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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급식실에서 10여 년간 조리노동자로 일한 여성 노동자였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해 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급식종사자 근골격계 질환 예방 사업'에 참여해서 내가 진찰하고,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서울까지 와서 정밀 검사를 마쳤던 터다. 정밀검사 결과 확인된 환자의 진단명은 '회전근개 완전 파열'.

팔을 몸통에 붙잡아 두는 근육 중 하나가 완전히 끊어져서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통증이 심하고, 물건을 들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팔을 반복적으로 쓰는 작업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 지역이 먼 관계로 정밀검사 결과까지 알려준 후 산재 신청과 이후 치료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수술한 선생님이 저 산재 안 될 거래요. 저 산재 안 되는 거예요? 저 산재 안 되면 안 돼요. 돈 없어요. 다른 쪽도 수술하라는데, 산재 안 되면 저 수술 안 할 거예요."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고, 우리는 오른쪽만 검사했었는데, 진료를 의뢰한 정형외과 교수 소견으로는 나머지 어깨도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나 보다. 첫 번째 수술 후 입원했을 때는 산재가 될 거라고 했던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 후 처음 방문한 외래에서 '정말 산재가 될까요?' 라고 물어봤더니, 산재는 무슨 산재냐고, 그런 소리 말라고, 자기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단다.

화가 난다. '일 때문에 생긴 질병'이라고 직업환경의학 의사에게 진단까지 받은 환자가 산재 승인이 될지 걱정돼 울며 전화할 정도로, 우리나라 산재 보험은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화가 나는 것은 그 의사다. 대체 의사들은 왜 그럴까?

의사들은 산재 환자를 꺼린다?

이 환자뿐만이 아니다. 치료하는 의사로부터 산재 환자라고 꺼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얘기를 꽤 듣는다.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산재 환자를 귀찮아하기도 한다. 환자 1명 당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진료해야 하는 대학병원 외래. 일하다 다치고, 일 때문에 아프게 됐다는 환자의 억울한 사연을 듣는 것도, 업무관련성과 관련된 소견서를 쓰거나 공단에 제출해야 할 간단한 문서를 쓰는 것도 피곤하고 귀찮을 수 있다.

 근골격계질환 (골병) 부담 작업이 많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작업사진
 근골격계질환 (골병) 부담 작업이 많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작업사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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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직업의 특성상 의사는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도록 배운다. 의학적인 소견, 예후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산재가 될까요?'라는 환자의 질문이 두렵거나, 자신이 대답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실제로 산재 신청을 하면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이 되고 산재와 건강보험이 환자에게 무엇이 다른지 모르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그럼 산재가 승인될지 어떨지는 모르더라도, 이 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라도 속 시원히 말해주면 좋은데 그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의사는 다양한 '노동'과 몸과 마음의 거리가 멀다. 자기 환자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안 물어보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직업을 얘기해도 그 직업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기 어렵다. 나 같은 직업환경의학 의사도 직업 이름, 회사 이름만 듣고 그 노동자의 노동 강도, 구체적인 노동 형태를 짐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의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모르는 질문을 하는 환자가 두렵고 귀찮은 것이다.

'산재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겨우 달래 전화를 끊었다. 결국, 환자는 얼마 후 산재 승인을 받았고 무사히 수술도 잘 마쳤다. 산재 승인됐다고 고마웠다는 문자를 보내왔지만, 기분이 씁쓸했다. 의사들이 산재 환자들을 예방 가능한 질병 치료의 동반자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환자들의 노동과 삶을 들여다보는 의학 교육, 환자와 의사가 서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진료 환경도 우리의 과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기자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 3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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