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부-LG '비켜' 26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동부 김주성이 수비를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프로농구 동부-LG '비켜' 26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동부 김주성이 수비를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NBA(미 프로농구)에서 활약중인 팀 던컨(211cm)은 대표적 '회춘' 스타로 불린다. 1976년생인 그는 한국나이로 40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그가 있기에 여전히 우승후보로 꼽힌다.

지난 시즌에도 드웨인 웨이드-르브론 제임스-크리스 보쉬의 ´슈퍼 트리오´로 무장한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에서도 강하지만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 접어들수록 더욱 강한 위력을 뿜어내는 팀이 샌안토니오다.

다국적군으로 불리는 샌안토니오는 토니 파커(33·프랑스), 마누 지노블리(38·아르헨티나), 카와이 레너드(24·미국) 등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연합군을 만드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비롯해 케빈 듀란트-러셀 웨스트브룩-서지 이바카가 이끄는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앤서니 데이비스의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등 강한 팀들은 얼마든지 많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샌안토니오가 NBA의 산왕, 끝판대장 등으로 불리는 데는 던컨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데뷔 이래 샌안토니오 한 팀에서만 꾸준히 뛰고 있는 던컨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동료들을 강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특별히 화려하거나 엄청난 기록을 쏟아내지는 않고 있으나 그 대신 공수에서 꾸준한 밸런스를 만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팀 샌안토니오의 견고함을 유지시켜주고 있다는 평가다.

던컨은 최근 몇 년간 '마지막(last)', '나이 들었다(old)'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이러한 우려와 예상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있다.

KBL판 던컨, '김주성'의 진화는 계속된다

무대를 국내로 옮겨 KBL판 던컨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원주 동부의 베테랑 파워포워드 김주성(36·205cm)을 지목할 것이다. 던컨이 그랬듯 데뷔 이래 동부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그는 언제부터인가 노장소리를 달고 산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4번의 위력을 보여주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김주성이 입단하기 전까지 동부는 강하기는 하지만 우승을 노리기에는 힘든 전력이었다. 때문에 항상 6강 혹은 4강에서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는데 그의 입단 이후 동부는 늘 우승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서장훈이 화려한 '슈팅형 센터'라면 김주성은 전형적인 '블루 워커형 빅 맨'이다.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에 와서는 주로 파워포워드로 뛰고 있지만, 골밑을 탄탄하게 지켜주고 궂은일을 잘한다는 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김주성의 가치는 서장훈과 달리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김주성은 '런닝 빅 맨'이라 불릴 정도로 기동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205cm의 신장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는 탓에 상대 입장에서는 매우 버거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신이 직접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도 언제나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동료들에게 찬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김주성은 서장훈과 달리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파워형-득점형-수비형 등 어떤 스타일과도 잘 융화가 된다. 스스로 팀에 자신을 맞출 수 있기에 감독 입장에서도 팀을 운영하기가 매우 편한 유형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주성은 올 시즌 또다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날카로워진 중거리 슛의 비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고감도 3점 슛까지 펑펑 터트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시도 자체를 거의 안하거나 10경기에 한 개꼴로 시도했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3경기에 한 개 정도를 성공시키고 있다.

높은 점수를 줄만한 사항은 시도가 아닌 성공률이다. 김주성은 34.3%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어지간한 외곽슈터 못지않다. 자주 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이 정도 성공률이라면 그가 외곽으로 빠졌을 때 충분히 상대 수비를 긴장시킬 수 있다.

김주성은 충분히 고감도 외곽 슛을 펑펑 터트릴 수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궂은 일 위주로 플레이하고 외곽은 확실한 경우에만 시도한다. 여전히 "나는 수비형 빅 맨이다"며 골밑자원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 김주성에게 관심사는 기록이 아니라 팀이 이기는 방향일 뿐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한결같은 빅 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모범생 김주성이 소속팀 동부를 또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주성 3점슛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