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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4cm의 작은 키에 몸무게 66.5kg으로 전형적인 D자형 마른 비만, 복부에 몰려 있는 지방 덩어리로 '아빠 애기 언제 나와요?'라는 말을 아들에게 자주 들었던 40대 남성.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지금은 병원에 상담을 하러 다니지도 않고 당연히 병원에서 받아오는 약도 없다. 오로지 내 힘으로 해보려고 한다.

현재는 몸무게 63kg 안팎을 왔다 갔다 한다. 밥을 먹고 체중계에 오르면 63.5kg 정도가 되고 식후 서너 시간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르면 62.8kg 가량 된다. 허리띠의 구멍도 한 칸 반이 줄였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두 달 반 가량이 지났는데 현재까지 얼추 3.5kg이 빠졌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금방 싸우고도 1분도 안되어 서로 웃고 난리다. 이게 가족인 것 같다.
▲ 나의 두 아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금방 싸우고도 1분도 안되어 서로 웃고 난리다. 이게 가족인 것 같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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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관리는 병원에서 일러준 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 저칼로리, 낮은 GI 수치 음식! 내겐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요즘엔 가끔 병원에서 권하지 않는,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즐겨 먹지는 않지만 예전에 좋아했던 음식들, 자리 잡힌 식단표에 가끔씩 먹어줘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아이들과도 되도록이면 시간을 많이 가지며 함께 하려고 한다.

다이어트! 제일 중요한 건?

저녁에 퇴근하면 두 아들이 나란히 손을 배에 얹고,

"배꼽~ 인사!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응, 그래 오늘 잘 놀았어?"

내게 인사를 하고는 장난감을 가지고 자리에 앉는다. 어떤 날은 아이들 엄마가 지정해 준 시간까지 게임을 하고 스스로 멈춘다.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 지금 동생이랑 놀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을 시도한다. 자기들끼리 놀다가 아빠가 끼어들면 한 놈은 어깨 위로 올라가 목말을 타고 한 놈은 내 무릎에 앉는다. 그리고는 무슨 말이 그렇게 하고 싶은지 '재잘재잘'.

대화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질문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 읽었던 <설득의 기술>이란 책에서도 그런 구절이 있었다.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그 사람의 눈과 마주치며 무언의 동의를 할 것"

이것이 설득의 기본자세라 했다. 뒤집어 본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그의 눈을 쳐다보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더불어 신뢰도나 친밀감을 높여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행동이다.

아이들 눈을 보고 있으면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 눈을 모든 것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거울이다. 숨길 수 없는 진실성의 깃발이다.
▲ 기자의 두 아들 아이들 눈을 보고 있으면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 눈을 모든 것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거울이다. 숨길 수 없는 진실성의 깃발이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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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눈을 보며 마주 앉는다. 그러면 아이는 내 눈을 정확하게 향하고 자신의 말을 늘어놓는다. 해야 할 말 이외에 생각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어떤 때는 말이 그치지 않는다.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내게 질문을 한다. 그럼 나는 아이의 어깨를 잡아주거나 무릎에 앉히고 눈을 마주 보고 대답을 해 준다.

가족 간의 관심과 대화 없는 다이어트는 실패! 

간혹 느낀다. 내가 이런 태도를 보여줬을 때 아이들은 내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내게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느낌이다.

물론 이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지루할 때도 있고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쏟아지는 아이의 말을 끊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의 눈을 쳐다보며 자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표정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난 다이어트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몸무게 뺀다고 식단표대로 먹으며 배고픔을 느끼고, 헬스장에서 실컷 운동하고 와서는 피곤하다고 그냥 자 버리는 태도로는 절대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과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심적 편안함이 바탕이 되어야 다이어트도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 그리고 자녀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오늘도 퇴근하면 아이들과 시간을 가질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냈는지, 태권도장에서 배운 것을 보여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내 몸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체중 감량의 좋은 도구가 된다.

난 이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 가족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서 식단표를 짜고 운동을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 것이다.


태그:#다이어트, #가족간 대화는 다이어트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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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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