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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승강기를 탑승하고 있다.
▲ 어색한 문재인-박지원 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승강기를 탑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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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당대회 때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박지원 의원과 만났다.

당 대표 경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한 두 사람은 서로 "죄송하다", "결과에 승복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미묘한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표와 박 의원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나 약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회동은 문 대표가 먼저 요청했고, 박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문 대표의 제안은 그가 취임 후 공을 들이고 있는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취임 후 참석한 첫 의원총회에서 '초계파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경선에서 경쟁자로 맞붙은 이인영·박지원 의원, 전임 지도부 등으로 회의체를 구성해 당 운영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만남은 경선 과정에서 사실상 '비노(비 노무현)' 진영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박 의원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은 전대 당시 날 선 공방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조성한 바 있다. 막판에는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벼랑 끝 대치를 보이기도 했다.

문, 박에게 '초계파 원탁회의' 참여 제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박지원 의원과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답변 중 굳은 표정의 문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박지원 의원과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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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문 대표는 호텔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 만나 "(박 의원에게) 많이 도와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우리 당을 이끌어 오시고 함께 경쟁하신 분들과 단합하며 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을 향해 "(원탁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로 이어 도착한 박 의원은 "지난 화요일(10일)에 (문 대표와) 몇 차례 통화했고, 이후 만나자고 해서 나오게 됐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문 대표의 '초계파 원탁회의' 구성 제안과 관련해 "말씀을 들어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문 대표가 추진하는 당내 인사를 두고도 "지금은 국회의원인 평당원으로서 대표께 예우를 갖춰야 하니 드릴 말씀이 없다, 그런 것은 대표께 먼저 말씀드리고 얘기해야 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대표는 발언 중인 박 의원을 기다렸다가 함께 승강기를 타고 호텔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승강기 문이 닫힐 때까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각자 따로 1층 로비로 내려왔다. 문 대표와 박 의원은 호텔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회의 내용을 전하며 미세한 견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먼저 커피숍을 빠져나온 문 대표는 "(박 의원에게) 당 단합을 위해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함께 돕겠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이 자신에게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고도 전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박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쟁점이 된 '대북송금 특검' 부분을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 했다"라며 "박 의원이 '경선 룰 변경'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적절히 해명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당내 인사와 관련해서는 "제가 큰 방향을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박 의원이) 그런 것도 '사전에 의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박 의원과) 함께 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협조한다면서도... 문에게 쓴소리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의원과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 굳은 표정으로 자리 떠나는 박지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3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의원과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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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호텔 로비로 내려온 박 의원은 수첩에 적은 메모를 보며 회동 내용을 취재진에 전달했다. 그는 당을 위해 문 대표에게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고 얘기하자고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원탁회의 제안에도 "모든 것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당과 문 대표의 대권 가도를 위해서 제 할 일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지도부의 당 운영을 두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여전히 전대 때의 '앙금'이 남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문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국민여론조사로 정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한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표께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하셨지만, 국가의 모든 일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면 국회의원이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당내 인사를 두고도 "호남을 적극적으로 배려하겠다고 해놓고 상의 없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결정했다"라며 "무엇을 협의하겠다는 건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전화해서 기본 틀을 전했다"는 문 대표의 발언을 기자들이 전하자 "인사 등 모든 것을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를 발탁할지를 두고는 통화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와 어색한 관계는 다 풀렸나"라는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회동을 마치고 각각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각자 따로 내려온 문재인-박지원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회동을 마치고 각각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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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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