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식스맨 : 시크릿 멤버'의 한 장면

<무한도전> '식스맨 : 시크릿 멤버'의 한 장면 ⓒ MBC


방송 제작자의 일은 시청자가 좋아할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다. 이 간단한 일을 해내기 위해 수많은 제작자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시청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며칠에 걸쳐 회의를 하고 촬영하고 또 편집한다. 그들은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고,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제작자가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일일이 시청자에게 의견을 묻는 다면, 그것은 제작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시청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프로그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라면 더욱 그렇다. 가령 출연자와 같은 부분 말이다.

보통 섭외에 대해서는 제작자의 고유권한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들은 고심을 거듭해 현재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섭외하거나, 혹은 장래가 보이는 연예인을 섭외한다. 섭외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막상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기 전에는 정확하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척 어렵기도 하다. 무턱대고 인기 있는 연예인을 쓴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큰 인기를 얻고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캐스팅은 제작자에겐 매우 중요한 핵심 임무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이 중요한 일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에게 넘겼다. 노홍철의 하차로 공석이 된 여섯 번째 멤버를 뽑는 '식스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제작진의 능력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중대한 일을 시청자에게 넘기는 행위는 어느 정도 직무유기에 가깝다. 시청자들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방송에서 '식스맨' 후보로 등장한 김영철은 호불호가 갈렸던 출연자였지만, 최근 <무한도전> 설 특집에서 인기를 얻은 유행어 '힘을 내요 슈퍼파월' 덕분에 꽤 많은 추천을 받았다. 당시의 인기가 '식스맨'의 판단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무한도전>같이 팀원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프로그램에서 방송 외적인 모습과 관계를 거의 모르는 시청자가 추천을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직무유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의 이 같은 판단이 단순히 책임회피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그들은 이 과정 또한 충분히 재밌는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방송들이 대부분 기획한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을 방송하는 반면에, <무한도전>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과정까지 예능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온 지 꽤 오래 됐다.

또 한 가지 그들이 공을 시청자에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무한도전>이 오직 제작진에 의해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무한도전>의 확고한 팬덤은 이미 유명하지만, 단순 팬덤을 넘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일부분이 되어 참여해 온 역사는 이미 길다. '선택 2014'같은 기획은 실제 밖으로 나와 투표를 해준 시청자들이 없었다면 아예 만들어 질 수 없는 특집이었다. 멤버들이 팬들과 함께 1박2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 '형광팬 캠프', '돌아이 콘테스트' 또한 시청자가 만들어 낸 방송이었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출연자,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도 긴밀하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 됐다. 따라서 출연진 선택에 시청자를 참여 시키는 것은 엄밀히 말해 직무유기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의 또 다른 주축으로서의 시청자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제작진은 '식스맨'을 비롯해 5대 기획을 발표하며, 친절하게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지 시청자와 공유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기획을 미리 알린다는 것은 시청자에게 선보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식스맨'에 대한 시청자의 의심에,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까지 충실히 밝혔다. <무한도전>이 시청자의 지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제작진의 단호한 선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청자에게 어느 정도의 선택을 맡겨도 이를 통해 충분히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무한도전>을 더욱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비겁하게 공을 넘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청자의 지위를 높이고, 그들의 노하우를 당당히 뽐낸 것이다.

이 기획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제작진은 '식스맨'이 뽑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시청자는 다시 한 번 <무한도전>의 한 주축으로서 활약했다는 것이고, 제작진은 시청자를 만족시킬 만한 에피소드를 뽑아낼 것이라는 점이다. 제작진과 시청자와의 긴밀한 협업에 의해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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