한 시대를 풍미하고도 100승 근처에 가보지 못한 명투수도 수두룩하다.

NC 박명환의 힘찬 투구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 경기. 1회말 NC 선발 박명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NC 박명환의 힘찬 투구 지난달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 경기. 1회말 NC 선발 박명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100승, 쉬운 일 아니다

보통 한 시즌 10승만 해도 준수한 선발 투수로 평가받는 요즘,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무려 10년을 꼬박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해야 겨우 채울 수 있는 기록이 바로 100승이다. 다른 개인 기록과 달리, 투수의 승리는 혼자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잘 나가는 선수라고 해도 10년 가까이 굴곡 없이 전성기를 유지하며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꾸준히 버텨온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영광의 훈장인 셈이다.

최다승은 역시 210승을 기록한 송진우 KBSN 해설위원(전 한화)이다. 송진우 위원은 100승도 어려운 한국 야구에서 무려 200승 이상을 달성한 국내 유일의 투수다. 1989년 데뷔한 송 위원은 프로 경력 동안 다승왕 타이틀은 1차례밖에 없었지만 무려 21시즌이나 현역으로 활약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시즌만 11차례나 될 만큼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송 위원은 만 31세이던 1997년 9월 20일 인천 현대전에서 처음 10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장원삼은 송진우 위원에 이어 좌완으로는 역대 두 번째이자 6408일 만에 좌완 100승 투수의 계보를 추가했다.

역대 최연소 100승 기록은 역시 한화 출신인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 위원이 보유하고 있다. 1999년 6월 30일 대전 해태전에서 프로 야구 역대 최연소(27세 3개월 2일)이자 통산 11번째 100승 고지에 이름을 올렸다. 선동열-김수경과 나이는 같지만, 시기에서 정민철이 약간 더 빨랐다.

당초 이 기록은 팀 후배인 류현진(LA 다저스)에 의해 경신될 확률이 높았으나, 류현진은 만 25세였던 2012시즌까지 무려 98승을 기록하고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100승을 채우지는 못했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한미통산으로는 126승으로 현역 투수 중 비공식 1위다.

현재 한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현역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100승 투수는 고작 5명뿐. 배영수(한화·124승)가 1위이고, 손민한(NC·113승), 임창용(삼성·109승), 박명환(NC·102승) 등 주로 노장들인데 비하여. 가장 막내인 장원삼은 아직 31세다. 최소 4~5년 이상 충분히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추가할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송진우의 기록까지는 어려워도 역대 2~3위까지는 아직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00승 투수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사연도 많다. 가장 극적으로 100승 고지에 오른 인물은 이대진(KIA)을 꼽을 수 있다. 역대 21번째 100승 투수인 이대진은 1993년 해태에 입단해 1998년까지 6시즌 만에 무려 7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계속된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 타자 전향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무려 11년이 지난 2009년 9월 11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17시즌 만에 뒤늦은 100승 고지를 달성했다.

배영수 역시 팔꿈치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2013년 7시즌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개인 통산으로는 13시즌 만에 100승 관문을 돌파했다. 은퇴한 한화 이상군은 1996년까지 94승을 거두고 현역을 은퇴했다가 2년 뒤 복귀해 3시즌 간 6승을 추가했는데, 마지막 2000년 시즌 유일하게 거둔 1승이 바로 통산 100승이었다. 당시 이상군은 만 38세로 역대 최고령 100승 투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100승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투수는 이상목(전 삼성)으로 1990년에 데뷔해 2008년까지 총 19시즌이 소요됐다.

차기 100승 투수 후보는?

100승 투수는 구단 역사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구단별로 가장 많은 100승대 투수를 보유한 팀은 한화와 KIA다. 한화는 송진우, 정민철 외에도 한용덕(120승), 이상군(100승)이 100승을 돌파했고, KIA는 해태 시절 활약했던 이강철, 선동열과 조계현(108승), 이대진(100승) 등이 각 4명씩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장원삼과 배영수-김시진, LG는 김용수(126승)와 정삼흠(106승), 롯데는 윤학길(117승)과 손민한(103승)이 각각 한 팀에서 세 자릿수 승리를 넘겼다. 롯데의 상징인 고 최동원은 통산 승수는 103승이지만, 이 중 7승은 말년에 삼성에서 거둔 것이었다. 두산은 장호연(109승)이 프랜차이즈 사상 유일한 100승 투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100승 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팀들도 있다. 주로 창단의 역사가 짧은 팀들이 그 대상이다. 2000년 창단한 SK는 김광현이 현재 84승으로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승 투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넥센은 현대 시절인 정민태(124승)-김수경(102승) 이후로 더 이상 10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신생팀 KT와 1군 무대 3년 차인 NC는 100승 투수를 배출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100승 투수 후보는 누가 될까. 통산 86승의 장원준(두산), 84승의 김광현, 83승의 윤성환(삼성)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은 큰 부상 같은 변수만 없으면 향후 1~2년 이내, 빠르면 올 시즌에라도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들로 분류된다. 특히 데뷔 이래 줄곧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서 거둔 100승이라면 구단 역사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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