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를 연기하는 김법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를 연기하는 김법래 ⓒ 쇼미디어그룹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김법래가 연기하는 레트 버틀러는 미국판 '나쁜 남자의 원조'라고 하면 좋을까. 사랑하는 여자 스칼렛 오하라를 피난시키는 도중에 전쟁터에서 싸우겠다고 그를 버리고 발걸음을 돌리는 나쁜 남자가 레트 버틀러니 말이다.

하지만 레트 버틀러가 나쁜 남자이기는 해도 스칼렛 오하라만 바라보는 '사랑 바라기'이기도 하다. 스칼렛 오하라는 남편 외의 남자 애슐리를 흠모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레트 버틀러는 질투하고 화내기보다는 언젠가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통 큰 남자다.

김법래는 일본에서 쏠쏠하게 팬이 많은 뮤지컬 배우다. <잭더리퍼> <삼총사>가 일본에서 공연할 때 김법래를 보고 반한 일본 팬들은 그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한다. 올 3월에는 일본 도쿄 롯폰기에서 뮤지컬 팬을 위한 단독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일본에서 뮤지컬 한류 붐을 일으키는 배우 김법래를 지난 23일 논현동에서 만났다. 

- <삼총사> <잭더리퍼> 등에서 마초 역할만 하다가 로맨티스트가 되었다.
"<삼총사> <잭더리퍼>를 오래 했지만 혼자 연기해야 했다. 파트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전직 아이돌 바다, 현직 아이돌 서현씨와 호흡을 맞춘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조연을 많이 연기하다가 주연을 맡은 것도 오랜만이다. 간만의 주연이라 잘하고 싶었다.

바다씨와는 세 번째 호흡을 맞췄지만 서현씨는 처음이다. 바다와 서현씨 모두 나를 편하게 생각했다. 연습 마치고 '불편한 거 없어? 뭘 맞춰줄까?' 물어보면 '없다'고 편하게 이야기했다. 서현씨는 스펀지 같다. 조언하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한 번 코멘트를 하면 빨리 받아들이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

레트 버틀러는 '내가 스칼렛 오하라를 사랑하면 됐어'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다. '전쟁터에 다녀올 테니 내가 돌아온 후에는 널(스칼렛 오하라) 가질 거야'하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1세기 소설이 아니다. 예전에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당시에 레트 버틀러라는 '나쁜 남자'를 설정했다는 점이 놀랍다."

- 스칼렛 오하라는 요즘 표현으로 '쉬운 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레트 버틀러는 스칼렛 오하라의 도도함에 굴하지 않고 구애하는데.
"레트 버틀러는 수많은 여자를 겪은 남자다. 그러면서도 자기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레트 버틀러를 스칼렛 오하라처럼 막 대하는 여자는 처음이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로울 것이다. 레트 버틀러는 '당신과 내가 닮았다'는 대사를 스칼렛 오하라에게 건넨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어? 너 뭐야?'하는 심정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반했을 것이다."

- 스칼렛 오하라는 레트 버틀러와 결혼해도 애슐리만 바라본다. 레트 버틀러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텐데.
"레트 버틀러는 스칼렛 오하라가 애슐리를 짝사랑하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라 '당신이 결혼을 두 번이나 하고 남편은 다 죽었어도 내가 널 사랑하면 끝이야'라고 생각한다. 스칼렛 오하라가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처럼 보여도 상관하지 않는다.

레트 버틀러는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고, 언젠가는 아내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걸 확신하는 남자다. 스칼렛 오하라가 충동적으로 결혼하는 여자라 해도 레트 버틀러가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아내의 과거는 상관없다고 보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 쇼미디어그룹


- 김법래씨는 베이스로 노래한다. 이번 레트 버틀러의 넘버를 소화할 때 저음이 도움된 점이 있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노래는 김법래라는 배우의 키에 정말 잘 맞았다. 다른 배우가 노래하기 어려운 낮은음이 많다. 프랑스 배우의 공연 실황을 들으면 노래가 낮게 들리지 않는데 악보를 보면 낮다.

우리나라 음악 팬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가요에서도 음을 높게 잡는 것을 선호한다. 임태경과 주진모씨는 노래가 낮아서 키를 높였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낮은음은 자신 있다. 음악 감독이 키를 높일까 물어봤을 때 원래 키대로 가겠다고 했을 정도다. F#이 가장 고음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가운데서 나와 가장 잘 맞는 음역대의 노래라 행복했다."

-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국정원 요원, 드라마에서는 악역을 많이 연기했다.
"보이는 이미지가 강해서 센 캐릭터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조금 전에 사진 촬영을 하고 인터뷰 장소로 왔다. 웃어도 무섭다고 하더라.(웃음) 내 마스크가 장점이기도 하다. 이미지가 강하니까. 강한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기존 배역과 달리 망가지는 역할도 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서 평가가 좋았다."

- 일본에 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잭더리퍼> <삼총사>를 할 때는 일본 팬이 일주일에 한 번씩 현해탄을 건너와서 김법래씨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국 뮤지컬에서는 고음을 불러야 먹힌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는 반대로 저음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목소리가 일본에서 어필할 수 있었다. 어느 뮤지컬 배우가 일본 제작사에 '법래 형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일본 뮤지컬 배우 중에는 없는 목소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번째로 일본 팬은 미혼 여성 팬보다 결혼한 팬이 많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팬으로 나를 사랑해주시지, 남자로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자로 보는 경향이 조금 있다. 결혼하면 팬이 뚝 떨어진다.

처음에는 아이돌 가수를 보러 공연장을 찾았다가 내 팬이 된 분들이 많다. <잭더리퍼> 당시 다니엘을 맡은 배우가 슈퍼주니어 성민씨였다. 성민씨를 보러 왔다가 내 팬이 된 분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왜 나를 이렇게 좋아해?'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잭더리퍼>나 <삼총사> 일본 공연을 한 뮤지컬 배우들은 일본 팬이 많이 생겼다. 일본에서 <잭더리퍼> 첫 공연을 할 때는 내가 많은 집중을 받았다. (신)성우 형이 할 때보다 한 옥타브를 낮춰 불렀다. 저음의 목소리가 신기하게 들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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