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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윤고은 이신영 기자)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방송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단체도 노조법상 인정되는 노동조합으로 봐야 하며,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할 자격도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민중기 수석부장판사)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연기자들도 근로자에 해당하니 분리교섭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드라마 촬영장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실시한 결과 연기자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기자들은 특정 프로그램 제작기간에만 계약에 따라 방송에 출연할 뿐 정년이나 퇴직금이 존재하지 않고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의문의 여지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이들을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기자는 전문성 때문에 연기과정에서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연출감독이나 현장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연기한다"며 "연출감독이 대본연습 때부터 연기에 관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연기자들이 방송사 측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사가 정한 시간과 장소의 구속을 받고, 연기라는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출연료를 지급받는다"며 "연기자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 만큼 한연노도 노조로 인정되며,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자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와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천400여명이 속한 한연노(1988년 설립)는 2012년 한국방송공사와 출연료 협상을 진행하던 중 중노위가 연기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별도의 단체교섭도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연기자들은 특별한 방송국에 전속되지 않은 채 프로그램별로 자유롭게 출연계약을 맺고 있고, 근로소득세 징수 대상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하며, 이들이 속한 한연노도 노조가 아닌 이익집단에 불과해 분리교섭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한연노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외주제작시스템 뒤에 숨어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부인해 오던 방송사의 부당함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출연료 미지급 등 열악한 방송 환경개선에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방송사에 모든 책임이 있지만, 앞으로는 서로 대결하고 갈등하는 단계를 벗어나 서로 대화하고 화합해 질 높은 방송환경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연기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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