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시범 경기 첫 등판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1일 포항 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 경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양현종의 호투와 3회에 터진 브렛 필의 3점 홈런에 힘입어 6-3으로 승리했다.

연습 경기에서 9전 전패를 당하며 팬들을 걱정시켰던 KIA는 시범 경기 1패 후 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생애 최고의 성적과 최동원상, 그리고 빅리그 도전 실패

양현종은 2014년 파란만장한 한 시즌을 보냈다. 2010년 16승을 거둔 후 3년 동안 부상으로 고전했던 양현종은 FA자격을 얻은 에이스 윤석민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KIA마운드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양현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에이스'의 임무를 멋지게 수행했다. 29경기에서 171.1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16승(2위)8패 평균 자책점 4.25, 165탈삼진(3위)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초대 최동원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생애 최고의 성적에도 맘 편히 기뻐할 수 없었다. 소속팀 KIA가 9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물론 KIA의 성적 하락에 양현종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우울한 팀 분위기 속에서 양현종도 마음이 무거웠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시즌이 끝나고 빅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KIA도 고민 끝에 양현종의 빅리그 포스팅을 허락했다. 일각에서는 양현종이 1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양현종은 SK와이번스의 김광현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제시받은 2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포스팅 금액을 기록했다. 헐값에 에이스를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KIA는 끝내 양현종의 포스팅을 거절했다.

양현종으로서는 실망감이 큰 포스팅 결과였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KIA에서도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1억 2000만 원에서 무려 233.8%(2억 8000만 원)가 인상된 4억 원의 연봉을 안겨 줬다.

KIA, 양현종 MLB 포스팅 응찰액 수용 거부 KIA 타이거즈가 왼손 에이스 양현종(26)의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KIA는 26일 "메이저리그(MLB) 구단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양현종을 영입하겠다고 적어낸 최고 응찰액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공을 던지는 양현종.

지난 2014년 7월에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공을 던지는 양현종. ⓒ 연합뉴스


시즌 개막에 맞춰 준비, 시범 경기 첫 등판 2이닝 퍼펙트

KIA가 양현종에게 고액 연봉을 안겨 준 이유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해달라는 기대치가 담겨 있다. 지난 2년 동안 후반기 부진을 경험했던 양현종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결국 양현종은 9전 9패를 당한 연습 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고 심지어 동료들보다 먼저 캠프를 마치고 조기 귀국했다. 양현종 정도면 알아서 몸을 만들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만 팬들로서는 양현종의 남다른 행보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양현종의 시범 경기 첫 등판에서의 투구 내용은 KIA팬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시범 경기 첫 등판에서 퍼펙트 피칭으로 팬들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11일 삼성전에서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예정대로 2이닝을 소화하며 구위를 점검했다. 정규 시즌과는 달리 빠른 공 위주로 단조롭게 승부했음에도 2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날 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현재 삼성 라인업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구자욱과 박찬도로부터 뺏어낸 삼진이었다. 빠른 공은 시속 145km까지 나왔는데 추운 날씨를 고려하면 충분히 인상적인 구속이었다.

KIA는 지난 6일 9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윤석민을 영입하며 마운드 재건에 나섰다. 아직 윤석민의 보직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양현종과 함께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현종은 야구팬들에게 부상이 잦고 기복이 심한 투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한 팀의 마운드를 이끌어 가는 에이스라면 부상과 기복은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시범 경기 첫 등판의 내용만 보면 양현종의 시즌 준비는 그가 계획한 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IA타이거즈 양현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