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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직후의 친정집 거실 모습.
 화재 직후의 친정집 거실 모습.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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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산다. 하지만 실제로 화재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당하지 않으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 '내게 닥친 이야기'가 아닌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기고 만다.

작년 4월 어느 날, 친정집에도 불이 났다. 농업 기술 센타에서 사찰 요리를 배우고 있던 나는 남동생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남동생은 대전 친정 집에 불이 나서 내부가 전소했다는 소식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남동생은 아버지는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휴대전화 사진으로 전송해온 친정집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불에 탄 집 안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남동생과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한테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폭탄을 맞은 듯한 남동생의 방에서 그나마 타지않은 물건들을 찾고 있는 
아버지
 폭탄을 맞은 듯한 남동생의 방에서 그나마 타지않은 물건들을 찾고 있는 아버지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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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는 마침 아버지가 외출을 했을 때 전기 누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한다. 누전 차단기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나무 패널을 붙인 거실 벽으로 옮겨 붙었다고 한다. 내가 고3이던 30년 전에 지었던 친정집은 누전 차단기에 대한 관리가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집에 화재가 발생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야 딸들에게 연락을 했다. 경황이 없기도 했지만 우리가 더 놀랄 것을 걱정했다고 했다. 내가 소식을 듣고 대전 친정으로 달려갔을 때는 집 안의 내부는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지만 매캐한 냄새가 역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외출에서 돌아와 화재 현장을 보았던 아버지는 공황 상태로 인해 정신과 치료부터 받았다고 했다. 때마침 세월호 사고 인해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져있던 시기여서 아버지는 당신에게 닥친 불행은 불행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텼다고 했다. 내가 친정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입고 있던 옷 한 벌과 자동차는 건졌다고 너털웃음을 지을 정도로 회복이 되어 있었다.

리모델링 중인 친정집 모습
 리모델링 중인 친정집 모습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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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신속하게 신고를 해주었고 소방차도 5분만 출동을 했지만 좁은 골목길에 주차해둔 자동차들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을 하지 못하고 불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차된 차들의 차주를 찾아 일일이 연락하는 동안 친정집의 화마는 이층까지 침범을 했다. 집 안의 살림살이가 모두 전소하고 골조만 남은 친정집의 몰골은 흡사 폭격을 맞은 듯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 도로만 확보되었다면 2층까지 피해를 입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량이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언제 발생할 지도 모를 화재 진압을 위해 골목길 주차를 고려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다.

일본의 경우처럼 지진 발생 시 대피 훈련을 하듯이 화재 예방 교육과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과 실전 훈련을 평소에 철저히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적어도 집 안에 소화기 한 대씩은 비치해놓고 사용법에 관한 훈련을 확대했으면 좋겠다. 전기 누전이나 차량 화재의 경우는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소화기를 써야한다고는 것쯤은 상식으로 알고 지내게 해야 한다.

다행히 아버지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곧바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그동안 낡고 오래된 집들이 그렇듯 겨울이면 외풍에 시달렸던 집안은 산뜻한 아파트 구조로 재탄생을 했고 단열재로 마감해서 아늑한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친정 아버지의 경우 전화위복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화재 피해자들의 경우는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끊어지면 빈곤에 허덕이거나 가족 해체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지역의 의용 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화재 대한 경각심과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화재 현장에도 여러 번 출동해서  소방대원들을 후방에서 지원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우리 집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평소에 교육 받은 대로 잘 해낼 자신은 없다.

당황해서 머리 속은 더 하얗게 포맷되거나 휴대전화 119 번호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다. 친정집 화재 이후 소화기를 구입해 두고 하루에 한 번씩은 머리 속에 화재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을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불에 탄 기억을 잊고 새로 태어난 친정집 거실.
 불에 탄 기억을 잊고 새로 태어난 친정집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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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친정집, #주택 화재, #리모델링, #119, #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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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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