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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시기다, 개헌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 청와대에 있을 때인 유신시절에는 개인소득이 316달러 밖에 안 됐습니다. 그때는 경제 살리기가 급하지 않아서 유신을 했나요? 3선 개헌할 때는 GDP가 200달러밖에 안됐는데 그땐 왜 개헌 했나요? 그때 그랬어야죠. '아니 아버지, 지금 경제가 급한데 지금이 개헌할 때인가요?'" (웃음)

지난 10일 오후 7시, 신촌대학교 제1강의실에서 다준다연구소(소장 이동학)가 이재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만났다. '신촌대학교'는 신촌을 중심으로 대안 대학교를 만들려는 청년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최근 '신촌대학교 제1강의실'이란 공간을 마련하고 개교 준비에 들어갔다.

'여당 내의 야당'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대학생 때부터 활발한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90년대 즈음 여당인 신한국당(이후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 그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국적으로 '개헌연대'를 조직하는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운동을 펼치고 있다.

승자독식 조장하는 87년 헌법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재오 의원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재오 의원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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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오늘날의 9차 헌법이 수립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인 승자독식 현상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우리는 다수결 민주주이니까 한 표라도 이기면 다 먹잖아요. 단 1%라도 이기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되면 정권을 다 잡잖아요. 지난번에 야당이 48%나 얻었는데도 져버리니까 시골 동장 하나도 임명 못하지 않습니까? (웃음) 그러니 여당은 청와대의 하청업체 비슷하게 돼버리고, 야당은 48퍼센트나 얻어도 아무것도 안 되니 어떻게든 다음에 이겨야 해서 기존의 여당과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게 되는 거죠."

이로 인한 공약 남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어떻게든 정권을 잡아야하니 표심용 공약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그 예로 세종시를 들었다. 충청표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수도를 분할하다보니 33조 원의 막대한 예산과 주말부부, 서울-세종 간의 통근문제 등 사회적 비용이 들었음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고 있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큰 틀에서 몇 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청사진①] 분권형 대통령제와 연정의 제도화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통일·국방 분야로만 한정하고,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권한은 국무총리가 통괄하는 내각이 갖는다는 겁니다. 또 이 내각은 다시 지방자치정부와 분권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과 내각이 분권을 하고, 다시 내각과 지방이 분권을 하고, 내각은 국회에 진출해있는 의석 순으로 연정을 합니다."

이 의원은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하고 이 권력을 득표율에 비례해 선출된 정당들과 나눌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 국민의 표를 받은 정당은 모두 내각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에 자연스럽게 싸움과 갈등의 정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요지였다. 게다가 내각을 꾸리기 위해서는 연정을 할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분권된 내각의 권력을 또 다시 지방정부와 나눌 것을 주장했다. 현재 20%밖에 되지 않는 지방자치 예산을 40%에서 5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세율조정권이나 경찰 그리고 교육 등에 있어서의 자치권을 강화해 지방차치를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청사진②] 인구 100만 도시 50개로 행정구역 개편

이 의원은 행정구역 개편 또한 주문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고향을 예로 들었다.

"제 고향은 인구 1만7000명인 자치단체인데, 군수 선거 나오는 사람이 17명이예요. 1000명당 한 명이 나오는 거잖아요. (웃음) 그럼 군수가 뭐하느냐? 돈이 없잖아요? 그러면 국회에 있는 저를 찾아옵니다.

'선배님, 자연생태공원을 만들어야하는데 400억 좀 어떻게' 그러면 '야 이놈아, 우리 고향이 앞문 열면 산이고 뒷문 열면 산이고 눈만 뜨면 자연인데 무슨 자연생태공원을 만드느냐, 무슨 돈을 400억 원이나 바르느냐?'해요. 그러면 그쪽에서 '그래도 다음 선거에 이겨야하니깐...'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게 우리 고향뿐만 아니라 다 그래요."

때문에 그는 기존의 행정구역을 모두 없애고 전국을 자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100만 명 단위의 광역시 50개로 개편한 뒤, 각 광역시별로 4명씩 국회의원을 선출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통일 이후에도 이상적인 체제가 될 것임과 동시에,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은 60%, 국회의원은 80%가 개헌 찬성?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재오 이원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재오 이원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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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현재 상황이 개헌에 우호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 내에서 그가 직접 개헌 모임을 만들고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여야 의원의 80% 이상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동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약 240명의 현직 의원이 개헌안이 나올 경우 찬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또한 이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60%가 개헌에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현 체제를 바꿔야한다는 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단, 유독 청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음을 지적하며 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지금 원체 학생들이 자기 먹고살기 급하니깐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안 두는데, 따지고 보면 이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경제가 정치권의 눈치를 안 봐야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지 않아야 하잖아요. 경제가 예측 가능해야하고 그래야 청년 일자리가 생길 것 아닙니까?

정말로 그걸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헌법을 바꾸고 그 틀 위에서 경제도 정치 눈치 볼 필요 없게 해야 합니다. 내각이 잘못하면 국회가 갈아엎으면 되는 거고, 이런 장치가 생겨야 경제도 바로 서고 청년일자리도 생긴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개헌을 하자고 나서야 할 사람들은 누구냐? 청년들, 바로 학생들입니다."

이 의원은 자신은 이미 권력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봤다며, 후손들에게 갈등이 아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한 틀을 물려주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태그:#이재오, #개헌, #경제활성화, #다준다, #신촌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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