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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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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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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격이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을 던지세요. 그러면 '너는 자격이 있다'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될 겁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대학 새내기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12일 오전 서강대학교 개강 축복 미사에서 '새 봄을 맞는 후배님들에게'라는 주제로 특강을 연 그는 "너는 자격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단히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온당한 관점과 문제의식을 가지라"고 말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문제제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이 발표한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존경하는 방송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손 사장은 '마르첼리노'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종교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불경스러울지 모르지만 성당에 가면 조금 졸 수 있을지 않을까 싶어 천주교를 선택했다"라며 "그런데 오산이었다, 막상 가보니 가슴도 치고, 무릎도 꿇고, 계속 일어나야 했다"고 말해 청중에게 웃음을 줬다.

서강대학교가 주최한 이 자리에는 신입생과 교직원, 일반신도 5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례를 집전한 김용해 신부는 이날 강연에 앞서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은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사회의 새로운 지형과 변화를 수용하며 연구하는 곳"이라며 손 사장을 초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다음은 약 35분 동안 진행된 특강의 주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두 가지 예화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두 예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제가 서라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입학하자마자 전교생이 모여 아이큐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큐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눈 다음 우반만 열심히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는 우반도 성적에 따라 A/B/C반으로 나눴습니다. 한 번은 C반에서 조차 떨어져서 저녁 때 노는 신세가 됐습니다. 대충 학교에서도 포기하는 학생이 된 셈인데, 그 원인이 물상(지금의 물리) 때문이었습니다.

물상 선생님이 저를 유난히 싫어했습니다. 한 번은 '움직이려 하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 한다'는 '관성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짝꿍이 지금 주미대사인 안호영입니다. 공부를 잘했던 그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해주더군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본 선생님에게 잡담을 한다는 이유로 제 인생 통틀어 가장 크게 혼이 났습니다. 그 다음부턴 물상 공부를 안 했습니다.

"'너는 자격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동 잊지 못해"

C반에서도 떨어진 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물상 교과서를 다 뗐습니다. 억울해서 그랬습니다. 책 한 권을 다 떼고 시험을 보니 A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물상 선생님이 저에게 '그래, 너는 자격이 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저에게 준 감동이 굉장히 컸습니다.

다음은 회사를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교수가 시험을 앞두고 예상문제 일곱 개를 주며 그 중 다섯 개를 출제하겠다고 했습니다. 한 문제당 한 페이지는 써야 한다면서요.  

예상 문제 7개의 답을 미리 쓰고 외웠습니다. 막상 시험에서는 쓰는 속도가 느려 답안을 다 채우지 못하고 3개 반만 썼습니다. 억울했습니다. 교수에게 좀 억울하다고 얘기를 했더니 다음부터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겠다고 하더군요. 또 일곱 장을 외웠습니다. 비슷한 과목이 또 있었으니 총 4번의 시험을 보며 한 학기에 28장을 외운 것이죠.

그렇게 기말고사를 보고 났더니 중간고사 때 망쳤던 그 과목 성적이 A였습니다. 해당 과목 교수를 복도에서 만나 "고맙다"고 인사하니 "너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답하더군요. 그 말이 제 머리를 또 한 번 세게 쳤습니다. 그 두 말이 제 머릿속에 굉장히 오래 남아있고, 앞으로도 오래 남아 있을 거 같습니다. '너는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알았습니다.

"환갑 앞둔 요즘, '나는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개강 미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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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환갑인 저는 요즘, '너는 자격이 있다'는 말을 의문문으로 바꿔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나는 자격이 있는가?' 이렇게 의문문으로 바꾸면 '자격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반대의 감정이 든다는 걸 느낍니다. 제가 저에게 던지고 있는 이 질문을 여러분도 늘 던져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너는 자격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새 봄을 맞는 후배들께 드리는 오늘의 주제입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 문제의식을 늘 연마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저널리스트는 그래야 합니다. '저널'(Journal)은 일기를 뜻합니다. 그냥 하루에 있었던 일을 쓰는 거죠. 거기에 '-ism'이 붙었다는 것은 '관점'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이 관점은 온당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가 '네버 다이 영(Never Die Young)'입니다. 젊어서 죽지 말라는 것이죠. 육체적 죽음보다는 정신적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겠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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