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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의 후임에 이병호(75) 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2차장을 발탁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병호 내정자는 26년간 국정원에서 국제국장과 2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하고 주미공사,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을 역임해 국제 관계에도 정통한 분이다"라며 "강직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조직 내에 신망이 두터워 국가정보원을 이끌 적임으로 판단했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 내정자는 지난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나 교통고와 육사(19기)를 졸업했다. 군에서 예편한 뒤에는 중앙정보부(중정)에 들어가 주미참사관(1977년)과 안기부 국제국장(1988년), 주미공사(1990년) 등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박정희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20여 년 간 안기부에서 근무했다. 안기부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주로 해외정보업무를 전담해왔고, '미국 정보'에 강해 '미국통'으로 통한다. 

특히 지난 1987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주한미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안보학 석사)를 받았다. 핵문제를 브리핑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김영삼 정부에서 안기부 제2차장(해외정보 담당)을 맡았다. 2차장 임무를 끝낸 뒤에는 주말레이시아 대사(1997년)와 외교통상부 본부대사(2000년)로 활동했다. 안기부 출신이 '특임 공관장 제도'를 통해 대사로 영전한 '특별한 경우'다.

'특임 공관장'이란 외교부가 외교 능력 강화를 위해 특정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이 있는 사람을 특별 채용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 내정자는 주변에서 "말수가 적고 행동이 신중하지만 합리적이고 인화를 중시해 주변에 따르는 후배가 많다" "안기부에 근무하는 동안 특정 인맥에 포함되지 않고 업무에 충실했다" 등 후하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인 국정원 개혁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개혁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이 내정자는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울산대 초빙교수(정치외교학과)를 지내며 후학들을 양성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09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 공모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과 <동아>, <문화>, <독립신문>, <코나스> 등 보수매체에 칼럼을 쓰며 자신의 보수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3년 10월 17일자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국내정보파트 해체와 대공수사권 박탈 등 야당의 국정원 개혁안을 두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고문 끝부분에 "이 판국에 국정원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흔드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다"라며 "민주당도 이젠 댓글사건의 미련을 접고 진정한 국가정보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불법 대선개입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던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 진상규명 흐름에 '국정원 강화론'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12일자 <문화일보>에 쓴 칼럼에서도 "국정원을 대상으로 불거진 세월호 관련 의혹 제기와 매도는 지나치게 터무니없다"라며 국정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안보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다. 국정원의 무력화를 줄기차게 노려 온 북한을 결과적으로 돕는 셈도 된다"라고 썼다. 

그는 지난해 6월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국정원장에 내정된 직후 같은 매체에 쓴 칼럼에서 "이병기 새 원장 지명자는 황장엽 씨의 망명을 진두지휘한 정보 경륜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외교적 경륜도 갖췄다"라며 "국정원장으로서 훌륭한 리더십이 기대되는 이유다"라고 추켜세웠다(2014년 6월 11일).

한편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은 국정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무시한 실망스러운 인사다"라고 논평했다.


태그:#이병호, #국정원장, #이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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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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