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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 출구조사 결과 시리자의 승리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그리스 총선 출구조사 결과 시리자의 승리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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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창당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지난 25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급진좌파 시리자가 예상 득표율 36~39%로 1위를 차지했다. 보수 성향의 집권 신민당은 23~27%에 그쳤다. 3~4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현지 언론은 중도 성향의 신생정당 포타미(6.4~8%)가 근소한 차이로 3위,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정당 황금새벽당(6.4~8%)이 4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는 총선 결과에 따라 의회 의석 300석 가운데 50석을 득표율 1위 정당에 자동으로 할당하고, 3% 이상 지지율을 얻은 정당들을 대상으로 득표 비율에 따라 나머지 250석을 배분한다. 따라서 시리자의 과반 확보 여부는 정확한 개표가 끝나야 확정되지만, 만약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연정을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시리자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신민당에 5~6%p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선거 후 출구조사 결과는 이보다 훨씬 큰 차이로 압승을 거뒀다. 만약 시리자가 출구조사 최대치인 39%를 득표하면 과반을 차지해 단독정부 구성도 가능하지만, 그 이하라면 연정 구성에 나서야 한다.

13개 군소 좌파 정당이 모여 만든 시리자는 창당 첫해인 2004년 총선에서 득표율 3.3%로 초라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그리스 재정위기를 발판삼아 대안 세력으로 급부상하며 2012년 총선에서 26.9%의 득표율을 얻어 제1 야당으로 올라섰다. 마침내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시리자의 파노스 스쿠르레티스 대변인은 출구조사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가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 분명하다"며 "시리자의 승리는 그리스의 사회적 존엄과 정의를 되찾고 유럽의 고통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자가 내세운 공약은 '긴축 중단'이다. 국가 재정을 쥐어짜는 긴축 정책이 아닌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대규모 확대 정책을 통해 그리스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 시리자의 주장이다.

집권 신민당을 이끄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시리자가 승리하면 '그렉시트(Grexit : Greece+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일어나고 오히려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며 "시리자는 그리스를 재앙으로 이끌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2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신민당과 유럽 각국은 '그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경고하며 시리자의 승리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오랜 긴축 정책, 갈수록 치솟는 실업률과 빈곤에 지친 그리스 유권자들은 시리자를 새로운 정권으로 선택했다.

최연소 총리 치프라스 "좌파의 시대 왔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리더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지난 21일, 그리스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를 방문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리더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지난 21일, 그리스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를 방문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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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세의 나이로 시리자를 총선 승리로 이끈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그리스 군사정권이 무너진 이후 최연소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치프라스는 고교 시절 공산당청년연맹에 가입하며 일찌감치 좌파 운동에 눈을 떴고, 그리스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 개혁에 반대하며 학교를 점거하기도 했다.

아테네기술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치프라스는 그리스 전국의 학생 운동을 이끌었고, 졸업 후 건축회사에 잠시 몸담았다가 곧바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6년 아테네시장 선거에서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치프라스는 2008년 시리자 당수에 올랐고, 이듬해 의회 진출에 성공한다.

그리스 중앙 정치는 가문의 부와 권력을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이 유난히 많다. 이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은 젊은 패기와 카리스마로 기득권 정치인들과 맞서는 치프라스의 매력에 주목했고, 2012년 총선에서 시리자는 단숨에 제1 야당으로 올라섰다.

치프라스는 이번 총선을 정권 창출의 기회로 여겼다.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토론과 협상력을 과시하고 공약의 현실성을 강조하는 등 급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집권 신민당의 온갖 공세를 견뎌내고 여론조사를 통해 승리를 확신한 치프라스는, 선거 이틀 전인 지난 23일, 이미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아테네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좌파의 시대가 왔다"며 "그리스는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외쳤다. 

유럽 경제 '초긴장'... 그리스의 앞날은?

시리자가 정권을 잡았으나 '그렉시트'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리자를 뽑은 유권자들도 유로존 탈퇴를 원하고 있지 않으며, 치프라스 당수 역시 총선 유세에서 "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못 박았다.

그 대신 시리자가 요구하는 것은 구제금융 완화다. 재협상을 통해 부채를 탕감받고, 상환 조건을 완화해서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 유로(약 293조 원)에 으르는 구제금융을 받고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조정을 이행했다.

그러나 치프라스는 그리스가 사실상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달하는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고, 상환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며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만약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거부하거나, 트로이카가 채무 탕감을 받아들일 경우 유럽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를 주면서 세계 경제도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트로이카는 치프라스 당수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고 경계하며 채무 탕감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대 채권국으로서 트로이카를 주도하는 독일이 완강하다. 따라서 곧 벌어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치프라스 당수의 한판 대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트로이카도 기존의 그리스 정권과 결탁해 기업을 장악한 '올리가르히'를 척결해 부유층의 탈세를 막고 세금을 올려 재정을 개혁하겠다는 치프라스 당수의 공약을 지지하고 있어 타협이 이뤄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빌 머레이 IMF 대변인은 "그렉시트는 현실성이 없다"며 "누가 그리스 정권을 잡더라도 충분히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그:#그리스, #시리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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