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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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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반쪽짜리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예상대로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장관급 4개 부처 수장을 바꾸는 소폭 개각은 이루어졌지만, 인적 쇄신의 핵심으로 꼽혔던 새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은 뒤로 미뤘다.

국무총리가 임명되는 대로 개각과 청와대 인적 개편을 발표하겠다는 청와대 구상이 빗나가고, 참신한 인물 대신 익숙한 친박(박근혜)계 정치인 기용에 그치면서 쇄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친박' 총리·부총리에 장관도 친박... 친위 체제 구축

이번 개각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의 입각이다.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에 이어 3선의 유기준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재선의 유일호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친박 친위' 체제가 들어서게 됐다는 평가다.

이완구 총리를 정점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내각의 삼두마차격이 모두 친박계 핵심 의원들로 채워졌다. 특히 새로 가세하게 될 유기준 의원은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유일호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 각각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충실한 인사들로 친위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들을 중심으로 집권 3년차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 비박계 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을 내각에 포진시킴으로써 당정 정책 조율 과정을 매끄럽게 이끌겠다는 의중도 담겼다는 평가다.

또 집권 3년차를 맞아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4대 구조개혁 등 국정 과제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초조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을 교체한 것도 3년차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통일준비와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반면 박 대통령의 인재 풀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인 외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인사를 발굴하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회심의 카드로 내세웠던 이완구 총리카드마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돼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현직 의원들을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야당에서는 "쇄신 없는 인사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11개월 한시 내각... 성과 낼 수 있을까

문제는 여당 현역 의원들을 대거 내각에 발탁함으로써 이 총리가 이끌게 될 2기 내각이 11개월 임기의 한시 내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총리를 비롯해 현재 내각에 참여 중인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이 내년 4·13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인 1월 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현재 이 총리를 비롯해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에 더해 유기준·유일호 의원까지 내각에 합세하게 되면, 총리 포함 18자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명이 현직 의원들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개헌 없이도 의원내각제가 구현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현재 이 총리 등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는 장관들은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출마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들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중폭 이상의 개각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총리 포함 11개월짜리 내각이 공무원들에게 영이 설 수 있을지, 또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총선 문제를 벌써부터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정치에 있어서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귀신도 웃을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라며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를 지금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김기춘 사퇴 못박은 청와대... 장고 들어간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 취임 후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완구 신임 총리가 대통령 옆에 앉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 취임 후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완구 신임 총리가 대통령 옆에 앉아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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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미뤄둔 청와대 개편도 그 내용에 따라 정치적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인사가 늦어지면서 인적 쇄신 의지에 대한 의심이 번지는 것을 우려한 탓인지 이날 김기춘 실장의 사퇴를 못박았다.

윤두현 수석은 "김 실장이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라며 "후임 비서실장은 설 연휴가 지난 후 적절한 시기를 택해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는데도 청와대 개편 시기를 늦춘 것을 두고 대안을 찾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설 민심을 살핀 후 남은 쇄신 기회를 쓰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장의 쇄신 카드를 신중하게 쓰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이완구 카드가 빛을 잃은 만큼 이 총리 취임과 이번 개각에 대한 설 민심을 살핀 후 후임 비서실장을 최종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군에서 새 비서실장을 발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완구 카드가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으면서 인적 쇄신 효과가 반감된 이상 박 대통령으로서도 민심을 달래고 변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게 됐다"라며 "비서실장 인선이 실패할 경우 박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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