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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원고)이 사측(피고)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두 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제7민사부(성금석 재판장, 곽태현·정하원 판사)는 원고 일부 승소,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신상렬 재판장, 최아름·강성진 판사)는 원고 기각 판결했다.

주로 부산에 주소를 둔 르노삼성 노동자 75명은 부산지법에, 창원에 주소를 둔 노동자 24명은 창원지법에 각각 2011년경 임금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0월 10일, 창원지법은 5일 각각 선고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동자들은 2000~2011년 사이 사원대표위원회(사대위)를 통해 사측과 임금·단체 협약을 체결해 왔고, 2011년 8월 노동조합이 결성돼 다음 해부터 사측과 협약을 체결해 왔다.

두 소송에서 각각 노동자들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08년 12월(내지 2009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을 산정해 잔업·심야·연차휴가수당 등과 실제로 지급받은 각 수당의 차액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르노삼성의 정기 상여금은 매년 소속 근로자에게 임금의 500%를 짝수월에 6회로 나눠 지급했고,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직원에게 지급했다. 또 사측은 무단 결근자나 직무 외 상병 결근자, 휴·복직자한테는 일할 계산(일한 날짜수로 나눔)해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정기 상여금의 지급 기준일인 짝수월의 전월 내지 전전월 전부를 근무하지 않고 퇴직한 근로자나 짝수월 직전인 홀수월 말일 이전에 퇴직하면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상여금이나 수당의 경우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이어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런데 르노삼성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 부산지법과 창원지법은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르노삼성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 부산지법은 고정성이 있다고, 창원지법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지법 "정기 상여금, 고정성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제7민사부(왼쪽)와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가 다르게 판단했다. 사진은 각 판결문 표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제7민사부(왼쪽)와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가 다르게 판단했다. 사진은 각 판결문 표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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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제7민사부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은 그 지급 시기를 기준으로 볼 때 매월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2000년 단체 협약을 체결하며 시기·비율을 결정한 뒤, 현재까지도 그 내용에 아무 변동이 없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짝수월에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해 왔다"고 봤다.

그리고 "그 액수도 만일 정기 상여금이 2월 간격이 아닌 1개월 간격으로 지급됐음을 가정할 때, 근로자 개인의 1월 기본급의 약 50%에 이르러 근로자 개인의 전체 급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그것이 근로의 대가성이 없는 금품이거나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좌우되는 우발적·일시적 급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은 지급 기준일을 기준으로 결근 등의 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근로 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해 지급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회사가 짝수월의 전월 내지 전전월 전부를 근무하지 않고 퇴직한 근로자 또는 짝수월 직전인 홀수월 말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정기 상여금을 일할 계산해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 퇴직자들이 정기 상여금의 일할 계산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기 상여금이 소정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거나, 고정적인 임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의 지급 기준일 이전에 퇴직한 퇴직자에게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하다"며 "회사와 사대위 사이에 소정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정기 상여금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 협약이 체결됐거나, 그런 관행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소정 근로 대가 성격이 뚜렷한 정기 상여금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자 지위와 임금 채권 보호인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으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소송 비용의 25%를 원고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르노삼성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한 상태다.

창원지법 "정기 상여금은 고정성 없다"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는 5일 르노삼성자동차, 에스앤티중공업, 두산모트롤과 관련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판결했고, 선고 뒤 노동자들이 법원 건물을 나오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는 5일 르노삼성자동차, 에스앤티중공업, 두산모트롤과 관련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판결했고, 선고 뒤 노동자들이 법원 건물을 나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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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제4민사부는 부산지법과 다르게 판단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법은 "정기상여금에 관해 단체 협약은 1년에 상여 기준액의 500%를 짝수월에 균등 분할해 지급한다는 내용을 규정할 뿐, 지급 방법과 기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재판부는 "취업 규칙에 '회사는 사원에 대해 경영 성과와 개인의 업적을 참작하여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단, 상여금의 지급 방법, 기준, 지급액에 대해 별도로 정한다'고만 규정해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별도로 정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단체 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만을 가지고 바로 정기 상여금의 고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정기 상여금의 성격이나 지급 실태, 관행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 재판부도 부산지법과 마찬가지로 "정기 상여금 지급이 소정 근로의 제공과 연관돼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의 지급 실태와 관행에 관해 볼 때, 실제로 정기 상여금의 지급 기준 기간 말일인 홀수월 말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지급 기준 기간 중 근무한 날이 있더라도 해당 기간의 정기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급여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정기 상여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은 경우에도 사대위나 노조, 근로자 개인이 이를 문제 삼거나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정기 상여금은 지급 기준 기간 말일인 홀수월 말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성립됐거나, 적어도 그러한 관행이 확립됐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의하면 정기 상여금은 소정 근로의 제공 외에 지급 기준 기간 말일 당시 재직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것이므로 결국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할 수 없으며, 고정성의 결여를 무시한 채 소정 근로와의 연관성만으로 정기 상여금이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갖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기각과 함께 소송 비용은 원고 부담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기에 '신의칙(신의원칙)' 주장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소송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항소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두 소송에서 노동차 측은 법무법인 '여는'(금속법률원)이 소송 대리했다. 르노삼성 사측은 부산지법 소송에서 법무법인 아이앤에스에 맡겼고, 창원지법 소송에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추가했다.

같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두 법원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함에따라, 이후 항소심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통상임금, #르노삼성, #창원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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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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