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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왼쪽 둘째)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4ㆍ29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왼쪽 둘째)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4ㆍ29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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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할 위기에 놓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 출신 등 당내 '비노(비노무현)' 세력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탈당한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 뛰어든 서울 관악을·광주 서구을에서 이기려면 호남세가 강한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 지도부는 추미애 최고위원, 권노갑 상임고문, 안철수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이른바 '구민주계'·'비노' 인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난 당 대표 경선 이후 비노 그룹의 '좌장' 격으로 떠오른 박 의원의 몸값이 치솟았다. 박 의원 쪽은 당분간 판세를 관망하다가 선거운동이 본격화될 때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호남 민심 잡으려 '구민주계' 인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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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월 30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 난향꿈둥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월 30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 난향꿈둥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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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김한길·정세균·안철수 의원 등이 참석하는 당 중진급 원탁회의를 4월 2일 비공식 일정으로 잡아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도부 출신 인사들과 함께 재보선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된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힘을 모아 달라는 부탁을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도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높아 야권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된 곳이다. 사실상 호남 민심이 야권 대결 구도가 형성된 두 지역의 선거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 애초부터 제1야당과 '친노'를 향한 지역 유권자들의 반감을 노리고 선거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새정치연합 안에서 호남 출신 등의 '비노' 그룹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호남은 기본적으로 '친노'에 반감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다"라며 "비교적 우호적인 비노 인사들을 광주와 관악에 적극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민주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로서 관악을에 투입된 상태다. 추 최고위원은 정태호 관악을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인 김희철 전 의원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권노갑 상임고문 역시 당 소속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건은 박지원 의원이다. 지도부와 후보들은 호남과 비노 민심에 비교적 영향력이 큰 박 의원에게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태호(서울 관악을)·조영택(광주 서구을) 후보는 이미 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표도 직접 박 의원에게 연락해 선거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최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에게 "전화만 할 게 아니라 정식으로 도와달라 요청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소극적인 박지원... 경선 '앙금' 때문?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2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회동을 마치고 각각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2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회동을 마치고 각각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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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일단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판세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아직 후보등록 시기도 아닌 데다가 당도 전략을 완성하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나서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당에서 선거전략을 세우는 게 우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돕게 되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4월 16일 이후에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에서 지원방안을 두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은 뒤에야 박 의원이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당내에서는 박 의원이 문 대표 체제의 당을 적극 돕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당대회 전후로 쌓인 앙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다. 실제로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대표를 향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4월 2일 원탁회의 역시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DJ계 정치인들 또한 3월 31일 모여 권노갑 상임고문의 지원을 반대하는 등 문 대표에 반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할 때만 호남을 찾냐"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박 의원이 필요한 순간에 나서 줄 거란 기대감을 품고 있는 눈치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이 강한 사람이다, 선거기간이 본격 시작되면 100%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에서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서 박 의원을 모실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재보선 현장으로 뛰어들며 선거지원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경기 성남 중원의 신상진 후보를 돕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오신환 관악을 후보를 지원 중이다.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선거지원 역량이 새누리당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3선 의원은 "아무리 경선 때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도 당이 어려움에 처하면 돕는 게 도리"라며 "정말 당의 성공을 위한다면 불구경하듯 멀리서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문재인, #박지원, #재보선, #광주, #관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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