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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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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 탈당을 선언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20일 인터뷰(관련기사 : "정권에 맞설 용기 없는 새정치, 정치 인생 건 결정하려고 한다")를 진행할 때도, 그가 신당 창당에 나서게 된다면 결국 출마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떤 명분으로 출마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동영'이라는 정치인이 걸어온 길을 볼 때 그의 출마는 마치 예정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출마를 부인해왔다. 그는 "야당교체로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밀알이 되겠다"라며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수차례 그 말을 확인했다. 그것을 뒤집은 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의 출마를 놓고 '철새정치', '야권의 분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신촌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과정, 출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의 명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새벽 네 시쯤에 출마를 결정했다"라며 "매번 내 선택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주에서 동작으로 다시 전주로, 또 강남으로 출마 지역을 옮긴 이력이 있다. 그는 '철새정치'라는 비판에 "그렇게 부르는 건 노선을 바꿨을 때다.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는 새"라며 동작과 강남 출마는 당이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또 그의 출마로 인해 야권이 분열돼 관악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당선될 일은 없다"라며 "관악은 역대 7번의 선거에서 보수여당 후보를 언제나 득표율 35% 안에 가뒀고, 대표성 있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야권의 1등이 당선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부지리는 없고, 야권이 경쟁하는 것이고, 그래서 (야권이) 강화되리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최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안보행보와 관련해 "안보행보가 아닌 평화행보를 해야 한다"라며, 특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날을 세웠다. 그는 "문 대표의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사드는 미국의 이익이지 국익이 아니다, 우리의 국익은 전쟁 가능성을 줄이고 평화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확히 반대를 말하지 않는 야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배반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15년 만에 가장 진땀나는 결정이었다"

- 지난 탈당 선언부터 이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게 됐다. 출마 선언에서 "많은 번뇌가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 번뇌에서 좀 벗어났나?

"조금 전에 어떤 한 큰스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출마를 반대했던 분이다. 월요일 출마선언 후에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다. 마음이 많이 불편하셨을 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뒤척이며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의 결정이니까, 기왕 결정을 내렸으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마지막까지 출마에 반대하신 분들의 말씀도 맞다. 반대로 여기서 몸을 던져야 한다고 하신 분들의 말씀도 맞다. 지난 일요일 국민모임 발기인대회에서 하루만 더 시간을 주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결정을 못했다. 어떤 결정을 할지 몰랐다. 그날 저녁 국민모임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결국 결정은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네 시쯤에 결정했다. 가족들이 같이 있었다. 계속 만류했던 아내는 말이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피가 제 피보다 더 뜨겁습니다'라고 했다. 20년 정치를 하면서 승부의 고비를 피해가지 않았다. 그게 때로는 패착이고 나에게 크나큰 패배를 안겨줬지만 매번 나를 던졌다. 이번이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지난 2000년 정풍운동(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중심이 돼 펼쳤던 당 개혁운동) 때 밤을 새워 기도한 기억과 겹쳤다. 그때도 정치를 접을 마음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15년 만에 가장 진땀나는 결심이었다."

- 그동안 열린우리당 창당,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대선출마, 동작 출마, 전주 복귀, 민주통합당 당대표 출마, 강남 출마까지 무수한 정치적 선택을 하고, 실패도 맛봤다. 이번 탈당과 재보궐 출마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겁이 났다. 매번 내 선택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실수를 많이 했고, 실패도 많이 했다. 그래서 아프기도 했고, 상처가 있다. 두려움이 있었다. 또 실패하면 어떡하나. 좋은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아내 때문에 성당에 다니게 됐는데,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일에 영성체 기도문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잔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 말이 가슴을 때렸다. (출마는) 피할 수 있는 잔인가, 피할 수 없는 잔인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콤플렉스가 있다. 그가 과감하게 결단하는 모습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행동과 언어에서 보통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는 끝없이 중심이 흔들렸다. 한 시간 동안은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가, 한 시간 동안은 '아니다, 감당할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새벽 네 시에 끝났다. 결론은 정면승부였다."

- 일각에서는 지역구를 수차례 바꾼 행보를 '철새'라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양심불량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철새라는 인식은 전혀 없다. 정치인을 철새라고 부르는 건 노선을 바꿨을 때다.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는 새다. 갈지자 행보, 하지 않는다. 내가 가는 노선이 틀렸다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건 논쟁하면 된다.

지역구를 많이 옮겼다는 얘긴데, 동작 출마는 일방적으로 밀려서 나갔다. 정말 출마하고 싶지 않았다. 대선 끝나고 3개월 만에 출마 압박을 받았다. 심신이 다 지쳐있었다. 강남에 간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내가 결정했다."

"새누리당이 당선될 일은 없다. 출마를 결정하고 들여다봤다. 관악을 주민들은 그동안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새누리당이 당선될 일은 없다. 출마를 결정하고 들여다봤다. 관악을 주민들은 그동안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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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면 국민모임 창당동력 만들어질 것"

- 출마회견에서 "인재영입에 실패했다"라고 밝혔다. 그것은 국민모임의 창당 취지와 다르게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대안세력을 향한 여론이 냉랭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닌가?
"그건 아니다. 인재는 두 종류가 있다. 풀뿌리 인재는 모이고 있다. 명망가들이 오기를 주저하고 있다. 보궐은 신인의 무덤이다. 짧은 시간에 하기 어렵다. 무명 신인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의미 없는 승부가 될 수 있다. 언론, 법률, 학계, 문화, 의사, 여성, 청년 등 명망가 수십 명을 만났다. 참여는 할 수 있어도 출마는 다르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총선에 가면 참신한 인사를 대거 포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접촉했던 인사들이 출마를 거부하거나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그분들이 정치권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정당이 온전히 형성되지도 않은 상태에 모든 걸 맡길 수 없었다. 그들은 가진 게 있는 사람들이다. 그걸 다 투자한다는 결정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후보의 출마는 그런 인사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이번 선거의 실질적인 목표가 아닌가?
"분명한 건 승리하면 창당 동력이 만들어진다는 거다. 아직 온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선택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선택한다는 건 대안정당을 한번 만들어 보라는 뜻이다. 반대로 패배하면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 점에서 이번 출마가 국민모임에 큰 부담을 준다. 그래서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 야당교체를 선언하고 출마했다. 그러나 여전히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후보는 이를 "야권 분열이 아닌 야권 강화"라고 반박했는데,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유효한 주장인가?
"새누리당이 당선될 일은 없다. 출마를 결정하고 들여다봤다. 관악을 주민들은 그동안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13~19대까지 7번 선거에서 보수여당 후보를 언제나 득표율 35% 안에 가둬놨다. 야권이 65%지만 다 갈라지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표성 있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니 야권의 1등이 당선된다. 그러니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야권이 경쟁하는 것이고, 그래서 강화되리라고 본다."

-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정당들과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 후보의 출마가 그러한 연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관악을에서 다른 정당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크게 봐서 단일화해야 한다. 다른 진보정당들과 목표는 같다. 현재의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동의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재인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후보의 출마를 놓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한편으로 잘됐다, 관악 선거가 전국적으로 관심 받는 선거가 됐다"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표는 현재까지 차기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확고한 1위다. 그만큼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얘기인데, 이것이 관악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그래서 쉬운 선거가 아니다. 나와 문재인 대표, 누구에게도 쉬운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가치는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를 위해 현재 130석에다가 한 석을 더 보태는 게 필요한가, 아니면 기득권 야당에게 회초리를 드는 게 필요한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 최근 국회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나한테 할 말이 없다, 선거 시작되면 한 마디 하겠다"라고 했는데, 문 대표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가?
"내가 출마한 것에 철새, 야권분열 이런 얘기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 대표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 개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할 말이 좀 있다."

- 지금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이라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보는가?
"나름대로 열심히는 한다고 본다. 다만 안보행보에 대해서 우려한다. 평화행보를 해야 한다. 안보는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안보행보로 여당을 따라 해서는 차별성을 줄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운명에 관한 결정권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두 번째 강대국의 정치 틈바구니에 끼어들고 있다. 민주정부 10년에 화해협력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입장이 뭔가? 명확한 입장이 없다.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야당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드는 국익이 아니다. 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익이다. 10년 전 미 국방부를 방문해 미사일방어체제에 브리핑을 받았다. 그것은 미국의 국익이다. 우리의 국익과 충돌한다. 우리의 국익은 전쟁 가능성을 줄이고 평화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사드는 한반도를 긴장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야당은 명확하게 반대를 주장하지 않는가.

야당 대표가 평화행보를 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김 대통령의 일성이 무엇이었나?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은 없습니다"였다. 지금의 야당은 그 정신을 대표하지 못한다. 사드에 대해 명확히 반대를 말하지 않는 야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배반했다고 본다."

"세금혁명당을, 장그래당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진보통합에만 경도 돼서는 안 된다."
 "세금혁명당을, 장그래당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진보통합에만 경도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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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모임 내부 이견... "반대 의견 있지만 찬성이 대다수"

- 이번 출마로 국민모임이 결국 '정동영 정당'으로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국민모임에 투영하고 관철시켜 헤게모니를 추구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민모임 안에도 의견 차이가 있다. 처음 105인 선언을 한 그룹과 정동영 그룹 모두 국민모임을 성공시킨다는 목표는 같지만 전자는 '진보통합'에, 후자는 '대안정당'에 방점이 있다. 진보통합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새정치연합의 대안정당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진을 하더라도 커튼 뒤에서 하면 되고, 무대에 내세울 건 아니다.

세금혁명당을, 장그래당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진보통합에만 경도 돼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진보통합에는 소극적인 걸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정동영을 포함해 새정치연합을 나온 사람들은 진보통합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도구로 국민모임을 쓰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출마 역시 정동영이 자산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도구로 쓴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다 악마는 아니다. 국민모임에 합류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인 '무한신뢰'다. 신뢰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국민모임은 정당을 만들고자 모였다. 그래서 그 안에는 긴장감이 있다. 소통의 문제는 얘기를 하면 다 풀린다."

- 지난 29일 국민모임 창당준비위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그러나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국민모임 쪽에서는 어떠한 코멘트도 나오고 않았다. 출마를 권유했던 김세균 교수가 출마를 반대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상황인 건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이기는 하다. 출마 선언 후에 간담회가 있었는데 반대의견이 계속 있었지만, 그래도 결정했으니까 존중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태그:#정동영, #국민모임, #문재인, #관악을,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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