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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앞두고 교육계 안팎이 혼란스럽다.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곳곳에서 1인시위와 촛불집회·선전전 등을 벌이는가 하면, 교사들은 '한 끼 단식 선언' 등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지난해까지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를 지원해 왔으나 올해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급식 지원비 643억 원(도·시·군비)을 전용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쓰기로 했다.

경남지역 전체 초중고생은 41만 명인데, 3월까지 읍면지역 초중고교와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해왔고 그 숫자는 28만 명이었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정부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과 특수학교 학생 6만 명을 제외한 22만 명이 추가로 급식비를 내야 한다.

급식비 납부 거부, 학부모 직접 밥 해먹이기 등 다양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학부모들이 30일 아침 홍준표 경남지사의 관사 앞 골목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며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학부모들이 30일 아침 홍준표 경남지사의 관사 앞 골목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며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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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납부 통지를 받은 학부모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로 반발이 거세다. 학부모들은 급식비 납부 거부를 결의하고 등교 거부까지 선언하고 있다.

특히 하동지역 일부 학부모들은 급식비 납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쌍계초교 학부모들은 지난 3월 27일에 이어 오는 4월 3일에도 등교 거부를 할 예정이다.

진주 지수초등학교와 지수중학교 학부모들은 4월 1일 학교를 방문해 밥을 지어 학생들한테 줄 예정이다. 학부모 남승민씨는 "1일 지수초교에서 공개수업이 있어 학부모들이 갔다가 아이들한테 점심을 직접 해먹이기로 했다"며 "초․중학생이 같은 장소에서 급식을 하는데, 홍준표 지사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서우향 상황실장은 "학부모들이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이 닥치니까 답답해 한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도시락을 싸서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장기적인 투쟁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교육감과 전교조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운동본부는 31일 창원교육지원청 세미나실에서 '경남 무상급식 실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또 경남운동본부는 4월 1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유일 전면적 학교 유상급식 전환에 따른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4월 1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 중단이 매우 안타깝다, 학교와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교육청은 엄청난 부담이 되기에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도 나섰다. 전교조 경남지부(지부장 송영기)는 1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무상급식 지키기 교사 선언'에 1000여명이 참여했고, 이들 가운데 1/3 가량은 중식 시간에 굶는 '한 끼 단식'을 하고 급식 봉사를 할 예정이다.

송영기 지부장은 "무상급식 지키기 동참 선언에 당초에는 643명을 모을 예정이었는데 참여 교사가 많아 1000명이 넘어섰다"며 "1/3 가량은 '한 끼 단식'에 급식소 봉사를 하기로 했고, 다른 교사들은 무상급식 지키기에 보태 쓰라며 성금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민주적 공론의 장으로 나오라"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연 뒤 학교까지 거리행진했다.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연 뒤 학교까지 거리행진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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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서를 통해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청은 이 성명서에서 학부모들을 '종북좌파'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는 31일 '홍준표 도지사는 저급한 이념 논란 뒤로 숨지 말고 민주적 공론의 장으로 나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민에 걸맞은 새 시대 의정을 홍준표 도지사가 배우는 것이 이토록 불가능한 일이었던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홍준표 도지사를 지지하는 표를 찍었던 경남도민 대부분이 홍준표 도지사 주장을 반대하며 의무급식을 요구하면 '종북세력'인가?"라며 "현재 의무급식을 실천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장이 '종북세력', '반사회적 정치집단'인가? 비논리적인 주장 말고 조금 더 성실하고 토론해볼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품격 있는' 지자체 장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경제적 이득 없이 사회적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홍준표 도지사 눈높이에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학교가 의무급식을 통해 진정한 배움의 장소, 평등과 협동을 배우는 중심이 되길 바라며 자발적인 1인 시위, 서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시민들의 이러한 민주적 활동을 독려하고 활성화시킬 환경을 고민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편협한 잣대로 폄하하는 홍준표 도지사야말로 구세대 산물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지방자치센터, 마창진환경연합,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한국YMCA 경남협의회는 1일 오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과 홍준표 지사의 근무시간 골프접대에 과한 국민감사청구"를 선언하기로 했다.


태그:#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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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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