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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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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끝난 SBS 드라마 <펀치>의 결말은 '징악(懲惡)'이었다. 윤지숙 법무부장관은 그 징악의 대상 중 하나였다. 결국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된 윤 장관에게 신하경 검사는 말한다.

"윤지숙씨, 법은 하나예요. 당신한테도."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의심해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6일 펴낸 <비정상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든 검찰 : 박근혜정부 2년 검찰보고서>를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진다(☞ 참여연대 보고서 바로가기).

이 보고서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검찰의 행보를 다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인 2013년, 참여연대는 "검찰이 비정상의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체제가 구축되면서 검찰은 점점 '청와대바라기'로 변해갔다는 이유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편에 서서 봉사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법과 양심에 따라 일하며, 정치·경제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2012년 12월 11일 오후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직원이 문을 걸어 잠근 채 버티는 가운데,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11일 오후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직원이 문을 걸어 잠근 채 버티는 가운데,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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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그들의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점수는 더욱 박해졌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아닌 청와대의 검찰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총평했다. 특히 지난해를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가 절정에 달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옛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의 '댓글공작'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논란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기소가 '국정원 직원의 인권침해'를 운운했던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 '회의록 유출' 정문헌 기소·'댓글녀 감금' 야당 4명 기소).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유출 의혹에 휩싸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권영세 전 주중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관련 배임죄 수사를 모두 무혐의로 끝낸 것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유상범 검사가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청와대 보고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유상범 검사가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청와대 보고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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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정점으로 꼽힌 것은 박 대통령의 측근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수사였다. 참여연대는 검찰 수사가 "문건 내용은 찌라시 수준",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 실무진의 기강문란"이라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서 단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혹평했다(관련 기사 : 검찰 "조응천-박관천, 박지만 이용해 입지강화 노려"). 이어 "권력핵심부가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검찰이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한 권력층은 안심하고 법 위에 군림하며 불통의 정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관련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례도 빠트릴 수 없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그를 명예훼손죄로 수사,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했다. "평소 극우파 관점에서 한국을 비판하던 가토 전 지국장이 이 일로 선량한 피해자로 둔갑했고, 한국은 언론탄압국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썼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토 전 지국장은 현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 검찰 '박 대통령 사생활 의혹'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

'두 개의 법' 앞에 선 그들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재판받는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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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지적한 검찰의 모습은 "법은 하나"라고 외치던 신하경 검사와 거리가 멀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했던 윤지숙 장관의 모습에 오히려 더 가깝다.

검찰은 점점 더 윤지숙 장관을 닮아가고 있다. '수사 독립'을 강조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검찰은 자신과 청와대를 위한 법을 따르는 듯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정의의 편에 서서 법과 양심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검찰로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이미 공허해졌다. 국민들 역시 더이상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민정수석이 2013년 7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민정수석이 2013년 7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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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무부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인물이다(관련 기사 : 신경민 "곽상도 수석이 '국정원 사건'에 외압"). 그해 9월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파문 때 야당은 곽 전 수석이 이 일을 주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곽상도 전 민정수석, 채동욱 검찰총장 사찰했다").

2월, 곽 전 수석 내정설을 두고 나온 '낙하산 인사' 비판여론을 의식했을까. 지난 16일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임명은 후보 공모 절차와 엄정한 심사 및 추천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묻고 있다.

"신하경 검사님, 법은 정말 하나입니까?"


태그:#검찰, #참여연대, #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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