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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을 피고로 한 2심 재판과, 김경일 해경 123정장을 피고로 한 1심 재판이 20일 광주 고등·지방법원에서 시작된 가운데,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이날 오후 1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바란다"고 발표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을 피고로 한 2심 재판과, 김경일 해경 123정장을 피고로 한 1심 재판이 20일 광주 고등·지방법원에서 시작된 가운데,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이날 오후 1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바란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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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9일 오후 7시 5분]

"밤마다 잠을 못 이룹니다. 일도 못하고 있어요. 왜 허리 다친 아내가 일을 하고, 이제 고3 올라가는 딸이 알바를 해야 합니까. 제 딸이 묻습니다. '왜 끝까지 (세월호에) 남아 (사람들을 구해서) 이런 고통을 겪냐'고요. 저는 그런 딸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만약 내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가 구해주겠냐'고, 그리고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할 거'라고요."

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호스를 몸에 묶은 채 20여 명을 구한 뒤, 침몰 직전 구조된 김동수씨가 27일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을 피고로 한 1심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눈물을 쏟았다.

참사 당시 파란바지를 입고 있어 '파란바지 의인'으로도 알려진 김씨는 세월호에 실려있던 자신의 화물차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면서 생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 정장을 향해 "피고인도 가족이 있지 않은가. 하나도 감추지 말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진실된 이야기 한 마디만 해달라"며 흐느꼈다. 이어 "참사 당시 내가 학생들 죽은 것을 봐서 그런지, 특정 부분의 기억이 없다"며 "밤마다 나를 죽이려고 누군가 쫓아오는 꿈을 꾸고, 잠을 이루지 못해 가정이 망가졌다"고 하소연했다.

나머지 증인 3명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검찰측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인정을 안 하고 슬픈 사람들을 더 슬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꿈 많던 내 친구들이 해경 도움을 받아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증인들의 한숨과 눈물에 방청석에 앉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방청객들도 함께 울먹였다.

검찰 "참사 당시 의사소통 가능했는지" 집중 신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사고 당일 오전 9시 24분쯤 촬영한 동영상 갈무리. 승객들이 가파른 갑판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사고 당일 오전 9시 24분쯤 촬영한 동영상 갈무리. 승객들이 가파른 갑판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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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정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4차 공판에 김씨를 포함한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들었다. 김씨와 단원고 학생 A·B군은 앞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의 재판에도 출석해 증언한 바 있다. 나머지 일반인 C씨는 처음 증인으로 나섰다.

김 정장이 책임지고 있던 123정은 참사 때 가장 먼저 세월호에 도착한 구조선이다. 이날 검찰은 증인 4명에게 ▲ 123정 혹은 세월호의 퇴선 방송을 들었는지 ▲ 목포해경 123정이 도착한 걸 알았는지 ▲ 세월호 내부에서 외부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4명의 증인은 공통적으로 "123정 혹은 세월호의 퇴선 방송을 듣지 못했다", "구조되고 난 이후에야 목포해경 123정이 도착한 걸 알았다", "헬기 소리가 들렸지만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의사소통과 관련해 세월호 3층에서 4층으로 이동해 구조된 단원고 학생 A군은 "헬기가 이미 출동해 떠 있었지만 (옆에 있던) 승무원의 대기하란 소리가 들렸고, 펜스 잡고 올라가란 소리도 다 들렸다. 내부에선 의사소통이 충분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4층에 있다가 구조된 B군도 "문 밖의 갑판에 있던 어른들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며 "조금 소리를 질러야 했지만 대화는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두 학생은 "당시 일반인의 도움을 통해 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며 "해경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검찰이 이날 증인들에게 '사고 당시 의사소통이 가능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은 까닭은 피고인 김 정장 측이 '퇴선 방송을 했더라도 당시 헬기 소음 때문에 듣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부가 김 정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김 정장의 혐의 중 하나인 업무상과실치사는 인정되기 어렵다.  

비교적 빨리 4층 갑판으로 나와 구조에 나선 C씨는 "헬기 때문에 퇴선 방송이 들리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내가 직접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조끼 나눠입으라고 전달했다"고 김 정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무너진 해경 구조활동 책임, 김 정장에게만 물어선 안 돼"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가 난 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오후 2시 팽목항을 통해 구조되고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구조선인 농협 차도선에서 내려 후송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가 난 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오후 2시 팽목항을 통해 구조되고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구조선인 농협 차도선에서 내려 후송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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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날 열린 4차 공판에 이어 28일 오전 10시 마지막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심 공판에선 검찰의 피고인 신문 및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 진술 기회를 얻은 고 오준영(단원고 학생)군의 어머니는 "김 정장의 엄벌은 당연하지만, 참사 당일 무너진 해경 구조활동의 책임을 김 정장에게만 물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찰 신분인 김 정장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을 하는 동안(관련기사 : 손도끼와 유리파편... '세월호 구조쇼'의 정체는?) 해경 상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기자회견을 열기 전, 정확한 사실 검증을 통해 언론에 노출할 수 있도록 관리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오군 어머니가 이날 한 피해자 진술의 일부다. 진술 내용은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돕고 있는 이성미씨가 쓴 글을 오군 어머니가 대신 읽은 것이다.

재판장님, 혹시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아십니까. 저는 4월 16일 이후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일기를 기록하는 아빠, 돌아와서 그 일기를 보면서 우는 엄마를 볼 때 국회, 광화문, 안산, 광주에서 울부짖는 500여 명의 유가족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은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모처럼 다시는 슈퍼맨이 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어도, 남겨진 부모와 가족들이 구조받지 못해 죽어간 사랑하는 이들을 하늘에서 만났을 때 자초지종을 낱낱이 설명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이 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도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국민입니다. 참사 후 구조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과 아이들의 수학여행 목적지를 하늘나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디 국민들이 더 이상 이런 큰 아픔을 겪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던 책임자의 잘못을 엄중히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3차 공판] "고통과 아픔 담긴 책, 재판장님께 건넵니다"
[2차 공판] 아빠의 절규 "세월호 참사 때 국가는 어디 있었나"
[1차 공판] '나홀로' 법정에 선 '부실구조' 해경 123정장


태그:#세월호, #재판, #123정, #김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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