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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3일 오후 4시 43분]

포스코건설이 마을 파괴와 환경·경관·문화재 훼손 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노선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충남 예산군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국토교통부에 예산군을 통과하는 서부내륙고속도로(제2서해안고속도로) 민간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더불어 예산군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지역사회의 '민민갈등'을 조장 내지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예산군과 포스코건설은 예산읍 예산문화원에서 '서부내륙고속도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대해 우선 설명회 장소와 방식이 사려 깊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장 다른 면민들 한자리에 모아놓고... 갈등 부추기나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자 주민설명회장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자 주민설명회장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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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명회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오가면민들과 대흥면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열렸다. 때문에 의도했든 안 했든 예산군과 포스코건설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예산문화원으로 모인 대흥면민들과 오가면민들은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에도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멱살잡이를 했다.

현장에서도 충돌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나 몰라라'한 채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산읍내에서 입장 차가 큰 주민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강행한 것을 강도 높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곳에 대립하는 주민들을 모아 놓는 게 아니라 각 면으로 찾아가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다른 사안의 경우 공청회가 아닌 주민설명회는 대부분 해당 마을이나 면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개최해 왔다.   

제2서해안고속도로노선변경추진위원회 정종열 위원장은 "주민설명회를 하려면 당연히 피해보는 곳과 노선이 지나가는 곳에서 해야지 왜 예산읍에서 하느냐. 왜 이따위로 행정을 하느냐"고 예산군을 질타했다.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박효신 사무국장도 "대흥에서 필요하면 대흥에서 하고, 오가에서 필요하면 오가에서 주민설명회를 하면 된다. 왜 오가와 대흥을 싸움 붙이느냐, 왜 같은 예산군민들끼리 싸움을 붙이느냐"고 지적했다.

"630억 아끼려고"... 포스코 "사업비 증가 불가피 "

이처럼 주민 갈등이 첨예한 까닭은 노선을 보는 입장차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 1안(포스코건설 기존안, 추사고택·용산 주변과 봉수산·슬로시티 등 대흥면을 관통하는 노선안) ▲ 2안(예산군 요구안, 추사고택·용산 주변과 대흥면을 피해 우회하는 노선안) ▲ 3안(포스코건설 수정안, 신암에서 오가를 거쳐 삽교에 IC를 만들고 홍성군 금마·홍동면으로 가는 노선안) ▲ 4안(1안에서 대흥면을 관통하는 노선을 봉수산 쪽으로 일부 조정한 노선)이 논의됐다.

이같은 4개안에 대한 예산군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주로 오가면민들은 임성중학교 부근 오가면 내에 IC가 계획된 노선안(1안과 4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흥면민들은 1안과 4안이 마을을 파괴하고 환경·경관·문화재를 훼손한다며 2안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1안의 경우 ▲ 신암면 구간은 추사고택과 백송 등 추사 김정희 선생과 관련된 문화유산과 화암사 사이를 지나 용산의 허리를 자르고 ▲ 대흥면구간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역사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예당저수지와 봉수산 사이를 관통한다. 이 때문에 대흥면민들은 중부권 최초 슬로시티 대흥과 전국 유일의 광시황새마을, 임존성, 대흥향교·동헌, 대련사, 휴양림, 수목원·휴양림 등을 훼손하는 노선 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안에 대해서는 대흥면민은 물론 황선봉 예산군수도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자 포스코건설이 1안의 수정본으로 다시 3안을 내놓았다. 건설사 측은 예산군이 2안으로 시공할 경우 2개 이상의 터널을 설치해야 돼 630여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된다며 꺼리고 있다.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박효신 사무국장은 "포스코건설이 머리가 참 좋다. 예산군이 요구한 2안은 630억 원이 더 들어가서 못한다며 3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3안이 오가와 대흥을 싸움 붙이는 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비 630억 원을 더 들이지 않으려고 3안을 제시해 주민갈등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 주민도 "행정과 포스코건설이 큰일 날 일을 하고 있다. 예산군이 요구한 2안이 대흥면도 만족하고 오가면도 만족하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오가면민들은 IC가 삽교 쪽으로 간다고 하면 일단 반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왜 갑자기 3안을 들고 나와 오가면과 대흥면을 싸움 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주민들 "예산군이 전체 살릴 수 있는 안 제시해야"

공무원들도 "자칫하면 주민들끼리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건설행정과 포스코건설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포스코건설은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예산군이 요구한 2안을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예산군은 기존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고석규 예산군 건설교통과장은 이날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안이 추사고택과 용산을 피하고 대흥산 너머로 가야 한다는 예산군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이 2안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한 뒤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주민들의 질문에는 "구두상으로만 들었지 포스코건설이 법적으로 통보한 것은 없다. 공식적으로 공문이 와야 대응하는 것이지 않느냐"고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박효신 사무국장은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은 아니다. 한 마을이 사라지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에 있다"며 "예산군은 오가면도 살리고 대흥면도 살릴 수 있는 안을 포스코건설에 제시하고 의논하라, 예산군 전체를 살릴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부내륙고속도로는 총사업비 2조 7000억 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예산-전북 익산시까지 총연장 139.2㎞에 이른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고속도로, #포스코건설, #IC, #국토교통부,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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