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정대훈 2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정대훈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정대훈 지난 2014년 8월 2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정대훈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투수진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우완·좌완·잠수함·정통파·기교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실제로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당연히 투수진을 운용하는 데 있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3년 연속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투수진의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다. 특히 잠수함 투수의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전성기가 한참 지난 불혹의 임경완을 영입했을까.

그런 한화에 기대되는 잠수함 투수가 등장했다. 그렇다고 신인이나 프로 경력이 일천한 유망주는 아니다. 프로 입단 8년, 올해로 31세가 된 늦은 나이에 비로소 빛을 보려 하는 정대훈이 그 주인공이다.

교통사고 불운 극복한 독수리 군단의 잠수함 유망주

경남상고(현 부경고) 출신의 정대훈은 고교졸업 당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당시 경남상고의 에이스는 정대훈이 아닌 좌완 정우람(SK 와이번스)이었기 때문이다. 정우람은 2차 2순위로 SK에 지명됐다.

동의대에 진학한 정대훈은 대학 무대에서 기량을 쌓은 후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순위(전체 39번)로 한화에 지명됐다. 지명순위나 계약금(5000만 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아주 각광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정대훈은 2008년 2경기에 등판하며 프로의 세계에 입문했지만, 2009년 여름 빗길에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시즌 아웃은 물론 선수생명까지 위태로웠던 큰 사고였다.

하지만 정대훈은 좌절하지 않았다. 착실한 재활 끝에 그 해 경찰청 시험에 합격, 군복무를 하면서 착실하게 경기 경험을 쌓았다. 정대훈은 군복무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87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부상을 빨리 털어냈다.

정대훈은 전역 후 복귀시즌이었던 2012년 16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고, 2013년 9월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감격적인 프로데뷔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정대훈은 그 해 3.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암울한 한화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리그에 몇 남지 않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 정대훈은 위력적인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두둑한 배짱은 1군 경력이 적은 투수치고는 매우 인상적이다.

연습경기 무자책 행진, 야신에게 '찜' 당한 남자

작년 시즌 한화를 이끌었던 김응용 전 감독은 정대훈이 내심 필승조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프로야구를 휩쓸고 간 타고투저의 태풍은 한화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고 정대훈 역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작년 시즌 34경기에 등판한 정대훈은 42.1이닝을 던지며 3승 2패 1세이브 7.23의 부진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고, 팀 내 잠수함 투수 중 최다승을 올리는 등 소득도 적지 않았다.

작년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부터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에게 집중 조련을 받은 정대훈은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았다. 그리고 훈련의 결과는 스프링캠프의 연습경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정대훈은 자체 홍백전을 제외한 지난 3번의 연습경기를 통해 4경기에서 2피안타 무자책 행진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즈 2군과 SK를 상대로는 노히트 피칭을 펼칠 정도로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

물론 연습경기의 결과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수년 간 1군보다는 2군이 더 익숙했던 무명 투수가 팀 내의 그 어떤 투수보다 뛰어난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와 SK 감독 재임 시절 김기덕, 성영재(이상 은퇴),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등 잠수함 투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정대훈이 시즌 개막 후에도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이어간다면 1군에서 충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긴장감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그런 김성근 감독이 정대훈에게는 '스프링캠프의 소득'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야신의 눈을 사로잡은 것만으로도 정대훈은 성공적인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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