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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는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승부를 앞두게 됐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승부를 앞두게 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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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4·29재보궐 선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야권연대를 했던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과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게 된 선거였고, 최초 세 곳 모두 야권의 텃밭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선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가 한 곳이라도 패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재보궐 선거임에도 전략공천을 하지 않았고, "한 곳만 이겨도 승리", "의석보다 지지율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일찍부터 엄살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우선 지역구(인천 강화을)가 하나 늘었다. 여당의 의석 하나가 더해지면서 선거 자체의 비중이 무거워졌다. 집권 3년차 정부에서 4개 의석이 걸린 선거라면 충분히 정권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천정배(광주 서구을), 정동영(서울 관악을) 전 장관 등이 출마하면서 관심도도 높아졌다. 엄살 부리면서 적당히 넘기기에는 판 자체가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이 판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다. 문 대표는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승부를 앞두게 됐다. 문 대표 본인이 출마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사실상 이번 선거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가장 뜨거운 선거가 될 광주와 관악에서 그 승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야당교체' 내 건 천정배·정동영과 승부

지난 3월 9일,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20년 몸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4·29 보궐선거(광주 서을)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3월 9일,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20년 몸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4·29 보궐선거(광주 서을) 출마를 선언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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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는 천정배·정동영이라는 두 명의 강력한 상대를 만났다. 야권 강세 지역에서 어쩌면 새누리당보다 더 껄끄러운 상대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당의 중진이자 대표적인 호남 출신 인사다. 이들은 모두 '제1야당 교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현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칼날은 새정치연합을 향해 있다. 야당을 교체해 차기 2017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게 두 사람의 최대 명분이다.

천 전 장관은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야당은 수권대안세력으로 비전을 상실했고, 이걸 전면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새정치연합이 아닌 시민후보로 서구 주민들에게 직접 신임을 얻고, 그 힘으로 호남 정치의 새 판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표를 향해서도 "당의 대표이거니와 최대 계파의 수장이고,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도 가장 높다"라며 "객관적인 위치로 봐서 당 문제에 책임이 가장 크다"라고 날을 세웠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지난 30일 출마선언에서 "제1야당 교체를 위해 저를 도구로 내놓고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라며 "관악을 선거는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간의 한 판 대결"이라며 "관악구민은 (새누리당) 158석이 159석이 되느냐, (새정치연합) 130석이 131석이 되느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출마로 한 지역구 의석이 걸린 선거가 아닌 야권의 판이 바뀔 수 있는 선거가 된 것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조영택 후보(광주 서구을), 정태호 후보(서울 관악을)가 이 두 사람을 상대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냐, 새로운 세력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로 흘러가게 되면 이번 선거는 사실상 '문재인이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된다. 광주 선거의 경우는 호남의 민심이 그를 인정할 것인지가 달려 있고, 또 야권 후보만 5명이 출마하는 관악 선거는 그에게 야권 재편의 키를 맡길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정면승부하는 문재인... "한편으로 잘됐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4.29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4.29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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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이 두 곳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문 대표는 최소 차기 총선까지 강력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 곳 가운데 한 곳, 또는 두 곳 모두 패배한다면 리더십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문 대표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역시 정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도 선을 분명히 그었다.

문 대표는 30일 정태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찾은 관악에서 현장최고위원회 회의를 진행 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장관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들이 과연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잘 된 면도 있다"라며 "이제 관악 선거가 전국적으로 관심 받는 선거가 됐다"라며 "관악에 야권 지지층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31일에 또 광주를 방문한다. 지난 21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통과 보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것에 이어 열흘 만에 재방문이다. 당시에도 조영택 후보를 만나 간접적인 지원을 했지만 이번에는 현장최고위원회를 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운동 기간에 향후 최소 3회 이상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정치연합의 무기 역시 '문재인'이다. 문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대표 취임 이후 그의 지지율은 20% 선을 넘었고 당 지지율도 소폭 상승했다. '문재인'이라는 새정치연합의 최대 무기가 실전에서는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곧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그:#문재인 , #정동영, #천정배, #관악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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