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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서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KT 직원 박진태씨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서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KT 직원 박진태씨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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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적자고 주가도 계속 떨어져 항의하러 온 거야."

황창규 KT 회장도 '퇴진 요구'를 피해갈 순 없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강당에서 열린 KT 정기주주총회(아래 주총)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주식을 1만 주 정도 갖고 있다는 한 70대 노인은 주총 전부터 단단히 별렀지만 이른바 '총회꾼(주주총회를 방해하거나 원활한 진행을 목적으로 동원되는 주주)'들과 황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내 주주들 틈바구니에서 발언권을 얻을 수 없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황 회장의 첫 해 실적은 초라했다. 매출이 줄었을 뿐 아니라 290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주주들에게 줄 '선물'(현금 배당)조차 없었다. 황 회장 취임 이후 한때 3만6천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도 최근 2만9천 원대로 원상 복귀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무배당 주총' 곤욕

황 회장도 이날 "지난 한 해 창사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수많은 혁신과 변화를 겪었다"면서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 효율화 과정에서 동료 8천 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으로 큰 손실을 기록해 주주들에게 죄송하게도 배당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다만 황 회장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개척하고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한 해였다"면서 "앞으로 저를 비롯한 전 임직원은 사활을 걸고 성과 창출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런 황 회장 이런 사과와 다짐조차 '퇴진' 구호에 묻혔다. KT 새노조, KT 민주동지회 등에 소속된 KT 사내 주주들과 일부 소액주주들은 황 회장 발언 내내 "황창규 퇴진하라", "적자경영 책임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KT 새노조, KT민주동지회 등 KT 사내 주주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 앞서 황창규 KT 회장 퇴진, 이석채 전 회장 비자금 재조사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KT 새노조, KT민주동지회 등 KT 사내 주주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 앞서 황창규 KT 회장 퇴진, 이석채 전 회장 비자금 재조사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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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의 잔재'도 문제였다. KT 사내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시절 인공위성 헐값 매각과 비자금 조성 의혹 재수사를 촉구하고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서명 운동을 벌였다.

황 회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임원이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석채 시절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문제 직원 퇴출 조직' 논란을 빚은 KT 업무지원단(CFT) 철폐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KT 직원 박철우씨는 "이석채 전 회장은 5999명을 내쫓고 동케이블, 인공위성 팔아 돈을 만들었는데, 황 회장은 8300여 명 내쫓고 자회사 팔아 돈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역시 KT 업무지원단 출신인 사내 주주 박진태씨는 주총장에서 어렵게 발언권을 얻어 황 회장 면전에서 '직언'했다. 박씨는 "직원 8304명이 나가서 적자 났다는데 잘랐으면 흑자가 나야지 왜 적자 나는 사업을 하나"라면서 "현업에 남은 2만9천여 명 직원들도 구조조정 불안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에 황 회장은 "직원들이 나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고 실적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총회 안건과 관련 없다며 추가 질문을 막았다.

이사 보수 한도 동결에 '반대' 연호... "1/3 삭감해야"

황창규 KT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강당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강당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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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황 회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석채 회장에 맞서던 KT 새노조 등 사내 일부 민주세력도 한때 황 회장의 개혁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난 4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 지난해 적자 전환도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비용 영향이긴 하지만 창사 첫 '무배당'에 중립적인 소액주주들마저 비판에 가세했다.

이사 11명에 대한 보수한도를 지난해 수준인 59억 원으로 동결하는 안건을 총회꾼들의 박수로 통과시키려 하자 사내 주주들과 소액주주들은 일제히 "반대", "반대", "반대"를 연호했다.

이날 어렵게 발언권을 얻은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 주총을 폭압적으로 했는데 황 회장은 100배 정도는 더한 것 같다"면서 "지난 14년간 직원 총임금은 19.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이사 보수한도는 14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4.2배 올라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현재 보수 한도를 1/3로 깎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황 회장은 "이미 대표이사는 30%, 사내이사는 10%를 반납했고 장기성과급도 회사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며 삭감 요구를 일축했다.

'총회꾼'의 열띤 박수 속에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총회는 결국 50분 만에 '순조롭게' 마쳤다. 하지만 일부 사내 주주들이 주총장을 빠져나가던 황 회장과 차량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생채기는 피할 수 없었다. 


태그:#황창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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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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