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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골똘히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하고 생각 할 때가 있다. '빚을 어떻게 하면 빨리 갚을 수 있을까'라거나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가까운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쥐어 짜본 적은 여러 번 있다.

그러나 '왜'라는 화두를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가설을 세워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어떤 해답을 궁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 어려운 수학문제를 선생님이나 참고서의 풀이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는데, 불행히도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런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한 거다.

그런 면에서 신간, <독학>은 신년에 의미 있는 책이다. 강연이나 강의를 들어도 그때뿐 모든 내용은 한쪽 귀로 들어와서 즉시 한쪽 귀로 나가버린다. 차분히 나만의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자 사토리 하루히코가 소개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보자.

독학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독학>(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 송태욱 옮김 / 이룸북 펴냄 / 2015.01 / 1만1000원)
 <독학>(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 송태욱 옮김 / 이룸북 펴냄 / 2015.01 / 1만1000원)
ⓒ 이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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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에게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예로 들면서 독학은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음률(멜로디)을 발명한 사람이 피타고라스라고 한다.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피타고라스는 이 세계와 우주가 다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적인 사고에는 종교의 냄새가 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피타고라스 교단이라 불리는 종교집단을 만들기도 했단다.

부기(簿記)가 유대인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는 설명도 흥미롭다. 이렇듯 독학의 목적은 창의성을 고양하는 데 있다.

책 읽는 방법, 문제의식을 갖는 방법, 사고하는 방법, 교양을 갖추는 방법 등을 궁구하다 보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과 종교의 상관관계

"유대인은 머리가 좋다고들 한다. 왜 머리가 좋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고방식을 배워온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원전부터 <성서>와 <탈무드>를 통해 사고방식을 배워왔다. 유대인은 어려서부터 당연한 의무로 <성서>를 읽고 열다섯부터 <탈무드>를 보며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 - 본문 174쪽 중에서

11세기부터 차별을 받아온 유대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이민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유연한 사고방식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생존에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저자는 추론한다. 이런 결과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을 세운 사람도 유대인이었고, 17세기 후반 자메이카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설탕 산업을 일으켰다고 한다.

유대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역시 유대인 해리슨 포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오락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는 모험을 좋아하는 고고학자가 나오는데, 모험의 목적은 주인공 인디애나 존스가 성궤를 찾는 것이다. 성궤는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은 십계명을 새긴 석판 두 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예를 통해 저자는 서양사는 유대인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고 또, 모든 문화의 기초에는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성경을 읽고 이해해야 철학과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은 사물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다. 철학자는 종교가 신을 근원에 두고 거기에서 세계를 설명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는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세계를 다시 해석해내려고 한다. 말하자면 신의 라이벌이 되려고 하는 셈이다. 철학은 다른 학문보다 훨씬 더 종교에 가까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본문 120쪽 중에서

저자는 바흐의 음악, 달리의 그림, 사무엘 베케트의 문학작품 등도 종교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성경을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구약성서> 중에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사무엘, 욥기, 요나를 <신약성서> 중 마태오의 복음서, 요한의 복음서, 사도행전,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요한의 묵시록 정도는 읽어두라고 권하다. 독학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빚을 어떻게 하면 빨리 갚을지', '일터에서 생긴 문제는 어떻게 잘 해결할지' 등도 모두 인간사의 한 부분이니 최대한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책 <독학>을 통해, 독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모든 것을 이해하게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희망적인 일이다. 이해하면 해결 방법도 나오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독학>(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 송태욱 옮김 / 이룸북 펴냄 / 2015.01 / 1만1000원)



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이룸북(2015)


태그:#독학, #유대인,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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