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의원직 상실한 진보당 이상규 의원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이상규 의원(사진) 등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의원직 상실한 진보당 이상규 의원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이상규 의원(사진) 등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은 서울 관악구 신림 사거리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있었다. 한낮이었지만 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보통 국회의원 사무실이 지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자리 잡는 것과는 달랐다. 이 전 의원의 사무실은 대로변에 있기는 했지만 상업 지역보다는 주택밀집 지역에 가까웠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 이후 사정에 맞춰 사무실을 옮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6일 오후, 사무실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났을 때 그는 떡볶이에 순대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사무실을 언제 옮겼는지 물었다. 하지만 이 사무실은 그가 관악구로 오기 전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때부터 사무실로 쓰던 곳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관악을에 출마하면서 그 사무실을 그대로 받았고, 그가 후보에서 사퇴한 후로 이 전 의원이 받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사무실은 2012년 총선 야권연대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이 전 의원은 오는 4월 29일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준비에 들어갔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출마와 관련해 "이상규가 다시 출마한다는 것만으로 정치사에 없던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보궐선거를 치르면 의원직을 잃은 사람이 다시 나갈 수 없지만 나는 출마할 수 있다"며 "출마만으로 헌재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그 부당함이 증명된다"고 말했다.

보통 보궐 선거는 해당 지역구 의원이 범죄행위 등으로 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경우 치러진다. 당선 무효형을 받은 해당 의원은 피선거권도 잃게 돼 자신의 지역구에 곧바로 출마할 수 없다.

이 전 의원은 그의 출마가 결국 야권의 분열로 이어져 새누리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다른 야당이 관악에서 출마하는 게 옳은 건가?"라며 "말로는 헌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잘못된 결정으로 의원직이 박탈돼 치러지는 보궐 선거에 자기들 후보를 낸다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박탈된 의원직을 국민들이 되찾아 줄 수 있게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당들은 헌재의 결정과 의원직 박탈을 모두 비판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상규에게 다시 해보라고 한다"

- 정당해산 결정 후 어떻게 지냈나?
"임기가 다 돼서 의원직이 끝나도 한 달은 앓아눕는다는 말이 있다. 그 기간에 나는 별 짓을 다 하고 다녔다. 일단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검찰 소환조사도 있었다.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 다행히 주민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지금은 꿋꿋하게 동네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 보궐 선거에서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선거다. 그런데 다시 선거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헌법에 나와 있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이라고 하면서 의원직까지 박탈했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 지역 분위기는 어떻나?
"해산 결정이 난 다음날 신림역과 신대방역에서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들은 와서 따뜻한 음료수를 전해주고 격려해 주셨다. 때마침 눈도 내렸다. 그 눈을 그대로 맞으면서 서있는데 주민 한 분이 오셔서 '헌재 결정은 말이 안 된다, 내년에 출마하시면 꼭 찍겠다'라고 하셨다. 사무실에도 찾아와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선거 결과를 낙관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거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께서는 '이 의원이 경로당 예산부터 지역 예산 많이 챙겨 온 거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진보정당이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종북으로 찍히면 안 된다, 종북 말고 다른 걸로 다시 잘 해봐라'라고 말씀하셨다. 진보당이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잘못한 게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상규 보고 다시 해보라는 얘기다. 그것이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일방통행에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 보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가?
"무소속이다. 새정치연합이나 국민모임이 만드는 신당에서 불러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지 않겠나? (웃음)"

"박근혜 정권 모순이 총체적으로 표출되는 선거 될 것"

진보당 전 의원들 "의원직 박탈 무효다"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보당 강제해산과 의원직 상실 결정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김미희 전 의원.
▲ 진보당 전 의원들 "의원직 박탈 무효다"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보당 강제해산과 의원직 상실 결정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김미희 전 의원.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이번 선거에서 정당해산에 대한 정권 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보궐 선거 자체가 의원직 박탈 때문에 치러지는 것이지만 그게 주된 쟁점이 안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능하고 문제 많은 집권당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야당이 있는지, 그 부분이 드러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출마하는 이유는 의원직 박탈이 부당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상규가 다시 출마한다는 것만으로 정치사에 없던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보궐선거를 치르면 의원직을 잃은 사람이 다시 나갈 수 없다. 출마 자격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출마할 수 있다. 출마만으로 헌재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그 부당함이 증명된다.

그 부당함을 증명하는 걸 넘어 보궐선거에서는 지금 박근혜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확인하고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대통령 지지율 추락, 연말정산에서 불거진 세금 폭탄 문제, 담뱃세 인상 등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부실과 난국, 모든 모순들이 총체적으로 표출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 출마가 오히려 새누리당을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나?
"직접 찾아와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도 있다. 출마했다가 지지율 10%도 안 나오면 오히려 박근혜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평일에 투표하기 때문에 투표율도 높지 않고, 조직 대 조직, 당 대 당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무소속은 표가 줄어들 수 있다. 선거 결과가 나쁘면, 선거자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 거기다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되면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제1야당과 다른 진보정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야권은 '야성을 찾아야 한다',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걸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다른 야당이 관악에서 출마하는 게 옳은 건가? 말로는 헌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잘못된 결정으로 의원직이 박탈돼 치러지는 보궐 선거에 자기들 후보를 낸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박탈된 의원직을 국민들이 되찾아 줄 수 있게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 김미희 전 의원과 함께 출마 선언을 했다. 오병윤 전 의원은 아직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 세 사람이 상의해서 출마를 결정한 것인가?
"결정은 각자 하는 거다. 다만 기자회견을 같이 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논의했다. 오병윤 전 의원은 아직 결심을 못하셨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이 세 곳을 다 이겨야 한다. 진보당 출신으로 이기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야권이 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

- 완주할 생각인가?
"당연하다."

"우리가 '종북'이라는 망상, 깨닫게 될 것"

- 정당해산 심판 이후 대법원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걸 바탕으로 헌재의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전망하나?
"쉽지 않다. 헌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줄 알았다. 정당해산 역시 6:3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판결문 내용은 합리적이고 근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오류에 증거 부족뿐 아니라 곳곳에 '숨겨진 의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RO모임에 참석했다고 잘못 들어가 있는 윤원석·신창현 두 사람의 이름도 기자들이 물었을 때 헌재는 모르고 있었다.

그때 이 결정문은 헌재가 쓴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법과 양심에 따라서, 증거주의나 법치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해산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헌재가 정권에 굴복해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재심도 어렵다고 본다."

- 앞으로도 유사정당 창당이나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전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개별적 정치행보는 가능하겠지만 집단적 정치행보는 쉽지 않다. 정당을 만들든 단체를 만들든 결코 그냥 두지 않을 거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몇 년간 정치활동 금지 기간이 있었던 것처럼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은 물론이고 진보진영도 우리와 뭔가를 하는 것에 몸을 사리고 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풀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심이 역류해 우리가 그동안 '종북'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회적 반전이 있어야만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최근 국민모임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나?
"오히려 우리는 열려 있다. 지금이라도 새정치연합·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 어디든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현재 논의 중인 진보정당 재편 논의는 어떻게 평가하나?
"진보재편 논의와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권의 폭압이 심해져가는 상황에서 야당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진보재편이나 신당 창당은 그 답답함이 민심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종북은 배제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북몰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권이 쳐놓은 덫에 진보당만 당하는 게 아니라 야권 전체가 걸려 있는 것이다."

- 당연히 당선을 목표로 하겠지만 상황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따로 설정했나?
"지금은 그런 걸 따로 생각할 때는 아니다. 물론 2012년에 나를 찍었던 분들이 다시 찍어 준다면 완승할 수 있다. 헌재 결정의 부당성과 의원직 박탈에 대한 동정론이 있다. 그런 민심을 어떻게 표로 연결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지역주민들은 역대 관악구 의원들과 비교해도, 이상규가 예산도 많이 가져오며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는 걸 잘 알고 계신다. 그걸 실질적인 표로 만들어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민 한 분께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져온다'라고 말해 주셨다. 그렇게 해보라는 거다. 벼락을 맞아 억울한 희생양이 되기는 했지만,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운 모색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을 못해서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죄송하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긴다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마음으로 뛸 것이다."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