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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전 국회의원
 정범구 전 국회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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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전 의원은 방송 사회자로 이름을 알렸다. 독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1994년부터 TV·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등을 여러 개 맡아 진행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KBS 2TV <정범구의 세상읽기>는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제목이다.

그러다 2000년 정치권에 진출했다. 16대·18대 국회에서 야당 '강경파' 의원으로 불리며 활동했지만, 19대 총선에서는 경대수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정범구 '전' 의원으로 남게 된 그는 지난 2013년 8월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코스타리카 대학 강의를 맡아 출국했다.

1년 후인 지난 8월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택한 건 다시 방송이다. 귀국해 약 반 년 동안 여러 길을 모색했다는 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부터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정범구의 생방송 오늘>(아래 <생방송 오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방송인에서 정치인 그리고 다시 방송인으로 복귀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한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과 같이 새 판을 짜보자는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24일 만난 그는 이미 '정치'보다 '언론'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결심을 내린 듯 보였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고민도 해봤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더 이상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앞섰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언론전'을 벌이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이 생각하는 언론전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는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여론 시장이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라며 "왜곡된 언론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민주세력이나 대안세력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년에 이름 날린 사회자, 인터넷방송 택한 이유는...
정범구 전 의원은 직접 방송 시작한 이유에 대해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기본이 없이 자극적으로 진행한다. 사실상 '정치 포르노'다. 다른 팟캐스트 방송들은 마니아층을 겨냥해 '섹시하게' 간다. 우리는 정통스타일이다. 흥분하지 않은 채 이슈의 맥을 짚겠다는 뜻이다. 진짜 옳은 것,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드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정범구 전 의원은 직접 방송 시작한 이유에 대해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기본이 없이 자극적으로 진행한다. 사실상 '정치 포르노'다. 다른 팟캐스트 방송들은 마니아층을 겨냥해 '섹시하게' 간다. 우리는 정통스타일이다. 흥분하지 않은 채 이슈의 맥을 짚겠다는 뜻이다. 진짜 옳은 것,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드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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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매체로는 기존의 TV나 라디오가 아닌 인터넷을 택했다. 그에게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였다. 공중파 방송 복귀는 야당 정치인이라는 이력 때문에 쉽지 않을 뿐더러, 따로 전파매체 방송국을 차리는 것도 사실상 무리였다. 대안으로 찾은 게 인터넷매체지만,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는 팟캐스트 방송을 '자영업 방송'으로 정의내리기도 했다.

다만 진행방식은 다른 팟캐스트 방송들과 사뭇 다르다. <생방송 오늘>은 팟캐스트 사이트인 '팟짱'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전달 매체는 인터넷 뉴미디어지만, 콘텐츠에 담는 내용은 전통매체처럼 발 빠른 전달력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다. 정 전 의원은 이를 '정통 시사 프로그램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기본이 없이 자극적으로 진행한다. 사실상 '정치 포르노'다. 다른 팟캐스트 방송들은 마니아층을 겨냥해 '섹시하게' 간다. 우리는 정통스타일이다. 흥분하지 않은 채 이슈의 맥을 짚겠다는 뜻이다. 진짜 옳은 것,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생방송 오늘>이 첫 방송에서 다룬 주제는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논란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미국 골프 논란으로 이슈가 전환되는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짚고 싶었단다.

그는 "무상급식 논란은 홍준표 지사의 개인적인 정치 욕심에서 촉발됐다,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아이들 밥그릇'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이용한 것"이라며 "정치인이 사리사욕 때문에 중요한 삶의 문제를 걸고 도박한다는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이름에 '새'자만 들어갔지 달라진 게 없어"
"새정련(새정치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여당을 겪은 정당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걸 두고 한 번이라도 진지한 내부비판을 거친 다음에 현 집권당을 비판했나. 그들의 제일 큰 문제는 자기비판과 반성없이 관성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름만 앞에 '새'자가 들어갔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고 말하며 그의 검지를 지켜세우며 강조 했다.
 "새정련(새정치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여당을 겪은 정당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걸 두고 한 번이라도 진지한 내부비판을 거친 다음에 현 집권당을 비판했나. 그들의 제일 큰 문제는 자기비판과 반성없이 관성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름만 앞에 '새'자가 들어갔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고 말하며 그의 검지를 지켜세우며 강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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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 선거도 첫 방송에서 주요하게 짚었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인 정 전 의원은 재보선 판세를 전망하면서 제1야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던졌다. 앞서 코스타리카에 있을 때도 SNS에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의 새정치연합을 강도 높게 질타하는 글을 올린 적 있다.

이날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의 주장 중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며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지역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 집중을 다할 텐데, 이들이 진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면 지역구도에 안주하는 모습부터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화제를 '제1야당의 문제점'으로 넓혀 신랄한 질타를 쏟아냈다. 당을 지칭할 때도 당명의 공식 줄임말인 '새정치연합'이 아닌 '새정련'으로 불렀다.

"새정련(새정치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여당을 겪은 정당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걸 두고 한 번이라도 진지한 내부비판을 거친 다음에 현 집권당을 비판했나. 그들의 제일 큰 문제는 자기비판과 반성없이 관성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름만 앞에 '새'자가 들어갔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

새정치연합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을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후보자 인준 하나 막아내지 못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골고루 2등 하고 보자는 게 새정련의 전략이다, 국어를 못하면 수학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당 대표가 최근 밀고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도 아직 좋은 평가를 내리기 이르다는 의견이다. "말한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정치인데, 지금까지는 말만 했지 결과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라는 지적이다.

정 전 의원은 "최저임금 문제도 중요하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8천원이든 만 원이든 해법을 내놓고 싸워야 국민들이 보기에 '저 당이 일을 하고 있구나' 싶은 것"이라며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일하는 모자를 쓰고 '서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치인은 평론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혹시 직접 국회에 다시 들어가 당을 바꿔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다"라며 "국회의원을 그만 둔 걸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면 생계형 정치인처럼 일할까봐 두렵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란 무대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언론 환경을 바로잡고 싶다. 현실정치 무대에서 직접 뛰진 않더라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좋은 정치세력들이 권력에 접근할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


태그:#정범구, #생방송 오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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