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손흥민이 연장 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손흥민이 연장 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가 4강에 진출했다. 2007년 이후 3회 연속 4강 진출이다. 반대편에서는 호주가 중국을 2-0으로 꺾고 역시 준결승에 올랐다. 팬들의 관심사는 이제 남은 두 자리에 쏠린다.

23일 열리는 8강전 3, 4경기에서 이란-이라크전, 일본-UAE전 승자가 준결승에 진출한다. 3경기에서 펼쳐지는 이란과 이라크 간 경기의 승자는 오는 26일 오후 6시 한국팀과 맞붙게 된다.

4강 이후는 사실상 우승 후보들 간의 맞대결이라 대진운이 큰 의미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어느 팀이 올라오든 8강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올라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지난 22일 경기를 치른 한국은 하루 늦게 8강전을 갖는 이란-이라크보다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연장전까지 소화하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어차피 한국은 두 팀 모두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의 천적으로 명성을 떨쳐왔고, 이라크는 지난 2007년 아시안컵 준결승 승부차기 패배를 비롯해 여러 차례 한국의 앞길을 막아왔다.

그래도 현재로서 국내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대진운은 아마도 이란과의 리턴 매치일 것이다. 사실 전력상으로는 보면 최근 하향세인 이라크가 올라오는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왕 넘어야 할 벽이라면 이란을 이기는 것이 더 값져 보인다.

한국팀의 '천적' 이란팀

0대1 패배에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0대1 패배에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013년 6월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이란은 오래 전부터 국제 무대에서 여러 차례 한국의 천적으로 군림해왔다. 통산 전적에서도 12승 7무 9패로 한국에 앞선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던 테헤란 원정에서는 1974년 첫 대결 이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에 상대 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가 바로 이란이다.

아시안컵으로만 국한해도 남다른 인연이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1996년 대회 이후 8강에서만 무려 5회 연속으로 만났다. 특히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참패한 것은 이란 축구에게는 아직도 두고두고 자랑거리다. 축구 관계자들이 이란을 방문할 때마다 이란 축구 팬들이 1996년 경기 스코어를 의미하는 '식스, 투'를 언급하며 도발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현 감독이 이란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는 한국과의 악연이 더욱 심화됐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축구가 일방적으로 이란에게 굴욕을 당하기 바빴다.

한국은 홈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지난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에 이어,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첫 맞대결이던 지난해 11월 테헤란 원정 평가전에 이르기까지 이란을 상대로 A매치 3연패를 당했다. 모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0-1 패배를 당했다. 전력 상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이란의 역습에 선제골을 내주고 침대 축구와 심리전에 말려들어 자멸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최악의 장면은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13년 6월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전후부터 양 팀 감독들의 살벌한 장외 신경전으로 기 싸움을 펼친 데 이어 경기 후에는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감자' 도발로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

당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골 득실에서 앞서 겨우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안방에서 열린 출정석 분위기는 엉망이 돼버렸다. 지난해 테헤란 경기에서도 이란 선수들의 비매너 플레이에 흥분한 한국 선수들이 집단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한편, 그만큼 이란 측의 연이은 도발과 과잉 반응은 역시 한국 축구를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 대표 선수들은 이번에야말로 이란에게 정말 빚을 갚아야 할 차례라는 복수심을 불태울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이란을 이긴 것은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 편성이 갈려 만날 인연이 없을 듯했으나 한국과 이란 모두 우승 후보다운 저력을 과시하며 결국 4강에서 다시 재회할 상황을 맞이했다. 이래저래 인연은 인연이다.

이란은 한국, 일본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무실점 기록을 지키고 있는 세 팀 중 하나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과 유효 슈팅 등 내용 면에서 밀리고도 확률 높은 역습 한방과 끈적한 수비력으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짠물축구'는 여전하다.

이란이 만일 이라크를 상대로도 무실점 기록을 지키며 4강에 올라온다면 한국과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진정한 '늪축구' 1인자를 가리는 대전이 될 전망이다. 기왕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이란을 상대로 진검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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