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이수명 역의 배우 여진구가 2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속 수명이는 자존감 없고 결정적인 순간 도피하는 20대 청년이다. "저와 정반대의 모습이라 호기심이 있었고, 끌렸습니다"라며 올해 19세가 된 여진구는 당차게 말했다. 그렇게 성인 연기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찍혔다.

드라마 <연개소문>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 숱한 작품에서 아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다가 만난 8살 많은 수명이라는 캐릭터는 그만큼 그에겐 큰 의미였다. 촬영 직전까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함께 읽으며 시니라오를 분석했던 여진구는 "나도 모르게 소설에 얽매여 있어서 초반에 많이 경직돼 있었다"고 전했다. 어려운 과제가 많았으니 감히 도전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하겠다.

껍질 깨야 했던 수명..."승민이 그에겐 영웅이었다"

수명은 어릴 때 트라우마로 공황장애를 앓는 인물이다. 특유의 침착함과 천재성을 갖고 있음에도 결정적인 상황엔 대응을 피하며 숨어버리기 일쑤다. 여진구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또래보다 굵은 목소리 때문에 고민하고 소심해지기까지 했던 지난 시절 내 모습과 닮은 점도 있었다"고 자신의 치부부터 언급했다.

"수명이의 행동은 어쩌면 똑똑한 대처방법일 수도 있어요. 삶의 위기에서 맞서고 부딪혀봤자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아는 인물 같았어요. 정신병원에서 그 어떤 문제도 안 일으키고 6년 동안 지내왔잖아요. 본인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처신이었죠.

저 역시 어렸을 땐 목소리 조절이 잘 안 돼 말하는 게 싫었어요. 어떻게든 튀지 않으려 애썼는데 언제부턴가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가 좋다고 해주시는 거예요.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이게 무슨 소린가 의아했죠. 지금은 이 목소리가 행운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 지점이 저와 수명의 차이겠죠."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이수명 역의 배우 여진구가 2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위축됐던 여진구에게 관객과 지인들의 칭찬이 큰 힘이 됐듯, 수명에겐 승민(이민기 분)라는 존재가 있었다. 재벌가 아들로 집안싸움의 희생양이 돼 정신병동에 갇힌 인물이지만, 승민은 매사에 당당하며 어려움을 스스로 깨려 하는 인물이다. 수명은 승민과 친구가 되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꿈이라는 걸 처음 직시하게 된다.

현재 군복무 중인 이민기를 언급하며 여진구는 "나이 차는 좀 있었지만 현장에서 친한 형처럼 지냈다"며 "넘어져 있는 수명을 승민이 일으켜 세운 것처럼 민기 형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다. 함께 영화 홍보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성격 고치러 시작했던 배우, 본업이 되기까지

앞서 언급했던 콤플렉스로 여진구는 어린 시절을 비교적 자신감 없이 지냈다. 마냥 TV보는 게 좋았고, 막연하게 TV에 나오면 어떨까 생각을 하던 차에 부모님 권유까지 더해져 연기를 시작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성격 개조도 할겸 시켜나 보자는 생각이었단다. 여진구는 "부모님 역시 지금의 날 상상하시진 못한 것 같다"며 "중학교 들어가며 더 진지하게 연기를 고민했고, 평생 하고 싶은 일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작했다지만 막상 여진구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특히 2013년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지난해 <타짜: 신의 손> 등의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았을 정도로 강한 폭력성이 있었다. 때문에 청소년인 여진구가 정작 자신의 출연작을 관람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다.

"아무래도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강렬한 감정 연기를 할 땐 가슴이 아프고 몽우리 지는 때가 많아요. <화이>가 그랬죠. 그런데 그런 영화들 속 환경과 제 환경은 많이 다르잖아요. 오히려 명확하게 구분되더라고요. 제가 연기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센 역할을 해도 일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진 않아요.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기에 저도 신기했죠. 오히려 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다면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이수명 역의 배우 여진구가 2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역으로 충실히 쌓아온 만큼 현장에 대한 이해도 깊은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역 배우 생활에 대해 물었다.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아역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이 많다는 취지로 던진 질문에 여진구는 주저 없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거기서 소비하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친구가 아닌 제 경우를 들어 얘기하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청소년, 아이들에게 촬영 현장이 열악하다고들 하는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대부분 스태프 분들이 아역을 위해 모든 걸 다 해줍니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챙겨주려 하시죠. 또 아역들은 배우로 성장해가고 싶은 존재인데 색안경 없이 봐주시는 분들이 현장에 다 계세요. 어리광을 받아준다거나 그렇다고 매몰차게 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명의 필수 배우로 봐주시는 거죠. 나이 어린 배우를 위한 현장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봐요."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이 된 여진구는 "누가 뭐래도 대학 생활은 꼭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바로 연극영화과를 가기보단 연기에 도움되는 또 다른 학과를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캠퍼스를 걷고,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설레요!" 자기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할 땐 영락없는 또래 학생이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목표점이 있었다. "10대의 마지막을 장식할만한 작품을 하는 것, 나아가 배우로서 자신 있게 내보일 대표작을 갖는 것!" 그렇게 여진구는 일상과 꿈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이수명 역의 배우 여진구가 2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여진구 내 심장을 쏴라 이민기 정유정 김정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