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포스터

`위플래쉬` 포스터 ⓒ (주)에이든 컴퍼니


최근 진행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남우주연상, 편집상, 음향상)을 수상한 <위플래쉬>는 그간 음악 영화에선 잘 다루지 않았던 재즈 드럼을 중심으로 무자비한 교육 방식의 선생 vs 신참 학생 드러머가 지닌 광기(狂氣)를 스크린 속에서 폭발시킨 작품이다.

위대한 재즈 드러머를 꿈꾸며 명문 세이퍼 음악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앤드류 (마일즈 텔러 분). 하지만 현실은 학교 내 고만고만한 실력의 밴드에서 조차 드럼 보조 역할에 머물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플래처 교수(J.K 시몬스 분)에 의해 학교 상급생 중심의 밴드로 발탁되지만 주전 드러머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기자 주 : 학교마다 교습 방식이 다르긴 하나 각 클래스 별로 밴드를 구성, 이를 토대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상급생 중심의 실력 상위 클래스 밴드에게 학교 대표로 각종 외부 유명 경연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상위 밴드 합류가 학생 입장에선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각종 폭언은 기본이고 손찌검 등 폭행도 서슴치 않는 플래처 교수의 교습 방식을 겪으며 '순둥이 드러머' 앤드류도 점차 혹독한 연습 속에서 또 다른 플래처로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경연 대회 출전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극중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위플래쉬`의 한 장면

`위플래쉬`의 한 장면 ⓒ (주)에이든 컴퍼니


<위플래쉬> 속 선생-학생의 모습은 여타 작품의 사제 관계와는 사못 다르다. 사랑과 애정으로 학생들을 다독거리는 교과서적인 선생이 아닌, 독설과 오만, 그리고 뉴스 속 폭력 교사와 다를 바 없을 만큼 자신만의 철학으로 최고의 연주인을 만들겠다는 플래처 교수는 제목 그대로 '채찍' 그 자체다.

하지만 영화는 이렇듯 상식 밖에 놓인 선생에 대한 평가를 직접 내리진 않는다. 신예 감독 다미엔 차첼레는 그를 미화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으면서 그 몫은 관객에게 맡긴 채 100여분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오히려 이런 점이 여타 음악 혹은 교육 영화와는 차별화된 <위플래쉬>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JVC 재즈 페스티벌 연주 장면은 역대 음악 영화 최고의 엔딩으로 봐도 좋을 만큼 압도적이다.

이 영화에선 극중 플래처 교수 역을 맡은 J.K 시몬스(<스파이더맨> 3부작)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비롯한 미국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쓸며 뒤늦게 할리우드 화제의 배우로 떠올랐다. 

이밖에 주인공 앤드류 역을 맡은 신예 마일즈 텔러(<다이버전트>)는 프로 연주인 못잖은 혼신 어린 드럼 연주를 통해 시몬즈의 명연에 결코 밀리지 않는 패기 넘치는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3월 12일 개봉.

영화 속 재즈 드럼의 세계

 버디 리치 `Keep The Customer Satisfied` 표지

버디 리치 `Keep The Customer Satisfied`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버디 리치 (1917~1987)

극중 앤드류가 롤모델로 삼은 전설의 재즈 드러머. (덕분에 극중 그의 연주 영상, 사진, 음반 등이 자주 등장한다.) 토미 도시 오케스트라 멤버를 시작으로 엘라 핏제랄드, 루이 암스트롱,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 당대 최고 뮤지션들과의 협연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게다가 특유의 입담을 바탕으로 자니 카슨쇼, 프랭크 시내트라 쇼 등 인기 토크쇼에 자주 출연,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주며 단순한 사이드맨이 아닌, 드러머도 스타 뮤지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극중에서 플래처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피드, 정확성, 리듬감 등을 모두 갖춘 연주인으로 평가되며 후대 재즈/록 드러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위플래쉬>의 마지막 10여분을 장식하는 명곡 '카라반(Caravan)' 역시 버디 리치의 주요 레파토리 중 하나였으며 1961년 발표된 음반 <블루스 카라반(Blues Caravan)>에 수록된 버전에선 영화 속 연주를 압도하는 실제 그의 현란한 드러밍을 감상할 수 있다.

◆ 드럼의 역할/중요성

일반적으로 드럼은 베이스와 더불어 리듬을 책임지면서 뒤에서 묵묵히 밴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컬/기타/건반 연주자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무대 뒷 편의 숨은 조력자 몫을 해야 한다.  하지만 드럼 파트가 흔들린다면 밴드는 그대로 무너질 수 있기에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자면 척추 같은 존재가 바로 드럼이기도 하다. 

특히 사전에 치밀하게 작업된 편곡 작업을 기반으로 철저히 약속된 연주 플레이가 생명인 빅밴드(10여명 이상의 대규모 멤버 구성)에선 드러머의 역량에 따라 팀의 색깔이 좌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즈 드러머 크리스 바가 (2011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재즈 드러머 크리스 바가 (2011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 김상화


드럼의 구성

드럼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2개의 심벌, 1개의 하이햇(작은 크기 심벌 2개를 포개 놓은 모습) 2개의 탐탐 드럼(작은 북), 플로어 탐 (중간 크기 작은 북), 스네어 드럼(제일 작은 북), 그리고 1개의 베이스 드럼(큰 북)이다. 

여기에 팝/퓨젼/록 음악으로 장르를 옮겨가면서 필요에 따라 구성이 추가된다. (왼손잡이의 경우, 악기의 세팅이 좌우 대칭으로 바뀌게 된다.) 

드러머에 따라선 각기 애용하는 부분이 다른데 스튜워트 코플랜드(더 폴리스)는 심벌을, 故 제프 포카로(토토)는 하이햇을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헤비메탈 등 육중한 파괴력이 필요한 장르에선 2개의 큰 북을 배치하는 `투 베이스 드럼` 세팅이 일반적이다. 

한편 재즈 쪽에선 곡에 따라선 기존의 스틱(채) 대신 브러쉬(붓)를 활용한 부드러운 연주를 선사하기도 한다. 한때 1980년대 중반에는 뉴웨이브/일렉트로닉 팝 장르를 중심으로 전자 드럼이 종종 애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프로그래밍 사운드 등에 밀리며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위플래쉬 재즈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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