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녀시대 멤버를 못 외우시나요? 혹시 윤종신을 개그맨으로 알고 있진 않나요? 설마...<삼시세끼> 잭슨이 그 마이클 잭슨인 줄 아시는 건 아니죠? 하루하루 생겨나는 스타와 신조어로 가득찬 연예기사 읽기가 버거운 세상, '연예'를 잘 모르는 운 분들께 친절하게 알려 드립니다. [편집자말]
1980년대 마초남, 1990년대 꽃미남, 2000년대 차도남,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해도 아직 '대세'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식스팩 복근이 없어도, 주차권을 입에 물고 폭풍후진을 하지 못해도 섹시한 남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신조어 '뇌섹남'이 회자되고 있다. '뇌가 섹시한 남자'다.

언뜻 '지적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혹은 '엄친아'를 말만 바꾼 것 같지만, 결이 좀 다르다. 단순히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사고를 가지고 피력할 줄 알면서도, 꽉 막히지 않고 유머와 센스를 겸비해야 비로소 섹시미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논객으로서 주목을 받은 평론가 진중권, 허지웅과 음악하는 사람이 똑똑한데 웃기기까지 한 유희열, 성시경 등이 '뇌섹남'으로 불리고 있다.

'엄친아'도 풀지 못해 쩔쩔 매는 '뇌풀기' 문제?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출연진. (왼쪽부터) 타일러 라쉬, 이장원, 하석진, 전현무, 김지석, 랩몬스터.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출연진. (왼쪽부터) 타일러 라쉬, 이장원, 하석진, 전현무, 김지석, 랩몬스터. ⓒ CJ E&M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는 전현무, 하석진, 김지석, 이장원(페퍼톤스), 타일러 라쉬, 랩몬스터(방탄소년단)를 '뇌섹남'으로 내세웠다. 이들에게 수학, 과학, 언어, 논술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엉뚱한 질문을 주고 답을 찾는 과정을 예능으로 담은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일단 스펙이 강조돼 있다. 방송인 전현무는 조선일보-YTN-KBS에 입사하며 언론고시 3관왕을 이뤘고, 배우 하석진은 데뷔 때부터 한양대 공대 출신으로 유명했으며, 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배우 김지석은 영어와 독어 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룹 페퍼톤스의 이장원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비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평가받은 미국인 타일러 라쉬는 세계적 명문 시카고대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유일한 20대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는 모의수능 상위 1% 성적을 받은 IQ 148의 수재다. 

이런 뇌를 타고나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방송에서 그들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단순히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26일 열린 <뇌섹시대>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이 직접 기자들에게 낸 연습문제는 '초록색일 때 멈추고 빨간색일 때 움직이는 것은?'이었다. 녹화 당시 출연진 모두 10초 안에 풀지 못했지만, 1초도 안돼서 누군가 맞혔다. 전현무는 '횡단보도'라는 뻔한 오답을 외쳤고,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접근한 이장원은 '인생'이라고 했지만, 정답은 '수박'이었다. 어쩌면 공부만 하던 머리로는 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첫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던져진 질문은 '여자친구와 왜 헤어졌습니까?'. 실제로 대기업 S전자 입사면접 당시 출제됐다는 이 문제를 두고, "주입식 교육의 총아" 전현무는 "정답이 없어 충격이었다"고 토로했다. 상류층 영어를 구사한다고 소개된 김지석은 전현무가 "그나마 믿고 의지하는 친구"라고 할 정도로 허당의 모습을 보였다. "얼굴만 인도수학자"라는 이장원도, "당 떨어진다"고 고백한 하석진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질문들 앞에 쩔쩔 맸다.    

 26일 열린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제작발표회 당시 전현무는 김지석의 허당기를 두고 "왜 우리 프로그램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경력을 확인해 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제작발표회 당시 전현무는 김지석의 허당기를 두고 "왜 우리 프로그램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경력을 확인해 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 CJ E&M


<뇌섹시대> 연출을 맡은 이근찬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세상을 살며 접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해보는 토크쇼"라고 설명하며 "시청자도 함께 생각하고 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니까 타고난 천재가 아니어도 뇌를 부지런히 굴리는 근력운동을 통해 누구나 뇌섹남이 될 수 있다는 것. '공부벌레'가 되는 것과 '뇌섹남'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섹시한 곳이 없으니 뇌라도 섹시하면 감사하다"는 이장원의 말처럼 뇌섹남은 겉치레가 아닌 새로운 매력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를 상징한다. 물론 뇌'만'이 아니라 뇌'도' 섹시하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조금 불편한 진실이고, 외모가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만으로 어필할 수 있는 '뇌섹녀'들의 시대도 도래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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