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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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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7일 단행한 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둘러싸고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 실장 내정 사실을 최종 발표하기까지 일부 언론의 오보가 이어지는 등 인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유력한 신임 비서실장 후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 멤버인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인터넷판에 현 회장이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이후 정치권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후임으로 현 회장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일부 언론들은 '사실상 내정'이라는 속보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 내에서 현 회장 내정설과 관련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것 같은데 비서실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이후 언론들의 보도는 '사실상 확정'에서 '유력'으로, 또 '현명관 급부상'으로 표현 수위가 내려갔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현명관 내정설 오보 인정한 <조선>의 또 하나의 단독

<조선>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청와대 발표를 40분 정도 앞두고 자사의 앞선 보도를 뒤집는 또 하나의 단독 기사를 인터넷판에 올렸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이, 새 국정원장에는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이 내정됐다는 내용의 기사로 청와대 발표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현명관 내정설을 보도한 지 불과 3~4시간 만에 전혀 다른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현명관 회장을 내정했다가 결격 사유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여당의 반대로 이병기 실장으로 급선회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여당이 반대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에 휩싸였던 정윤회씨의 딸이 과거 마사회 소속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 마방을 사용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이다. 마사회장을 맡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현 회장이 비서실장에 기용될 경우 비선 논란이 재점화될 수밖에 없다.

또 현 회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친동생의 금품 살포 의혹으로 한나라당 공천이 박탈된 전력도 있다. 게다가 이완구 국무총리의 병역면제에 대한 비판이 높았는데 현 회장 본인은 물론 장남까지 병역을 면제받아 병역 회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거론된다. 현 회장은 고령을 이유로, 장남은 미국 유학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한 끝에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아주 민감한 사생활 의혹까지 나돌았다.

여권에서는 현 회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될 경우 이런 문제들이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청와대 인사 예고하고도 인사 서류 준비도 못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선을 발표하기 직전 생중계 방송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선을 발표하기 직전 생중계 방송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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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병기 실장 내정을 서둘렀다는 정황도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미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장 인사를 오후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미 박 대통령의 결심이 섰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인사를 발표하고 2시간 가까이 흐른 뒤에도 이병기 실장 인사발령과 관련된 서류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민 대변인은 오후 4시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임명장 수여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사발령은) 오늘자로 할 수 있도록 지금 서류를 꾸미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래 계획한 대로 인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의 두 번에 걸친 단독 보도, 청와대의 준비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청와대가 '플랜 A'로 현명관 회장을, '플랜 B'로 이병기 국정원장을 기용하는 안을 마련해 놓았다가 결국 후자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현 회장도 내정설을 부인했다.

현명관 회장은 새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이 내정됐다는 발표가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내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청와대 측에서 따로 통보 받은 것은 없다. 연락 받은 적이 없는데 2~3일 전부터 갑자기 언론에 등장해서 곤혹스러웠다"라고 덧붙였다. 현 회장도 이날 가까운 지인과 한 통화에서 "비서실장을 내정받은 바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태그:#현명관, #이병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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