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시간인데도, 도서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새 학기 새벽에 담은 광운대 중앙도서관 전경이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시간인데도, 도서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새 학기 새벽에 담은 광운대 중앙도서관 전경이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아, 시끄러워!" 소리를 더듬어 스마트폰을 찾는다. 이놈의 스마트폰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자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옆에 놔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스마트폰 알람은 계속해서 제멋대로 울려댄다. 침대 주변을 뒤척이다 결국 알람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귀가 찢어질 듯, 알람 소리로 가득했던 방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지금은 새벽 3시 반이다.

새벽 댓바람부터 벌어진 '생쇼'였다. 알람과의 전쟁에도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일찍 잤는데도 어깨를 짓누르듯 피곤하다. 그런데 다시 시계를 보니, 시침은 4시를 가리켰다. 순식간에 30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알람을 끄고 나도 모르게 잠든 결과다. 5시까지 일터로 출근하려면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근'에 지각하게 생겼다. 나는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촉박한 시간 탓에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부랴부랴 일터로 향한다. 새벽 4시 반 즈음의 세상은 은은한 별빛들로 물들어 있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시간인데도, 저 멀리서 홀로 폐지를 줍는 할배와 거리에서 비질하는 환경미화원이 어렴풋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침 첫 손님들을 싣고 종착역으로 향하는 261번 버스도 내 옆을 지나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소노동자가 되다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서일까. 가까스로 지각은 면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내 선배가 되어 줄 노동자들은 이미 근무 준비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직장에 비유하면, 막내가 태평하게 꼴찌로 출근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 노동자가 막 도착한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학생, 왔어요? 얼른 옷 갈아입고 일 시작합시다!"

내가 일할 곳은 광운대 중앙도서관이다. 직무는 청소노동이다. 우선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소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고 싶다. 나는 얼마 전 광운대를 졸업한 르포작가 지망생이다. 르포작가를 꿈꾸면서 내 르포의 첫 주인공으로 생각해왔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재학 시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왔던 광운대 청소노동자다. 1년여 전 언론에서 비춰졌던 파업 때의 투사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이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보는 평범한 청소노동자의 삶을 활자로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내가 청소노동자로 하루라도 살아봐야 노동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 내 생각을 청소노동자들에게 밝히고 양해를 구해 이날 일일 청소노동자로, '금남'의 노동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곳을 청소하는 노동자 중 유일한 남자였다.

영화상영실에 연극무대를 설치하는 듯, 무대공사 자재가 널려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영화상영실을 청소하고 있다.
 영화상영실에 연극무대를 설치하는 듯, 무대공사 자재가 널려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영화상영실을 청소하고 있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언제부터인가 청소노동자를 설명하는 단어에 고령·여성이 항상 포함됐다. 이런 고정관념은 청소노동 자체를 단순육체노동으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인식은 청소업체가 고령의 여성노동자를 선호하는 데 일조했다. 통계치도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증명해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2014년 3월 발표한 '서울시 대학 비정규직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을 보면, 청소노동자 273명 중 84.1%가 여성이었고, 평균 연령은 59.9세였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청소업무는 '괄시' 받는 직종이 됐다. 그래서일까. 이런 상황은 결국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부끄러워하게 만들었다. 우리 또한 청소노동자를 연민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새벽 5시의 도서관은 휑했다. 지금부터 이곳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은 이제 나와 내 사수의 몫이 됐다. 내 사수는 청소 경력 2년차에 '빛나는' 구아무개씨다. 사수에게 '빛나는'이란 수식을 붙인 이유는 다른 곳에서의 청소노동까지 합치면 상당한 경력을 지닌 청소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 청소구역은 그가 매일 쓸고 닦던 1층 로비 전부다. 이제부터는 새끼 새가 어미 새를 따라다니듯 졸졸 뒤쫓으며, 사수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해야 한다.

우선 나는 청소비품을 모아둔 창고에서 사수에게 고무장갑과 면장갑을 받았다. 고무장갑을 끼니, 이제야 비로소 청소노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부터 청소노동자였던 듯 청소를 너무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군대에서도 이병 때 '빡세게' 청소해 봤는데, 금방 끝나겠지!'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은 청소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청소와는 많이 달랐다. 청소라고 다 똑같은 청소도 아니었고, 더더욱 우습게 볼 것도 아니었다.

청소도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사수는 매일 새벽마다 화장실 세면대와 소변기, 대변기 등을 차례로 비누칠하며 오물을 닦아낸다. 사수와 내가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사수는 매일 새벽마다 화장실 세면대와 소변기, 대변기 등을 차례로 비누칠하며 오물을 닦아낸다. 사수와 내가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청소의 시작은 화장실이었다. 사수가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화장실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웠다. 그사이 사수는 세면대부터 소변기, 대변기, 바닥까지 차례로 비누칠하며 오물을 닦아냈다. 온갖 쓰레기 때가 묻은 쓰레기통도 수세미로 문질렀다. 깨끗하게 '샤워'를 마친 쓰레기통은 새 것인 듯 광이 났다. 세면대와 바닥 등의 물기 제거는 내 몫이었다.

사실 로비가 도서관 청소의 진정한 시작이었다. 전체 청소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는 몸 풀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우선 카페 KUPIS(학생 휴게공간)에 있는 책상들을 손걸레로 닦았다. 동시에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와 키보드 등도 함께 정리했다. 그 다음에는 학생 휴게공간부터 신문열람대 등의 순으로 1층 로비에 떨어진 먼지나 쓰레기를 '기름걸레'(바닥의 먼지를 닦는 청소도구)로 한꺼번에 모았다.

기름걸레질을 마친 후, 이제는 대걸레질을 해야 한다. 하늘색 플라스틱 통에 놓여 있던 긴 막대 자루는 빛이 바랜 상태였다. 노동자들이 막대 자루를 꽉 잡고 열심히 청소한 결과다. 이 막대 자루를 잘라내면 노동자들의 흔적을 보여주는 나이테가 있을 것 같다. 대걸레를 꽉 쥐어봤다. 오랜 기간 이뤄진 노동의 체취가 느껴졌다.

대걸레로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대걸레는 군 제대 이후 처음 들어본다. 손에 익지 않은 만큼, 대걸레질도 만만치 않았다.

대걸레질을 할 때마다 '마법의 액체'를 사용했다. 이 액체는 뜨거운 물과 하이타이, 퐁퐁 등을 각각 일정 정도의 황금비율로 섞은 것이다. 이 액체 제조비법은 광운대 청소노동자들만 공유하는 특급비밀이다. 굴러온 돌인 나 때문에 이 제조비법이 드디어 만천하에 밝혀지게 됐다. 이 액체만 사용하면 도서관을 비롯해 어느 곳이든 순식간에 깨끗해진다. 이른바 청소 만능도구다.

청소도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청소노동자가 로비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청소도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청소노동자가 로비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이 패턴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그렇게 청소를 계속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사수는 잠깐 쉬자고 한다. "학생, 잠깐 쉬고 해요!" 사수는 자판기에서 율무차까지 손수 뽑아줬다. 율무차를 마시며 수다 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사수의 1층 청소 동료인 임아무개씨도 함께했다. 대화 주제는 사수의 조카 걱정이었다.

"우리 조카가 나이도 많은데, 아직 군대를 안 갔어요. 빨리 가면 좋은데.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지. 자기보다 어린 동생은 벌써 제대까지 했는데, 어쩌면 좋아."

아줌마 수다를 마치고 청소를 재개하던 중, 사수가 입은 조끼에 OO환경이란 로고가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로고에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광운대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데, 왜 광운대 소속이 아니고, OO환경 소속일까?'

그동안 광운대는 학내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해왔다. 현재 선정된 업체는 내 사수의 조끼 로고에서도 봤듯이 OO환경이다. 사수를 비롯한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업체(OO환경)와 새벽마다 나와서 일하는 곳(광운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청소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고, 매년 반복 갱신한다.

유리창을 걸레질하는 데 순간 살얼음이 피어났을 정도로 새벽 공기는 찼다. 내가 유리문을 닦고 있다.
 유리창을 걸레질하는 데 순간 살얼음이 피어났을 정도로 새벽 공기는 찼다. 내가 유리문을 닦고 있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나는 도서관 로비의 유리문을 닦기 시작했다. 그사이 사수는 동료와 영화상영실을 청소했다. 유리창을 닦는 것은 의외로 고됐다. 창이 깨끗해질수록 팔 힘도 동시에 떨어졌다. 여러 군데에 지문이 마구잡이로 묻어 있던 게 손걸레로 싹싹 문지르고 또 문지르니 차차 사라져갔다. 유리 하나를 닦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 와서 보니, 청소도 '장인의 손길'이 필요했다. 도서관 청소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하나같이 청소 스킬과 순서를 잘 지켜야 청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됐다.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공간'을 청결하게 청소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서를 무시하는 순간 근무시간은 덩달아 늘어나고, 힘만 더 들게 된다.

청소노동자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무표정한 학생이 도서관 정문을 힘차게 연다. 도서관 찾은 첫 학생이다. 한손에는 9급 공무원 수험서를 들고 있다. 그 학생과 눈이 마주쳤는데,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감정이 생기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됐다. 왜 그런 행동이 나왔을까. 오늘만큼은 당당한 노동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청소노동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듯하다. 다시 몰래 뒤돌아서 보니, 그 학생은 내가 도서관 청소를 하는 게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청소는 오전 8시께 끝났다. 3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원래는 새벽 5시가 아니라 오전 6시까지 출근이다. 그런데도 청소노동자들이 새벽에 출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교시(오전 9시) 수업 전까지 청소를 다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가 끝나니 밥 먹으라고 재촉하듯 허기가 졌다. '꼬르륵 꼬르륵' 장이 요동쳤다. 청소노동자들도 때마침 각 층에서 청소를 마치고 한 명씩 휴게실로 돌아왔다. 나는 천장이 낮은 것도 모르고 휴게실에 무심코 들어가다 머리를 찧을 게 뻔했다. 계단 밑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휴게실은 청소노동자 6명과 내가 앉자 꽉 찼다. 건물의 가장 어둡고 불편한 곳이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던 것이다. 이곳이 휴게실인지 제대로 아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새벽 청소를 끝내고 모두 모인 청소노동자들은 좁은 휴게실에서 각자 챙겨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는다. 휴게실 안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새벽 청소를 끝내고 모두 모인 청소노동자들은 좁은 휴게실에서 각자 챙겨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는다. 휴게실 안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 이영탁

관련사진보기


모두 모인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에서 각자 챙겨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었다. 사수는 내가 혹시나 굶을까봐 내 도시락도 싸왔다. 순간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이때만큼은 엄마와 아들의 관계나 다름없었다. 볶은 김치부터 고등어조림까지 진수성찬이었다. 밥도 꿀맛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노동자들은 아침과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밖에 있는 '회사식당'을 이용했다. 이 식당은 회사가 살림집을 개조한 얼치기 공간인데, 8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식사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은 관계로 각각 교대로 밥을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교대시간을 맞추려고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했고, 제공받은 식사의 질 또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청소노동자들 입장에선 도시락을 싸 와 먹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좁은 휴게실을 은은하게 채워나갔다. 나는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청소 후유증을 달랬다. 잠시 화장실을 가려고 휴게실을 나와 보니, 도서관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한다. 경비노동자는 밖에 나와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한다. 학생들도 도서관을 출입한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도서반납 업무를 담당하는 사서와 근로장학생들은 근무준비를 하고 있다. 도서관은 맨날 그래왔던 것처럼 가장 청결한 상태에서 학생과 직원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을까

학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새벽에 다 끝내지 못했던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다.
 학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새벽에 다 끝내지 못했던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나는 어느새 청소에 익숙한 몸이 됐다. 노동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새벽에 다 끝내지 못했던 유리창 닦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날은 새 학기 첫 날, 오전 11시 즈음 학생들이 물밀 듯 도서관을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길을 청소하고, 땅에 떨어진 쓰레기 줍는다. 무엇에 홀린 듯 계속해서 더러운 데를 찾아 나섰다. 급수대 주변을 닦고, 휴지통을 비우고, 화장실에 떨어진 휴지를 채워놓는다.

휴게실에 다시 들어오니, 사수는 '맷돌 갈기'를 진행했다. '맷돌 갈기'는 조금 남은 휴지를 다른 휴지에 맷돌 돌리듯이 마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데, 사수가 붙인 별칭이다. 남은 휴지를 곧바로 버리지 않고 알차게 재활용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청소노동자들의 지혜가 담긴 또 다른 특급비법이었다. '맷돌 갈기'를 하는 도중에도, 학생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휴게실은 '쿵쾅쿵쾅' 울려댔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맷돌 갈기'를 한다. '맷돌 갈기'는 조금 남은 휴지를 다른 휴지에 맷돌 돌리듯이 마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데, 내 사수가 붙인 별칭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맷돌 갈기'를 한다. '맷돌 갈기'는 조금 남은 휴지를 다른 휴지에 맷돌 돌리듯이 마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데, 내 사수가 붙인 별칭이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오후 3시가 됐다. 드디어 퇴근시간이다. 화장실부터 로비까지 더러운 데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휴게실로 들어온 구 사수는 이제 퇴근 준비를 한다. 옷을 갈아입은 구 사수와 나는 휴게실을 나섰다. 노동자에서 다시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되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학생, 오늘 수고했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사수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루 청소했다고 내 모습은 꾀죄죄했다. 하루 만에 엄청 늙은 것 같았다. 집에 오니, 온몸이 쑤셔댔다. 사수에게 계속 괜찮다고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청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고된 노동을 체험하고 나니,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과연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청소를 하고 있는 걸까.

노동의 가치는 정직의 정도로 계산해야 한다는, 내가 아는 어느 육체노동자의 이야기대로라면 이 물음의 답은 '아니다'이다. 청소노동자와 하루하루를 함께하는 빗자루는 내가 말하려던 답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태그:#청소노동자, #광운대, #중앙도서관, #노동, #르포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동자의 삶을 그리는 기록노동자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재해, 사고, 폭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