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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개인정보 도용 및 조작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개인정보 도용 및 조작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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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명의 SK브로드밴드 조합원 중 11%인 77명의 개인 서명이 도용당했습니다. SK텔레콤에 적힌 개인정보동의서 서명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날조된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SK텔레콤의 가입자는 2500만 명이 넘고, 11%는 300만 명에 육박합니다. 만약 일반인들 서명까지 도용됐다면, 이는 유래 없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불법행위입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규탄발언이 끝나자 700여 명의 조합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시민들은 이내 집회장소로 찾아와 보도자료를 챙겨갔다. 시민들은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를 관계자로 착각하고 집회 내용을 물었다. 한 시민은 "남 일이 아니다"며 관심을 보였다.

"SK는 개인정보를 쓰레기 취급하나?"... SK텔레콤 서명날조 의혹

시민단체와 SK브로드밴드 조합원들이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기사들의 명의 불법 도용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일 오후 2시 반, 사장나와라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및 희망연대노조 등은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파업 중인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함께 명의 도용 및 날조를 한 협력사 본부장을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에서 "SK브로드밴드 마포홈센터가 설치기사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이후, 이를 영업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마포홈센터는 센터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네이버'에 가입해 SK브로드밴드의 카페홍보에 사용했다.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인 여관철씨는 "이 과정에서 (마포홈센터) 본부장은 사용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며 "단지 네이버가입을 위해 인증번호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네이버 애견카페에 내가 쓰지도 않은 SK브로드밴드 홍보 글을 보고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규탄 기자회견엔 약 700명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76일째 파업, 2일째 농성 중이다.
 이날 규탄 기자회견엔 약 700명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76일째 파업, 2일째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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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이번 고발은 단순 마포홈센터의 개인 정보 조작만을 다뤘지만, SK텔레콤의 전국적인 서명날조 사실을 확인하고 이 역시 고발 준비중이다"라 말했다.

이날은 실제로 SK텔레콤의 서명조작 사례가 추가로 공개됐다. 조합원인 박선경씨는 "나도 쓴 적이 없는 서명이 정자로 쓰여 있었다"며 "SK의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SK플래닛의 마케팅 정보 서비스 가입에 동의하는 것에 서명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SK는 개인정보를 쓰레기 취급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실태 파악을 위해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조합원 700여 명이 직접 지난 1월 20일에 SK텔레콤 고객센터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11%인 77명이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동의서가 작성됐으며 타인이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기사 조합원들은 엘지유플러스와 함께 76일째 파업중이다. 이들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시달리다 지난 2014년 11월 20일 총 파업을 벌였다. 지난 2일부터 하도급 노동자의 생계처우와 시민들의 개인정보 서명도용을 이유로 농성에 돌입했다. 이경재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장은 이렇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우리는 SK의 가입자이면서 직원입니다. 솔직히 처음에 파업을 일으켰을 때는 직원으로서 SK한테 느낀 배신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개인정보 도용을 알게 되니 한 명의 시민으로서 배신감마저 듭니다. 아무리 영리목적이래도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나요?"

이 지부장은 취재를 나온 몇 명의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설명하며 반복적으로 "뭘 해도 양심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는 하도급에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는 SK의 문제"라며 "실제 범죄를 하도급에서 저질러도 그것을 방조하고 조장한 SK의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발당한 지부장 "대학도 안 나온 기사들한테 500만 원? 말도 안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발당한 권아무개 SK브로드밴드 마포홈센터 본부장은 고발 소식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지부장은 "네이버를 통해 영업을 하는 사실은 이미 설치기사들에게 공지했다"며 "인증번호를 요구했는데, 설치기사들이 목적을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분명 '홍보용'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권 지부장은 "노조에 참여한 기사들 70~80%가 월급으로 300만~400만 원씩 버는데, 처우가 안 좋다면 도대체 뭐가 처우가 안 좋은 거냐"며 "월급을 500만 원 정도 달라는 얘기인데, 대학도 안 나온 기사들이 대기업처럼 비용처리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지부장은 "본사와 이야기를 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여태 우리는 움츠리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무고한 사람을 고발한다면 무고죄로 맞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진혁 기자는 21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SK브로드밴드, #유플러스, #비정규직,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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