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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교과과정 운영과 허위 감사자료 제출(관련기사 : 감사관도 속인 목포 덕인고... '편법' 이어 '가짜 시험지'도)로 시끄러웠던 전남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번엔 교감의 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또 같은 재단의 중학교는 규정에 어긋난 수업 운영을 하다 적발됐다.

전라남도교육청(아래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사학재단에 관련자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며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교육청이 내놓은 덕인학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덕인고 교감 A씨는 학교 기부금을 학교발전기금 회계에 넣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보관했다. A씨는 2013년 초 학교운영위원장이 체력증진비로 기부한 300만원 중 체육기구 구입 후 남은 약 190만 원을 최근까지 보관했다가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반납했다.

교육청은 A씨의 행위를 유용이나 횡령이 아닌, 회계처리 미숙으로 판단하고 덕인학원에 A씨를 '중징계'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앞서 문제가 된 편법 교과과정 운영에도 A씨가 연관돼 있어 그 책임이 더해진 데 따른 결과다. 교원 징계규정 상 파면, 해임, 정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오마이뉴스>는 6일 덕인고로 여러 차례 전화해 A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A씨의 외부 업무로 인터뷰할 수 없었다. 다만 교육청 감사관실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당시 학교 발전기금 회계가 없어서 잔액 약 190만 원을 본인이 갖고 있었고, 이를 교직원들에게 공지했다"며 "현재 발전기급 회계를 만들어 그곳에 반납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목포 덕인학원 소속 혜인여자중·고등학교 입구에 설치돼 있는 덕인학원 현판.
 전남 목포 덕인학원 소속 혜인여자중·고등학교 입구에 설치돼 있는 덕인학원 현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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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단 중학교, 규정 어긋난 교과교실제 운영

같은 재단 소속의 덕인중은 교과교실제를 규정대로 운영하지 않다가 이번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200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9년 도입된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제도다.

덕인중은 2009년 'B-2 타입(영어 중점형)' 교과교실제에 이어, 2013년 'A 타입(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 이동수업)' 교과교실제 학교로 선정됐다. A 타입 교과교실제에 선정된 학교는 규정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 모두 이동수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덕인중은 지난해 국어, 사회 과목의 이동수업을 하지 않았다.

교과교실제 학교로 선정되면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정부 지원금이 나온다. 2013년 1월 나온 '덕인중 교과교실 구축 리모델링 공사 입찰 공고'를 보면, 덕인중은 교과교실제를 시행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비용으로 1억 8199만원을 책정했다. 이외에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학교 공간 재배치, 기자재 확충비 등이 더 들어간다.

덕인중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간 부족, 긴 이동 동선, 인성지도 어려움 등 교과교실제와 관련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 지난해 국어, 사회 과목만 이동수업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 사업이었고, 교육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하고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교과교실제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청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규정에 맞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 위치한 학교법인 덕인학원.
 전남 목포에 위치한 학교법인 덕인학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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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가짜 시험지' 학교 교장에 '경징계'

이번 교육청 감사 결과에는 지난달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편법 교과과정 운영과 허위 감사자료 제출'을 재확인한 내용도 담겼다. 교육청은 덕인고가 '과학 시험지에 사회 문제, 사회 시험지에 과학 문제'를 싣는 등 편법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 것과 이를 조사하기 위해 나온 교육청 감사관에게 정상인 것처럼 꾸민 거짓 시험지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청은 감사 보고서에 관련자 징계 수위를 결정해 덕인학원 측에 전달했다. 덕인중·고가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징계권은 재단인 덕인학원이 갖고 있다. 교육청이 덕인학원에 요청한 징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덕인고 교장 : 경징계(편법 교과과정 운영)
덕인고 교감 : 중징계(편법 교과과정 운영, 기부금 개인통장 보관)

교원 징계 규정상 파면·해임·정직이 중징계에, 감봉·견책이 경징계에 해당한다. 이외에 교육청은 편법 교과과정에 연관된 덕인고 교사에게는 경고, 교과교실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덕인중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리라고 덕인학원 측에 통보했다. 경고나 주의 조치는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와 전교조는 "솜방방이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덕인고가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해임한 교사 김혜심씨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전남 시민단체와 전교조 전남지부가 모여 만든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내신 성적 조작이라는 불명예를 안긴 편법 교과과정 운영 책임자 교장에게 고작 경징계를 내린 것은 면죄부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덕인고 교감의 '기부금 개인통장 보관'과 관련해서는 "1, 2개월이면 모르지만, 2013년 받은 기부금을 2년 동안 개인통장에 갖고 있었다"며 "(교육청 감사 결과처럼) 단순히 회계처리 미숙으로 봐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덕인중의 '규정에 어긋난 교과교실제 운영'을 두고는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학교 시설만 고친 꼴인데 이는 세금 낭비"라며 "그런데 교육청은 단순히 '주의하라'고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교육청의 통보에 따라 덕인학원은 징계 수위를 최소화해 결정할 것"이라며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된 교사 김혜심씨의 경우(관련기사 : "시험힌트 줬는데 잘렸다"...목포 덕인고에선 무슨 일이?)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전남 목포의 덕인고는 직전 학기인 2014학년도 2학기까지 이른바 '문·이과 과목 빅딜 운영'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이과로 나뉘는 2학년 이후에도 학생들은 교차과목(문과는 과학, 이과는 사회)을 배워야 하는데, 덕인고가 명목상으론 교차과목을 배정해 놓고 실제론 다른 수업을 한 것이다. 시험도 사회(한국지리) 시험지에 과학(생명과학I) 문제, 과학(생명과학I) 시험지에 사회(한국지리) 문제가 실리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전남 목포의 덕인고는 직전 학기인 2014학년도 2학기까지 이른바 '문·이과 과목 빅딜 운영'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이과로 나뉘는 2학년 이후에도 학생들은 교차과목(문과는 과학, 이과는 사회)을 배워야 하는데, 덕인고가 명목상으론 교차과목을 배정해 놓고 실제론 다른 수업을 한 것이다. 시험도 사회(한국지리) 시험지에 과학(생명과학I) 문제, 과학(생명과학I) 시험지에 사회(한국지리) 문제가 실리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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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교육청 대처 질타

한편 지난달 29일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선 덕인고 편법 교과과정과 관련해 교육청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문제가 커진 뒤 교육청이 진행한 전수조사가 전남도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교육청은 도내 90개 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현황 ▲ 2014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지난달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한 학교도 적발되지 않자 "어느 누가 자신이 잘못한 점을 스스로 보고하겠나", "언론에 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 아닌가" 등의 비판이 나왔다.

한택희 전남도의원(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만약  편법 교과과정을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성적 처리가 끝나고 나서 시험지 과목 이름만 바꾸면 (편법 교과과정을 운영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각 학교의 '자수'에 의존한 교육청의 전수조사 방법을 비판했다.

정병걸 전남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외부기관에 알려질까 두렵기도 하다"면서 "부끄럽지만 정말 강하게 마음먹고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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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목포, #덕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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