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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000년 2월 22일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간한 뒤, 보수일변도의 언론지형에서 '열린 진보'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습니다. 여기 <오마이뉴스>와 나이가 같은 닮은꼴이 있습니다. 바로 혁신학교입니다. 2000년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개혁 운동은 2009년 혁신학교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된 뒤,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행복한 학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여러분들을 행복한 학교에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 선사고 졸업식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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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졸업해요~'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졸업장을 받은 3학년 학생들이 머리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선사고는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이 되기 위해 시상식을 하지 않고 졸업생 전원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 했다.
▲ '우리 졸업해요~'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졸업장을 받은 3학년 학생들이 머리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선사고는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이 되기 위해 시상식을 하지 않고 졸업생 전원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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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를 시작하겠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3층 대강당. 불 꺼진 강당 안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정보민(1-6), 채희찬(2-1) 학생이 힘찬 목소리로 알렸다. 사회자의 짧은 인사 후 다시 강당 불이 꺼졌다.

이어 무대 뒤편 스크린에 '후보 소개 영상'이 나왔다. 지난 2012년 봄, 서먹함이 묻어나는 첫 단체사진부터 담임선생님과 떠난 테마여행, 가을축제 장기자랑 등 영상에는 졸업생 214명의 얼굴이 모두 등장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선사고 학생들은 이날 '졸업식'을 '시상식'으로 바꿔 불렀다. 수상자는 졸업생 전원이다.

감동 없는 '훈화말씀'은 생략...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후보 소개가 끝나자 이번엔 시상을 맡은 김용성 교장선생님이 등장했다. 실제 연말 시상식처럼 여학생과 팔짱을 낀 채로 강당 한가운데 놓인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웅장한 배경음악도 빠지지 않았다. 이어 시상 도우미인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무대로 오르자 졸업생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남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서 이날의 가장 중요한 순서가 시작됐다. 1반부터 8반까지, 모든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가는 시간이다. 졸업생들은 강당 입구부터 무대까지 약 10여 미터를 음악에 맞춰 누볐다. 그 사이 무대 양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학생의 이름과 어린 시절 사진이 떴다.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은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선생님과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갔다.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이번 졸업식은 학생들의 작품이다. 지난달 '졸업식준비위원회'를 꾸린 학생들은 모든 걸 스스로 기획했다. 이들의 목표는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이었다. 소위 '모범생'만 무대 위로 호명하는 것은 '선사고'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올해는 서울대를 OO명 보냈다'는 식의 훈화말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졸업장 외에 '서울시교육감상', '강동송파교육장상' 등 소수만 받는 특별상은 해당 학생들만 따로 불러 수여했다.

지난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선사고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이끌어내는 교육 실험이 활발한 곳이다. 학급 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한 반을 둘로 나눠 담임 두 명을 배치하는 '작은학급제'를 운영하고, 반별로 직접 기획해 떠나는 테마여행 등 창의적 프로그램이 여럿이다. 학생·학부모·교사로 구성된 3주체가 협의해 지켜야할 생활 규칙을 정하는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도 있다.

사촌누나 한복 속치마 빌려 입고 '렛잇고'... 모두가 박장대소 

졸업식에 등장한 엘사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엘사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 졸업식에 등장한 엘사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엘사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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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위로 등장한 '진짜 사나이'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군인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 레드카펫 위로 등장한 '진짜 사나이'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군인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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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위로 등장한 조폭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조폭 분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 레드카펫 위로 등장한 조폭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한 학생이 조폭 분장을 하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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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은 레드카펫 위에서 빛을 발했다. 학생들이 레드카펫을 걸을 때 강당 안의 모든 시선이 그 쪽을 향했다. 관객에게 보답하듯, 그 위를 평범하게 걸어가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한복과 비녀로 가수 이정현의 '와' 무대를 그대로 본 딴 4반 김영주 학생은 두 달 전부터 이날만을 기다렸다. 6반 한우식 학생은 엄마의 크림색 블라우스와 사촌누나에게 빌린 한복 속치마를 입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흉내를 냈다. 레드카펫 위에 주제곡 '렛잇고'가 흐르고 이 학생이 눈 스프레이를 뿌리며 걸어갈 땐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친구 사촌오빠의 군복을 빌려 입고 온 6반 강새봄 학생이 레드카펫 위에서 군가 '멋진 사나이'에 맞춰 팔을 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상식 중간, 잠시 쉬어가는 순서엔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선생님들은  무대에서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른 '그래, 우리 함께'를 합창했다. 노래 중간 "혼자 걷는 이 길이 막막하겠지만 느리게 걷는 거야, 천천히 도착해도 돼"라는 가사가 울릴 때쯤 내내 들떠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눈물을 터트렸다. 

이날 오전 11시 정각에 시작한 졸업식은 낮 12시 40분께 끝났다. 졸업생 모두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눠주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의 딱딱한 연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여느 졸업식과는 사뭇 달랐다. 나머지 시간도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축하공연으로 채운, 온전히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이었다.

"소외된 사람 없는 졸업식... 혁신 교육이라 가능했다"

졸업장 받는 선사고 졸업생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으며 학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졸업장 받는 선사고 졸업생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식 '선사 그래듀에이션 어워드(Sunsa Graduation Award)'에서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으며 학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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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도 이날 졸업식을 지켜보며 흡족해했다. 6반 '엘사 엄마' 최연숙(48·여)씨는 "학생들이 이날을 위해 오후 9~10시까지 기획회의를 하는 등 고생하는 걸 지켜봤다"면서 "일반 졸업식과 달리 학생이 주체가 되는 모습에 같이 온 친척들도 감동했다"고 전했다.

딸의 졸업을 축하하러 왔다는 홍혜경(48·여)씨는 "졸업장 수여식이 끝나고 특별상을 따로 발표할 줄 알았는데 안 했다"라며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똑같이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아들이 졸업하는 이경미(50·여)씨 또한 "한두 명만 단상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졸업장을 받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행사를 마치고 난 뒤 만난 졸업생 탁유진 학생은 이날 졸업식을 두고 '선사스럽다'라고 표현했다. 학교이름에 '~스럽다'라는 접미사를 덧댄 것이다. 학생은 "평소 학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격투기를 잘하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했다"면서 "이런 분위기였기에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을 기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식을 총괄한 권재호(56) 선생님도 '선사스럽다'라는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는 "선생이 거의 개입하지 않고 학생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이 '선사스럽다'라는 말의 뜻"이라며 "그런 교육 덕분에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지 등을 가리지 않고 졸업생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선생님은 "이전에 근무했던 일반 학교에서는 이런 졸업식을 해본 적이 없다"며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무게중심을 학생에게 두는 교육철학이 도입되면서 생겨난 졸업식 문화"라고 덧붙였다.

* 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획 : 행복한 학교

[①-1 남한산초] "대학 안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①-2 남한산초] 무허가 사설 강습소, 혁신학교의 시작이었다
[③ 조현초] 산만한 학생에게 "약 먹이세요"... 서울과 이곳 학교는 달랐다
[④ 부명초] 위장전입까지 하며 기피하던 학교, 그 놀라운 변신
[⑤ 삼각산고] '잡스런 빵' 없앴더니, 학교에 '롯데월드' 생겼다
[⑥ 동화중] 욕하며 대들어 뼈가 녹을 정도.. 이런 학교가 변했다, 행복하게 [⑦ 오산혁신교육지구] 일진 학생들에게 토론을 가르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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