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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는 지난 3월 26일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날 제자들이 달려와 축하해 주었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는 지난 3월 26일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날 제자들이 달려와 축하해 주었다.
ⓒ 최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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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등) 혐의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산청 간디고등학교 최보경 교사(역사)가 경찰·검찰에 대한 '반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최보경 교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저와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금전적인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와 같이, 일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걸어놓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형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하루 전날인 2008년 2월 24일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그 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검찰은 최 교사가 만든 학습교재 <역사배움터> 등 10여건에 대해 이적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1심와 2심에 이어 대법원 3부(재판장 김신, 주심 민일영·박보영·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26일 "이적성이 없다"며 최 교사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최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을 때, 간디학교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각각 '국가보안법 철폐와 최보경 무죄 대책위'를 결성해 목소리를 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그 해 매달 한 차례 진주 대안동 차없는거리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간디학교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4월 4일 오후 5시 간디학교 도서관에서 '대책위 해단 선언' 행사를 연다. '7년의 추억' 영상 보기와 축하공연, 소감 나누기에 이어 뒤풀이 행사로 진행된다.

최세현 전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하루 전날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되었던 최 교사의 국가보안법 싸움이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로, 그 지루했던 공방이 최 교사의 완승으로 마무리 되었다"며 "전가의 보도를 마구 휘둘렀던 국가권력에 맞서 7년 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사람들이 함께 흥겨운 잔치를 벌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건 뒤 자기검열로 힘들었다... 경종 울리고 싶다"

최 교사의 변론은 이석태 변호사가 맡았다. 최 교사는 경찰·검찰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석태 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7년간 법정싸움 해놓고 또 송사를 굳이 하려고 하느냐고 하시더라"며 "일단 법률적으로 저를 수사하고 기소했던 경찰과 검찰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법적 대응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전적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경종을 울리고 싶은 생각"이라며 "이번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면서도 경찰과 검찰에 대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무언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일명 '자기검열'이 있었다는 것. 그는 "한국사회에서 국가보안법에 걸린다는 것은 이념적으로 매장 당하는 것이기에 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압수수색 뒤부터 일종의 자기검열이 스스로 생겨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어쨌든 교육적 소신과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신념이 중심을 잘 잡고 있었는데, 압수수색이 있고 난 뒤부터 교육활동을 하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며 "그것이 무의식 중에 내재되었던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가족들이 밤새 잠꼬대를 했다고 하더라, 무의식 속에 자기검열이 내재되어 나타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향에 가면 친인척이나 주변 사람들이 '제발 좀 그러지 마라'거나 '이제 철 좀 들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무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웠고 마음도 편하지 않아 속으로만 삭혔다"며 "학부모 중에서도 저에 대해 그런 비슷한 분위기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고 기억했다.

최 교사는 "그동안 정신적·물질적으로 힘들었다, 명예 손상도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라도 보상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며 "제2, 제3의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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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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