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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가 3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105명의 제안자와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가 3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105명의 제안자와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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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부활 막아내자, 민주주의 파괴 박근혜 물러나라."

진보 인사 100인의 제안이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로, 촛불 행진으로 이어졌다. '민주주의 후퇴'로 치닫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제2의 6월 항쟁'의 불길을 당기자는 것이다.

'주도 세력'도, '주동자'도 없었다. 3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의 주인공은 105명의 제안자와 이에 응답한 시민 500여 명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부터 '세월호 참사', '종북 몰이',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해산'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 이후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공감대는 분명했다.

"40년 전 유신 독재로 회귀... 민주주의 후퇴 방관 못해"

이날 사회를 맡은 한충목 서울진보연대 대표는 "박근혜 정부 2년도 안 돼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평화 통일에서 멀어져 40년 전 유신 독재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30% 아래로 떨어지고 전국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뿔난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한 1000명의 각계 대표들이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키고 평화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의논하고 결의하고 행동하려고 모였다"고 밝혔다.

'민주수호 중앙 원탁회의' 제안자인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도 "통합진보당 해산과 내란음모 사건 조작으로 많은 동지가 고생하는 걸 보고 더는 방관할 수 없어 지난해 10월 민주수호 원탁회의를 제안했다"면서 "통진당 당원도 아니지만 정권에 못 마땅한 얘기 한다고 정권 논리에 안 맞는다고 해산시키는 작태는 유신으로의 회귀를 느껴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이은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이 직접적 계기가 되긴 했지만, 이들을 끌어 모은 결정적 계기는 최근 신은미씨 강제 출국과 황선씨 구속으로 이어진 박근혜 정부와 종편 등 보수언론의 '공안 몰이'였다. 1970년대 유신 시대를 방불케 하는 공안 정국 조성에 진보당과 거리를 두고 있던 진보적 인사들과 시민들조차 강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3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에서 단원고 학생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가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해 연대사를 하고 있다.
 3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에서 단원고 학생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가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해 연대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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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단체인 '서북청년단'의 부활과 연이은 '백색 테러'도 시민사회, 노동계 등 각계각층의 진보 인사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해 나온 단원고 학생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는 "오늘 제주 강정마을에선 해군기지 막는 강정 사람들과 평화운동가를 몰아내는 작업이 한창이고 광화문에선 서북청년단이 세월호 유가족을 몰아내겠다고 통보했다"면서 "국민은 잘못하는 정권에게 잘못한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관련기사: "진상규명 안 됐는데" 광화문 세월호 농성 천막 철거 논란).

이어 정씨는 "정권이 잘못한다고 말하면 빨갱이로 모는 정상이 아닌 세월이 세월호 사고로 이어졌고 금쪽같은 우리 자식이 죽었다"면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런 단체가 일어나 풀뿌리 문화가 전국에 퍼져 국민의 힘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정권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서북청년단-백색 테러 누가 조장하나"... 사법부 후퇴-종편 비판

'통일 콘서트'에 종북 잣대를 들이대 강제 출국 당한 신은미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황선씨도 '백색 테러'의 희생자였다. 이날 두 어린 자녀와 함께 참석한 황씨 남편 윤기진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폭탄 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언론사에 위로 전문을 보내 어떤 테러도 용납 못한다고 했는데 전북 익산에서 테러가 있던 다음날엔 종북 콘서트로 인한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면서 "서북청년단이 부활하고 '테러 집단' 어버이연합이 활개 치는 걸 조장하는 건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원탁회의 참가자들은 앞으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서울시민 운동기구인 '민주수호서울행동(가칭)'을 구성하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2월 25일)에 맞춰 오는 2월 28일 시국 대회를 열기로 했다. 현재 서울뿐 아니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전남, 경남, 등 전국 각 지역에서도 원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1974년 동아투위 사건 때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두 개의 기둥이 사법부와 언론인데 통합진보당 해산과 황선씨 구속에서 사법부가 정권 시녀로 전락했고 언론도 95대 5 정도로 종편 등 수구 언론과 청와대 낙하산 사장 방송이 장악해 '제2의 유신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면서 "(1987년) 6월 항쟁 때 남대문에서 광화문 시청 앞까지 100만 시민이 운집했는데 '제2의 6월 항쟁'이 가능하도록 28일 수십만 시민이 참여하도록 조직하고 뭉치자"고 참가자 확대를 독려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를 마친 참가자 500여명이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청계 광장까지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규탄하는 촛불 행진을 벌이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를 마친 참가자 500여명이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청계 광장까지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규탄하는 촛불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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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걸쳐 원탁회의를 마친 참가자 500여 명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종로2가와 을지로2가, 서울시청 광장을 거쳐 청계천 광장까지 1시간에 걸쳐 평화로운 촛불 행진을 펼쳤다. "서울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쓴 현수막을 든 원로 인사들이 선두에 섰고, 청년들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죽어가고 있다, 지켜내자(Democracy in Korea is Dying-Let's save!)"고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적힌 현수막을 펼쳐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비록 1개 차선을 차지한 게 고작이었지만 28년 전 6월 항쟁 당시에는 수십 만 시민들로 가득 찼던 곳이다.


태그:#민주수호 원탁회의, #신은미, #종북몰이, #세월호, #통합진보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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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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