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레코드 박승용 대표

토이레코드 박승용 대표 ⓒ 이종성


작년 여름, 1990년대 가요만을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애플리케이션 '길보드.넷'을 운영하는 박승용 대표와 인터뷰(8월 3일)를 가졌었다. 지상파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90년대 활약했던 가수들과 노래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이 애플리케이션 역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릴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박 대표는 앱 사업 대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토이레코드'란 LP가게를 운영 중이었다.

'우리동네 판가게 박씨'란 이름으로 자신의 앱 스토어를 짓고 싶었다는 지난 인터뷰 내용은 LP 매장 오픈으로 현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만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박 대표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직접 만나봤다.

"LP붐은 거품? 기게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수요 많아"

- 음원 비즈니스를 하다가 LP매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엄밀히 말하면 현재 완전히 업종전환을 한 것은 아니다. 추억과 향수를 담은 아날로그 사운드의 상징인 LP를 사서 듣고 자란 한 사람으로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고,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음반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쩌다 보니 현실로 이루어졌다. (웃음)"

- 단순히 대표의 개인적인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 90년대 음악을 주로 다루겠다는 콘셉트는 초반에는 신선한 반응을 얻었지만, 기존 음악 전문 포털 사이트 외에도 무료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막강한 자본을 갖춘 신생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솔직히 기존 음악 사업만을 고집하기에는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고,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LP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어떤 분들은 전 세계적인 LP붐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는 '거품현상'이라고 지적하신다. 불과 두 달 좀 넘게 매장을 운영했지만 LP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예상보다는 많은 것 같다. 다만 LP를 듣기 위해 필요한 턴테이블 보유자들이 한정적이란 점이 불확실한 요소다. 다만 아날로그 사운드의 상징 LP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운영을 한다면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 같다."

- 홍대 부근에 인지도 높은 LP매장이 꽤 많다. 굳이 그쪽을 선택한 이유는?
"오랫동안 매장을 경영하고 계신 대표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홍대 상권에 LP와 CD를 접할 수 있는 업체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저도 이렇게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다만 토이레코드만의 색깔을 확실히 가져가야만 경쟁력이 생길 것 같다."

- 현재 어떤 음반들로 차별화를 두고 있나?
"우선 홍대란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는 EDM계열 LP, 영화음악 LP도 가능한 많이 소개하려고 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지만 음반 제작도 직접하고 있다. 희소성 있는 작품들을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가능한 많이 듣고 싶다."

"구하고 싶었던 LP에 감격하는 손님들 보면 뿌듯"

- 레코드숍을 방문하는 고객층과 그 반응은 어떤가?
"20대 초 중반 연인들이 주요 방문고객인데 LP와 턴테이블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많이 갖는 것 같아서 그분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무척 재미있다. 40대 중반 이상 중년 고객들은 반가움을 가장 크게 표현하신다. 다시 턴테이블을 구입하시겠다는 분들도 상당수였다."

- 새내기 LP 매장 운영자로서 애로사항이 있나?
"무척 많다.(웃음) 소위 인기 상품이나 구색 타이틀을 제대로 구비해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미처 없는 음반을 주문하시는 고객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좀 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놓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 한다."

- 보람된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젊은 분들이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기 위해 LP를 구매하거나,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나 후배를 위해 LP를 사는 고객의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특히 꼭 구하고 싶었다는 음반을 보고 감격스러워 하는 분들도 더러 계셔서 이 일 시작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앞으로 좀 더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려고 하나? 
"비록 짧은 기간 일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음반과 손님들이 찾는 상품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음반은 철저한 기호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매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의 니즈(Needs)의 확률을 높여나가고 싶다."

- LP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상당기간 LP를 찾는 수요가 현저히 줄었을 뿐 LP시장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연령층 분들이 LP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고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저 역시 LP를 사서 듣던 한 사람으로서 막연하게 품고 있던 꿈을 어쩌다 보니 이루게 되었다. 이제 겨우 두 달여 밖에 안 된 음반가게 아저씨이지만 좋은 음반들을 가능한 많은 분들께 전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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