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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청년몰, 오른쪽은 영등포에서 열린 달시장의 모습이다.
 왼쪽은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청년몰, 오른쪽은 영등포에서 열린 달시장의 모습이다.
ⓒ 왼쪽 : 청년몰/ 오른쪽 : 방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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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심 곳곳에 다양한 대안문화장터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축제와 시장 사이에서 이색적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안장터의 기원은 2000년대 초반 홍대 앞 놀이터에 생겨난 프리마켓에서 찾을 수 있지만,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근래 생겨나고 있는 장터들은 사회적경제, 농부, 예술가 등 저마다 특색 있는 테마를 발전시켜 풍성한 볼거리로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대안장터들은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주도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영등포 달시장'과 '헬로문래' 그리고 광화문의 사회적경제 장터를 기획한 방물단이나, '이태원 계단장'의 주인공인 우사단단은 청년사업가들이 이끌어가는 단체다.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이름에서부터 청년이 등장한다. 이들은 "적당히 벌어서 아주 잘 살자"라는 모토에 걸맞게 소박하면서도 활기차게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과자마켓, 토이마켓, 29금마켓, 비주류 마켓 등 지난해 이색적인 분위기로 화제가 된 많은 장터들이 청년들의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시도된 사례다.

청년 대안장터 기획자들의 등장은 지역재생이란 화두와 새로운 활동거점을 찾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결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안장터는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적인 수단인 데다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청년들이 비교적 손쉽게 장터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성공한 대안장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하나의 장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무와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장터를 기획하고 이끄는 청년들은 장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각자의 성장 스토리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기획력이나 행정력,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소통과 갈등을 조절하는 방식, 그 안에서 확장되는 관계(네트워킹), 그리고 장터가 계기가 돼 확장되는 활동과 삶의 기회들. 이는 청년과 관련된 우울한 사회적 지표가 가득한 근래에 건강하고 생기 있는 삶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유의미한 레퍼런스(reference)를 제공한다.

각자의 서식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장터 기획자 김연석(청년장사꾼 공동대표), 양소영(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매니저), 인재명(방물단 공동대표), 고영철(프리랜서 장터기획자)씨를 만나봤다. 연쇄 인터뷰에 그들이 각자 현장에서 호흡하며 겪은 성장스토리를 담아봤다.

우사단마을로 들어간 청년장사꾼

 우사단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석씨
 우사단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석씨
ⓒ 김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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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람들 사이에서 '계단장' 만큼 이슈가 된 장터는 드물 것이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이태원에 거주하는 동네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든 계단장은 다른 어떤 장터보다도 스타일리시하고 활기가 넘쳤다. 주최한 이들이 스스로의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는 계단장은 만든 사람은 물론 찾아오는 사람까지 덩달아 흥에 취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사단로 10길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우사단단'이 기획한 계단장은 2014년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열렸고, 한때 2만여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인기가 대단했다.

우사단단의 대표 김연석씨는 우사단단의 멤버이기 전에 청년장사꾼의 대표이기도 하다. 청년장사꾼은 30여 명의 청년들이 속한 조직으로 이슬람 사원 인근에 있는 '사원 앞 까페 벗'을 포함해 '열정꼬치', '열정감자', '열정골뱅이' 등 열정 시리즈 점포 11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청년장사꾼의 첫 번째 매장을 이태원에 열면서 우사단 마을의 주민이 됐고 현재 우사단 마을의 일원이자 문화기획자 그리고 장사꾼으로 동네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5년 1월의 어느 겨울날, 자신감 넘치는 장사꾼 김연석씨를 우사단 마을에서 만나 장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가 생각한 청년 창업의 세 가지 조건은..."

- 우사단을 하시기 전에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성인으로서 저의 정체성 대부분이 대학의 건축 교육을 통해 형성됐다고 생각해요. 대학생활 내내 빈민을 위한 공동주거나 유휴 공간 활용 등의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고, 지역에 대한 일을 건축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사실 건축은 구축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지역 소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지역 활동에 건축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가 졸업할 당시인 6~7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역 현장 속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화기획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문화기획의 카테고리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지역 공동체나 전통시장을 만드는 등의 커뮤니티 베이스 사업에 집중했는데, 특히 공간적인 작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그러다가 평창에 있는 사회적 기업 '감자꽃 스튜디오'를 통해 프로로서 처음 문화기획을 시작했어요. 저는 그곳에서 문전성시 사업과 폐교를 리노베이션해 어르신들께 문화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에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 우사단 마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 터전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획자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문전성시 사업은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되다 보니 정량적 성과를 내야 하는 게 있었어요. 이러한 측면이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지만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많이 해야 했죠.

또한 제가 그 지역의 지역민이나 상인이 아니다보니 태생적인 간극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지역의 주민이 되고, 상인이 돼 지역에 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청년장사꾼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청년들끼리 모여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자금도 없고, 노하우도 부족해서 좋은 상권에 진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장사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고, 몇 가지 조건을 두고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첫째는 돈이 없기 때문에 임대료가 싸야 한다. 둘째는 사람을 포함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 셋째는 유명한 상권과 가까워야 한다. 2012년 당시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으로 서촌, 이태원, 성수 등을 주목했고 그중 이태원을 선택했습니다.

초기의 청년장사꾼은 기술과 노하우뿐만 아니라 인맥도 거의 없었습니다. 좋은 상권이 아닌 곳에 들어가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장사만으로 부족했죠. 그래서 장사를 통해 가게가 유명해지는 것보다 마을에 사는 예술가들과 함께 마을을 유명하게 만드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해서 2012년에 '우사단단'을 결성했습니다."

- 건축을 전공한 경험이 문화기획자로서의 역량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이들이 껍데기에 치중한다면, 건축가는 구조를 봅니다. 사람들이 겉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할 때, 저는 구조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진행단계에서 지역 조사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동네 자체만이 아닌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한 마스터 플랜을 봅니다.

앞에서 내세운 세 가지 조건들은 제가 건축을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었습니다. 상권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은 건축적 접근, 콘텐츠 활용은 기획자적 접근, 임대료는 상인적 접근이죠. 저는 스무살 때부터 건축을 공부하면서 그 위에 문화기획과 장사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왔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 또한 상당히 건축적인 일이고, 건축가로서의 제 기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프리마켓"

 지난해 8월 이태원 우사단마을에서 열린 계단장
 지난해 8월 이태원 우사단마을에서 열린 계단장
ⓒ 김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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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사단단 멤버로서 계단장을 진행했을 때 얻은 기쁨 혹은 어려움이 있다면?
"저희 마을 입장에서 마켓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마을을 알리는 것이죠. 그래서 우사단단의 시작단계에서 한 것이 계단장이라는 프리마켓이었습니다. 행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일정 기간 동안의 페스티벌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는 정해진 기한 없이 상설로 운영되는 이벤트 형태입니다. 계단장은 페스티벌 형태의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단장을 통해 우리 마을의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2차적으로 이것이 전파되면 유동인구가 늘어납니다.

전시와 공연을 할 여력이 부족해 프리마켓을 시작했던 건데, 나중에는 방문객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다음 장터 이름을 '그만 좀 들어와' 이런 걸로 하자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 본인이 생각하기에 '마켓'이란 어떤 곳인가요?
"시장의 기능은 아주 단순합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지요. 물건을 사러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또 다른 재화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연입니다. 예전에 약장수, 남사당패 등이 어우러진 전통적 공연들이 시장에서 많이 이뤄졌죠. 이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자신의 재능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도 상행위 중 하나입니다.

시장에는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상행위가 존재하고, 이러한 활동들이 장터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또한 그것이 시장과 장터의 문화가 되죠. 본래의 장터의 목적은 간단해요. '사고파는 행위'를 잘할 수 있는 공간. 이러한 시장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장터가 진정한 마켓이라 생각합니다."

- 우사단단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문화기획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평소에 '문화기획자' 로 불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화기획을 하려면 훨씬 더 멋있는 일을 해야 하죠. 지금의 저와 동료들은 이 지역의 상인이자 장사꾼이자 동네 주민이며, 제가 하는 여러 활동들은 단지 이곳에서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나 대의명분은 없습니다. 그저 재미있게 놀면서 마을 활성화 사업을 하는 겁니다. 동네 꽃집을 하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꽃을 보내주는 '주간 꽃허세'도 이런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을 활성화 사업과는 다른 일들이죠."

- 우사단단과 청년장사꾼의 수익구조는 무엇인지, 청년장사꾼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문화기획 활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사단단은 수익이 0원입니다. 또한 청년장사꾼은 장사를 통해 돈을 벌고 있으며,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청년장사꾼에서는 문화기획을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복궁에 있는 열정감자 같은 경우, 스승의 날에 학교에서 감자를 무료로 나눠준 적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매장에서 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우사단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지역 공동체의 장점을 느끼신 적이 있습니까?
"지역공동체는 삶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앞에 언급한 '주간 꽃허세'를 통해 잘 몰랐던 꽃에 대해 알게 된 것처럼 평소 접하지 못한 것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20년 동안 살았던 본가에서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이사를 간 경우가 많아 동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고작 3년간 살아온 이곳에는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새로운 지역에서 친구를 사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술 생각이 날 때 불러낼 친구도 많아졌습니다.(웃음)"

"상권 통해 마을 살리는 프로젝트 계획 중"

 청년장사꾼이 운영하고 있는 열정꼬치와 청년장사꾼 멤버들. 왼쪽이 김연석씨다.
 청년장사꾼이 운영하고 있는 열정꼬치와 청년장사꾼 멤버들. 왼쪽이 김연석씨다.
ⓒ 김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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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여건 아래서도 현재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청년'다운 열정 넘치는 태도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은데요. 청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일단 청년이기 때문에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거든요.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뭐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거든요. 뭐든지 한 번 하면 교훈을 얻습니다. 나쁜 짓을 해도 '아, 이건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교훈을 얻죠.

청년이기 때문에 안 좋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저는 좋은 게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젊으면 좋지 않나요? 요새 청년들이 취업난이다 경제난이다 해서 사회적 약자로 구분되는 것 같은데, 청년들은 약하지 않습니다. 저는 등록금을 직접 벌어서 학교를 오래 다녔는데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원망해서 좋을 게 뭐가 있나요?"

- 문화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뭔가요?
"끈기와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기획자들이 처음에 진정성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사업을 하면서 진정성을 잃어버립니다. 문화기획자 판이 넉넉한 판이 아닙니다.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 본 적 있나요? 사회적 섹터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못 법니다. 그쪽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예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문화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흐름에 따르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사단 마을은 재개발이 될 것 같습니다. 재개발이 되면 지역을 하나 정해서 단체로 이주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 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계속 재미있게 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장사꾼은 이번에 '열정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 6개 매장이 들어가서 상권을 채우는 것입니다. 우사단단이 마을에 문화를 채우는 방식었다면 '열정도 프로젝트'는 상권을 채우는 방식의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게 된다면, 차후에는 교육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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