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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쿨 1~2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가 지난 11일 열렸다. 이날의 법학고전은 존 롤즈의 <정의론>이었다.
 오마이스쿨 1~2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가 지난 11일 열렸다. 이날의 법학고전은 존 롤즈의 <정의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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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중 하나인 이 책을 <법학고전읽기2> 종강 텍스트로 선택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의에 대해 얘기할 때 이 책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한국사회도 물론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2월 11일 상암 DMC 오마이뉴스 대강의실에서 열린 마지막 강의에 조국 교수가 '소환한' 학자는 존 롤즈. 롤즈가 2002년에 타계했고, <정의론>이 1971년에 발행됐으니 지난 세 번의 강의에서 공부한 학자들(루소 몽테스키외 벡카리아)의 시대에서 꽤나 건너뛴 셈이다. 하지만 조국 교수는 그 징검다리 역할에 충실했다.

"우리가 공부한 네 권의 뿌리는 '사회계약론'이다. 오늘은 당대에 '사회 계약론'이 어떻게 '정의론'으로 나타났는지 보여주려 한다. 그것이 이번 강좌를 루소로 시작해서 롤즈로 마무리하는 이유다."

조국 교수는 롤즈의 어린 시절 일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소개했다. 

"롤즈는 삶 자체가 수도자와 같았다. 에이미 구트만(Amy Gutmann)은 그를 '성자(聖子) 존'이라고 불었을 정도다. 실제로 존 롤즈는 신학 공부를 하려다가 참전 이후 전공을 법학으로 바꿨다.

어린 시절 롤즈는 그의 철학 체계에 영향을 준 충격적 사건을 겪는다. 그가 디프테리아에 걸렸는데 동생 둘이 감염되어 죽고 자신은 살아남은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롤즈는 '생(生)과 사(死)'를 비롯한 삶의 우연성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든 빈자의 집에서 태어나든, 머리 좋게 태어나든 나쁘게 태어나든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일 뿐이다. 이것은 불평등의 개선과 관련한 롤즈 사상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와 맞닿아 있다."

조국 교수는 마이클 샌델 '정의 열풍'과 김보성 '의리 열풍'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존 롤즈의 <정의론>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발간을 계기로 '정의' 열풍이 불었다. 사람들 마음 속에 정의에 대한 열망을 보여 줬지만 우리 사회 정의 수준은 나아지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정의 열풍이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확히 말하면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정의의 한계를 얘기한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샌델의 전임자이기도 했던 바로 이 롤즈가 쓴 <정의론>에서 알려 준다."

이어서 김보성의 '의리열풍' 강의다.

"샌델이 사라지고 누가 왔느냐? 김보성이 왔다.(웃음) 샌델의 정의론에 열광하다 해결된 게 없으니 다들 허탈한 거다. 그래서 정의로 해결 안 되니깐 의리로 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법과 제도를 떠나서 사적으로 나한테 잘하고 챙겨줄 때 '의리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정의를 갈망하다가 정의가 법과 제도로 되지 않으니 의리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11일 열린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에서 존 롤즈의 <정의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11일 열린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에서 존 롤즈의 <정의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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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과 김보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정의가 처한 상황을 짚어본 조국 교수는 본격적으로 롤즈의 <정의론>에 대해서 파고 들었다. 롤즈는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롤즈)

이는 롤즈의 가장 유명한 테제다. 사회 제도는 '정의롭냐, 그렇지 않냐'를 맨 처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각자가 받아 마땅한 몫'을 받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런 정의 사회에 대한 지향은 롤즈의 유명한 '사고 실험'에 의해 뒷받침된다. 바로 '원초적 상태'다. 1강에서 배웠던 루소의 '자연 상태'에 유사한 개념이다. 조국 교수는 "롤즈는 우리가 원초적 상태에서 계약을 할 때 '어떠한 나라'에 대해서 합의를 했을까 묻고 있다"며 롤즈 사상이 루소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을 강조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질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베일(A Veil of Ignorance)'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사회 구조를 만들고자 할까? 여러분이 뭐가 될지 모른다고 할 때에 노예제에 합의하겠는가? 못한다. 자신이 노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제에 합의한다? 못한다. 왜냐 내가 노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우월제? 합의 안 된다. 내가 여성이 될 수 있으니까. 특정인종우월제도 안 된다. 내가 흑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원초적 상태에서 이루어진 계약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정의 원칙들이 정립된다.

정의의 제1원칙.
"각자는 다른 사람들의 유사한 자유의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한 체계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조국 교수는 정의의 제2원칙에서 롤즈 사상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하는데, 바로 다음 문장이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의 두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편성되어야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의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되고, 두 번째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이 결부되어야 한다."

조국 교수는 이 말을 쉽게 풀어서 얘기했다.

"최소 수혜자를 배려하는 불평등은 정의롭다."

오마이스쿨 1~2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가 지난 2월 11일 열렸다.
 오마이스쿨 1~2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마지막 강의가 지난 2월 11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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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롤즈 <정의론>의 문제의식을 확장해 최근 집권 여당 대표의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발언의 허구성을 짚어주고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학고전읽기2>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롤즈의 <정의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971년 쓰여진 롤즈 <정의론>은 2015년 대한민국에서 정의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정의는 추상적으로 옳은 것, 아름다운 것에는 답을 주지 못한다. 정의의 핵심은 사회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롤즈는 정의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말했다. 그것에 따라서 각자의 사회를 만들자.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다."

지난 1월 21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90여 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한 오마이스쿨 1~2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고전읽기2'>는 이날 강의를 끝으로 종강했다. 오마이스쿨은 촬영본 편집 제작을 거쳐 곧 온라인 강좌 <법학고전읽기2>를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 강좌 조국 교수 <법학 고전 읽기1> 바로 가기

조국 교수의 <법학고전읽기2> 종강 뒷풀이 풍경

<법학고전읽기2> 종강의 아쉬움을 달래는 조촐한 뒤풀이가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 지하 호프집에서 열렸다. 간단한 퀴즈를 통한 강좌 복습의 시간도 있었고 정답을 맞춘 수강생들에게는 조국 교수의 저서와 오마이스쿨 무료수강권, 브로마이드(강좌 홍보 포스터) 등의 선물이 주어졌다.(브로마이드 인기가 가장 많았다)

이번 강좌의 특이사항은 '원거리 수강생'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함평, 광주, 강진에서 매주 한차례씩 강좌 수강을 위해 버스와 기차에 오른 분들이 있었다. 광주(전라)에서 온 김지선씨는 "앞으로 형사정책을 공부할 계획인데, 조국 교수님의 학문 마인드를 닮고 싶었다"고 말했고 강진에서 온 박은자씨는 "사회적 기업 운영의 기본을 되새기는 데 이번 강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부자가 나란히 수업을 듣기도 했다. 아버지 방병진씨는 "조국 교수님께 수강하려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거나 이 강좌를 듣는 것 두 가지 밖에 없지 않은가. 서울대 입학은 어려울 것 같아 이 강의를 듣게 되었다"고 말해 주위를 웃게 했다. 방씨는 "무엇보다 아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이 말을 받은 아들 방재혁(고1)군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배웠고, 앞으로 할 공부의 안내자 역할을 이 강좌가 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 수강생도 있었다. 남편 우종용씨는 "교수님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고, 함께 공부한 아내(공무원)는 "법철학이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공직에 있으면서 나름의 철학이 필요했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강의 소감을 밝혔다.

<조국 '법학 고전읽기2'> 종강 뒤풀이에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수강생들의 소감에 답사를 하고 있다
 <조국 '법학 고전읽기2'> 종강 뒤풀이에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수강생들의 소감에 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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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강생들의 강의 소감을 경청한 조국 교수는 이렇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법학고전읽기1>에 비해 교재 내용이 어려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든 수강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줘 감사하다. '법학 고전'하면 실생활과 별 상관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17세기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고전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이다. 루소나 롤즈가 무슨 말을 했느냐, 그 지식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여러분이 루소이자 롤즈가 되어야 한다"

조국 교수는 수강생에게 <법학고전읽기3>에 대한 대략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조국 <법학 고전읽기2>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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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국, #롤즈, #정의론, #오마이스쿨,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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