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 포스터.

영화 <쎄시봉>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2010년 MBC <놀러와>를 통해 '쎄시봉'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1960년대 서울 무교동에 있었던 음악 감상실의 이름이라고만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수 조영남,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유명한 가요계 전설들을 있게 한, 그 시절 음악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습니다.

어떤 취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놀러와>에서 '쎄시봉'이라는 타이틀로 모신 그분들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음악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토토가' 열풍처럼, 그때도 '쎄시봉' 돌풍이 불었습니다. 김현석 감독은 그것을 계기로 영화 <쎄시봉>을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우리도 스무 살이었던 적이 있다."

이 내레이션과 함께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는 영화 <쎄시봉>에는 진짜와 허구가 섞여 있습니다. 우선, 시대적 배경과 그 시절의 음악과 청춘과 조영남,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 그리고 음악 감상실 쎄시봉이 실재합니다. 반면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인 오근태와 그가 사랑한 여자, 민자영은 영화 <쎄시봉>에만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이 허구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 아주 적절하게 그 시절 향수가 가득한 명곡들을 들려줍니다. 통금, 미니스커트 단속 등 그때의 시대상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도 군데군데 섞어 웃음과 향수를 끌어내는 것도 놓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실재 인물들의 캐스팅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미 인기 가수로 나오는 조영남을 연기한 배우 김인권. 진짜 조영남인가 싶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그를 보는 순간, 관객들은 영화에 빠져듭니다. 그의 첫 등장과 함께 관객 모두가 음악 감상실 쎄시봉에 앉아 있게 되는 것이죠.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특별 출연이지만, 그의 캐스팅은 정말 절묘했습니다.

송창식과 윤형주를 연기한 조복래와 강하늘도 꽤나 눈길을 끕니다. 드라마 <미생>을 통해 조금 더 인지도를 높인 강하늘에 비해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는 방송이나 영화 쪽에서는 신인급 연기자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송창식'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김인권이 표현한 조영남 못지않게 '조복래표' 송창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외모는 물론 성악을 전공한 송창식의 노래 톤까지 멋지게 재현해냅니다. 이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윤형주를 노래한 강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게감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콧수염이 인상적인 이장희를 연기한 진구와 장현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1역 2인 캐스팅에 따라 20대의 이장희와 중년의 이장희를 진구와 장현성이 연기했습니다. 콧수염과 가죽 재킷으로 한껏 스타일을 뽐내면서도 은근히 코믹한 캐릭터를 잘 살린 진구와 차분한 내레이션을 통해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장현성은 안정된 존재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세대를 뛰어넘은 우리들의 '쎄시봉'

마지막으로 허구라 실재와 비교할 수 없는 캐릭터인 오근태 역의 정우와 김윤석, 그리고 일명 쎄시봉의 뮤즈인 민자영 역의 한효주와 김희애. 이들 또한 1역 2인 캐스팅으로, 각각 20대와 중년을 나눠 연기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우가 이번에는 시대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민자영을 위해 노래한 남자, 오근태를 연기한 정우. 그는 쎄시봉의 실존 인물들 사이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켜갑니다. 정우는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순정남이었습니다.

쎄시봉의 모든 남자로부터 사랑받은 여자이자 순정남 오근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뮤즈 민자영. 그녀 또한 영화 <쎄시봉>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인데, 한효주와 김희애 두 배우가 다 예뻐서일까요? 마치 한 인물인 것처럼 한효주에서 김희애로의 전환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영화 <쎄시봉>의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영화 <쎄시봉>의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 CJ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영화 <쎄시봉>은 배우 열전이라 해도 될 만큼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잘 살아난 영화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명곡으로 남아 있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케이크' '조개껍질 묶어' '그건 너' 등의 노래가 이 캐릭터들을 만나 되살아나며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실 곳곳에 풀어내는 그 시대는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청춘이었고,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어찌 보면 남녀 간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는 단조로운 내용이, 그 시절의 청춘과 향수를 담고 있는 노래들 덕분에 가슴 깊숙이 여운을 남기는 따뜻한 음악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영화 쎄시봉 쎄시봉 정우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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