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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만 하라. 그리하면 살리라'

무슨 사이비 종교의 외침 같지 않은가. 그렇다. 그래야 맞다. 그러나 이는 국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거짓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의 말을 거꾸로 들으면 산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들으면 죽는다. 사이비 종교에서나 있을 법한 논리를 국가나 대통령에게 적용해야 하다니.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있다. 놀랍게도.

독자들 중에는 아마 북한이나 그 어떤 미개 국가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아니면 지독한 독재국가를 떠올리든지. 그러나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바로 대한민국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이야기다.

당당한 민주공화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이 정권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닌 나라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주권이 정권에 있고, 그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살상을 지켜보며 손발을 놓고 있어야 했던 진짜 주인인 국민들의 아픈 이야기가 유독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대통령의 거짓말... 반대로 한 사람만 살았다

<국가의 배신>(도현신 지음 / 인물과지성사 펴냄 / 2015. 1 / 250쪽 / 1만3000원)
 <국가의 배신>(도현신 지음 / 인물과지성사 펴냄 / 2015. 1 / 250쪽 / 1만3000원)
ⓒ 인물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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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몸서리쳐지는 이야기를 역사적 추적을 통해 규명한 책이 있다. 도현신의 <국가의 배신>(2015, 인물과지성사)이 그것이다. 저자는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이라는 부제를 달아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국가가 저지른 잔인한 학살과 거짓말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언론인 이사도어 파인슈타인 스톤이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평론이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 유독 많았다. 차라리 스톤의 말을 알았다면 살았을 텐데, '정부가 거짓말을 하겠어?'라며 나라를 굳게 믿었던 사람들이 죽음에 내몰리거나 빨갱이가 되기도 하고, 학살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6·25 때 이승만 대통령의 거짓말은 그 으뜸일 것이다. 요즘 뉴라이트 집단이 건국의 아버지라며 그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떠드는 그 이승만 말이다. 6·25 전쟁이 터지자 연일 매스컴은 (있지도 않은) 승전보를 알렸다. 이승만은 미국 대사 존 무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한 이튿날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 그는 대전에서 이런 거짓말 방송을 했다.

"정부는 대통령 이하 전원이 평상시와 같이 중앙청에서 집무하고 국회도 수도 서울을 사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일선에서도 충용무쌍한 우리 국군이 한결같이 싸워서 오늘아침 의정부를 탈환하고 물러가는 적을 추격중이니 국민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고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직장을 사수하라"- <국가의 배신> 24쪽 중에서

이승만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고 서울에 남은 이들은 부역자나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가거나 싸늘한 시신이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사건은 지난해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도 있었다. 선장과 고위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자신들은 구명정에 올라타 탈출했다. 결국 300여명의 승객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거나 행방불명되었다.

이승만의 방송이든, 선장의 방송이든 그 반대로 한 사람들은 다 살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모른다. 선장은 자신이 빠져나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면, 이승만은 자신이 이미 빠져나와서 거짓말을 했으니 그 죄질로 보면 선장보다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로 시작한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의 사과(?)로 유명하다. 그러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책임진 사람도 없고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유가족들은 지금도 여전히 거리에 내몰려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학살하다

영화 <실미도> 스틸 컷
 영화 <실미도> 스틸 컷
ⓒ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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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보며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했다. 맞다. 국민을 내팽개치는 국가는 나라도 아니다. 6·25 때 이승만 정권은 국민방위군이라는 미명 아래 선량한 국민을 강제 징집했다. 무려 그 수가 100만 명이었다. 중국군의 인해전술을 막아보자는 의도였는데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굶어죽고 병들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수가 수십만 명이 이른다. 국가가 국민을 끌어다 생매장한 꼴이다.

박정희 때 북파 공작원으로 특수훈련 중이던 실미도 부대(684부대)원 서울난입 사건은 더 치를 떨게 한다. 죄수들의 죄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공작원 훈련을 받고 김일성을 암살하는 임무를 주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협조하기로 했던 미국이 도와주지 않고, 당시 긴장완화 분위기로 박정희는 그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를 안 이들은 실미도를 탈출 청와대로 오는 도중 사살되거나 자폭했고 살아남은 이들도 사형되었다. 이때 박정희 정권은 그들이 무장공비라고 거짓말을 했다. 국가가 국민을 용도 폐기한 사건이다.

이승만 정권 때 국민보도연맹 사건도 국가에 의한 국민 학살 사건이다. 전쟁 때 공산당에 협조했어도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했다. 수십만 명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갔다. 전쟁 후 거창·산청 양민학살 사건은 더 잔인하다. 동네에 들어 온 북한군에게 음식을 줬다는 이유로 공비로 몰아 죽였다.

전두환 정권 때는 삼청교육대를 결성하고 범죄자들을 교화한다는 목적으로 군대의 훈련보다 더 강한 훈련과 학대를 자행했다. 실은 범죄자가 아니라 정권에 비협조적인 이들도 많았다. 마을마다 할당을 했기에 무고한 시민들이 끌려가 학대당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데, 후에 밝혀지기는 시체를 처리하는 공장(화장장)이 있었다고 한다. 전두환의 말대로 '인간교화'가 아니라 '인간 화장'이었던 것이다.

전쟁 때 적에 맞아 죽는 거야 나라를 위한 죽음이니 장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야말로 정권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인권을 유린하거나,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이제 국민은 정권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정권이 감독자가 아니고 국민이 감독자란 걸 잊으면 안 된다.

정권의 거짓과 학살... 국민만이 막을 수 있다

책에서는 김영삼 정권 때 한보를 필두로 줄줄이 부도를 맞을 때도 '한국경제는 튼튼하다'고 거짓말을 하다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사건을 '결정장애 국가의 최후'라고 꼬집는다. 또, 저축은행 연쇄부도 사건을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국가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정비 사업은 눈 가리고 아웅 한 사기극이라며 한반도 운하 사업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이 나라가 내가 사는 나라가 맞나?' 내 눈을 의심했다. 저자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혹은 잊었는지), 전두환의 광주학살 등은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책에 기록된 몇 가지 사건만으로도 치가 떨린다. 그러나 엄연한 역사적 사실들이다.

현재 진행형인 ▶ 2013년 8월 8일 세법개정안 발표, ▶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바다 '세월호' 침몰과 이후 대책, ▶ 2014년 9월 22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발표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거짓, '증세 없는 복지' 등의 공약(空約)의 공약(公約)화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의 거짓말과 국가의 잔인한 국민 학살, 더 이상 이런 것들이 이 나라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이는 깨어있는 국민밖에 없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가가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다 믿지 마라. 날카롭게 감시하고, 잘못되었을 때 거침없이 비판하고 반대하라'는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국가의 배신>(도현신 지음 / 인물과지성사 펴냄 / 2015. 1 / 250쪽 / 1만3000원)



국가의 배신 -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

도현신 지음, 인물과사상사(2015)


태그:#국가의 배신, #도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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