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KBL의 '만랩'(최고 레벨) 양동근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는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창원LG 세이커스에게 86-71로 대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1차전을 기분 좋게 승리한 모비스는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해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무려 75%(27/36)에 이른다. 모비스는 주전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역시 1차전 승리의 주역은 팀 내 최다 득점(28점)을 기록한 양동근이었다.

신인왕, MVP, 우승까지... 모든 것을 이룬 KBL의 '만랩 가드'

프로농구 원년 우승팀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2001년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며 울산 모비스 오토먼스로 재창단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2001-2001 시즌과 2003-2004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명문 기아의 명성에 커다란 흠을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모비스는 2004년 인천 전자랜드를 이끌던 유재학 감독을 영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양대의 가드 양동근을 지명했다. 모비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양동근은 한양대 시절부터 날렵한 돌파와 정확한 외곽슛, 그리고 뛰어난 경기운영과 준수한 수비력까지 갖춘 대학 최고의 공격형 가드로 군림했다. 양동근은 입단 첫 해부터 11.5득점 6.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2005-2006 시즌 크리스 윌리엄스라는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 양동근은 모비스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서장훈(은퇴)과 함께 공동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2006-2007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MVP를 독식하며 모비스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에도 2008 농구대잔치 MVP에 오른 양동근은 전역 후에도 신예스타 함지훈과 뛰어난 호흡을 맞추며 2009-2010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양동근은 귀화혼혈 선수 문태영이 합류한 2012-2013시즌과 2013-2014 시즌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두 번의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 결정전 MVP, 그리고 2012-2013 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휩쓸며 모비스를 4번이나 우승으로 이끈 양동근은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KBL의 '만랩' 선수로 군림했다.

6강PO의 영웅 김시래를 3점으로 묶으며 28득점 폭발

양동근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시즌 도중 퇴출되는 악재 속에서도 모비스를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득점력을 비롯한 개인기록은 다소 하락했지만 팀을 이끄는 노련미는 점점 무르익었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4강에 직행한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만났다. LG는 모비스에서 데뷔했던 김시래가 주전포인트가드로 활약하는 팀으로 양동근과 김시래의 신구가드 대결은 문태종-태영 형제의 대결 만큼이나 농구팬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1차전 결과만 놓고 보면 신구가드 대결은 선배 양동근의 완승으로 시시하게 흘러가고 있다. 양동근은 1차전에서 28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양동근이 기록한 28점은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24점)와 LG의 슈팅가드 유병훈(21점)을 능가하는 이날 양 팀의 최다득점이었다.

양동근은 신장과 체격, 그리고 신체 균형의 우위를 살려 김시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양동근은 김시래를 싱대로 돌파와 외곽, 점프슛뿐만 아니라 수비수를 등지고 골밑을 파고드는 포스트업 공격까지 자유자재로 시도했다. 17번의 슛을 시도한 양동근은 10개를 적중시키며 58.8%의 준수한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했다.

양동근은 수비에서도 김시래에게 모욕감을 줬다.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평균 14.4득점을 기록했던 김시래는 이날 양동근의 수비에 막혀 단 3득점에 그쳤다. 그것도 4쿼터 초반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기록한 3점슛으로 김시래는 양동근이 수비를 펼치는 동안에는 단 1점도 따내지 못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양동근의 체력이었다. 선발로 출전한 양동근은 경기 종료 1분6초를 남기고 이대성과 교체되기 전까지 무려 38분54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35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노익장이다.

양동근은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신의 많은 나이를 걱정했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양동근의 체력은 한양대 시절이던 20대 초반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김시래와의 맞대결 완승을 통해 KBL 최고의 가드임을 다시 한 번 인증한 양동근이 남은 시리즈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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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4강 플레이오프 울산 모비스 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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