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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명의 독수리들이 졸업을 했지만 부모들은 졸업하지 않았다
 6명의 독수리들이 졸업을 했지만 부모들은 졸업하지 않았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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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길을 떠나야 하는 독수리(7살) 아이들의 졸업식이 지난 2월 24일 꿈꾸는 어린이집 터전에서 진행됐다. 졸업식은 늦은 7시에 시작됐다. 일을 마치고 참석하는 부모들을 위한 교사들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되자 어린이집은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찼다.

졸업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당실(4살), 덩더쿵(5살), 무지개(6살) 아이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모뿐만 아니라 사촌, 할머니도 함께 한 가족도 있었다. 동생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온 예전 졸업생들은 자연스럽게 터전을 휘젓고 다녔다.

시작 시간이 됐다. 당실, 덩더쿵, 무지개 아이들이 손을 잡고 두 줄로 서서 졸업생 아이들이 걸어 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독수리 아이들이 2층에서 계단을 내려와 동생들이 만들어 준 길 사이로 걸어왔다. 화관을 쓰고 한복을 차려 입은 모습이 육아 잡지 표지 모델 수준이었다. 졸업생들의 졸업가로 2014학년도 꿈꾸는 어린이집 졸업식이 시작됐다.

모두 예쁜 꽃, 아이들의 졸업식

독수리 아이들이 동생들이 만들어준 길 사이로 들어오고 있다.
 독수리 아이들이 동생들이 만들어준 길 사이로 들어오고 있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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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이든 듣기 좋지만, 그 중에 이 노래가 가장 정겹다. 그리고 의미심장하다. 아이들 하나 하나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 해를 더해갈수록 점점 많은 꽃의 색이 바래져간다. 꽃이 스스로 바래졌다기보다 어른들이 그 만큼 따뜻하게 돌봐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졸업생들의 노래에 이어 동생들의 답가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40여 명 어른들 앞에서도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하고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어서 졸업하는 독수리 부모들이 준비한 공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전체 조합원 교육에서 배운 컵타 공연을 선보였다. 한 눈에도 준비가 안 돼보였다. 어설픈 가운데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하려는 모습이 우스워 보이면서도 숭고해보였다.

감탄을 가장한 격려의 박수 소리에 힘입어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됐다. 피아노와 우쿨렐레 기타 반주속에 부모들은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곡을 부를 때의 분위기와 감정을 돋워 내기 위해 의도한 선곡이었겠지만, 아이들의 무대 난입과 잡담 소리에 화기애애한 '이젠 안녕'이 돼버렸다.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되고 전 이사장 네모가 밤새 만든 영상이 상영됐다. 졸업하는 아이들 하나하나 4살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중한 꽃들이 밝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순서로 독수리 아이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됐고 이어서 부모들에게도 졸업장이 수여됐다. 부모에게도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이 이색적일 수 있으나 공동 육아를 한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임을 두루미의 말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동 육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내 아이가 성장한 것보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 한 것 같아요."

시장같은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두루미는 눈물을 보였다. 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지나쳤을 것이다. 두루미의 말처럼 아이들이 배우는 것보다 부모가 더 많이 성장한다. 내 것을 비우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며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졸업식은 끝나고 터전에서 함께 저녁 먹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 정도로 함께 나누었던 기억과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졸업식은 그렇게 끝났지만 부모들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졸업한 아이들은 터전 방문의 날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터전에 놀러온다. 졸업한 부모들 역시 중요한 행사때마다 놀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졸업 후에도 찾아오는 학부모

뿐만 아니라 졸업한 부모와의 관계를 공식화하기 위한 마음에 명예 조합원, 특별 조합원이란 제도를 두었다. 졸업한 학부모들은 처음 출자한 금액을 다시 돌려받으며 10%의 금액을 터전에 놓고 간다. 그러면서 명예 조합원의 권리를 갖게 된다. 일반 조합원처럼 의결권을 갖지는 못하지만 언제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졸업하며 100만 원을 기탁하면 특별 조합원의 자격을 갖는다. 터전 운영에 매우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졸업한 학부모들은 여전히 우리의 조합원으로 남게 된다. 졸업한 학부모에게 터전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으로로 남게 된다.

중·고등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부모님이 많다. 아이들이 축하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학교와 부모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부모가 바빠서 일 수도 있고 관심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부모에겐 학교란 아이 때문에 멀리할 수는 없지만 일부러 가까이 하고 싶진 않은 관공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대개 학교 역시 자주 찾아오는 부모를 반가워만 하지는 않는다. 시험 감독 보조, 교통 지도 등 학부모회에 부탁해야 할 것이 있어 학부모와 아예 거리를 둘 수는 없지만, 언제든 학부모의 내방을 반길 만큼 학교가 여류롭고 다정한 것도 아니다. 아이가 졸업하면 학부모는 그 학교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 학교는 아이의 학교였지 자신의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가 다닌 곳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다닌 곳이기도 하다. 매일 아이 손을 잡고 직접 등·하원을 해야하기에 최소 하루 두 번 이상은 터전에 가야한다. 아이가 졸업하기까지 4년 간 부모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며, 함께 기울인 술 잔이 얼마겠는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둥지이기도 하지만 부모 자신의 학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터전은 아이들이 졸업을 해도 부모에게는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고 반겨질 수 있는 곳이다.


태그:#공동육아, #꿈꾸는 ,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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