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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반다문화단체의 광고
 1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반다문화단체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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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봤어요? <동아>랑 <중앙>에 나온 광고?"

월요일(19일)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는 뜬금없었다. 그래도 지면 신문을 받아보지 않는 사람에게 "광고를 봤냐"고 묻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상대방은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말이 안 나와요"라며 어이없어 했다.

사무실에 가서야 신문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자스민·임수경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대한민국의 자살''이라는 제목의 전면광고였다. 극우성향의 반다문화단체들이 낸, '박근혜 대통령님·김무성 대표님·문재인·박지원 의원님, 유럽에서 부도 난 다문화정책을 중단해 주세요!'라는 부제를 단 광고는 소름 돋게 재미있었다.

소름 돋았다함은 이게 대한민국 유력 중앙 일간지에 실릴 수 있다는 게 그랬고, 재밌었다 함은 그 논리의 조악함이나 표현이 북한의 <노동신문>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반다문화단체의 주장, 북한 <노동신문>과 닮았다

2007년 4월 27일 <노동신문>은 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남한 국무회의에서 나온 데 대해 논평을 내며 말문을 이렇게 열었다.

"최근 남조선에서 우리 민족의 본질적 특성을 거세하고 다민족·다인종사회화를 추구하는 괴이한 놀음이 벌어지고 있다. 이 소동의 연출자들은 남조선이 미국인 등 여러 인종의 피가 섞인 혼혈의 지역이라느니, 폐쇄적인 민족주의 극복이니, 미국과 같은 다민족국가의 포용성과 개방성이니 하는 황당한 설을 들고 나오고 있다."

당시 북한은 남한의 다문화정책을 비난하며 남한이 '단군의 후손', '한핏줄', '한겨레' 등을 강조하여 온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2009년부터 '다인종·다민족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며 '국제결혼가정', '외국인근로자가정' 등의 용어도 '다문화가정'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이를 민족적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하는 '망동'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이처럼 '다민족·다인종사회론'을 비난한 것은 다문화가 '민족단일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는 시대의 기본이념을 거세하는 독소이고 반통일 논리'라고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북의 주장은 '반만 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 온 단일민족의 후손'으로 교육받았던 기성세대가 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을 만큼 익숙한 논리였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은 전 세계가 국경 없는 전쟁을 치르며 다민족 다인종 국가로 가는 글로벌시대에 북의 주장은 우물 안 개구리로 살겠다는 억지라고 보고 있다.

<노동신문>과 북한은 다문화를 민족의 독소요, 이민자가정을 '인종적 잡탕'으로 규정했다. 만일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북의 주장대로라면, 결혼 이주민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인들은 일순위로 제거해야 할 '독소'가 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다문화반대 단체들의 중앙일간지 광고를 보며 '노동신문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극과 극은 통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어디가 좌파이고 우파인지 구분 힘든 대한민국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주 문제는 좌로 가나 우로 가나 답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히 이주민과 관련해서 어디가 좌파이고, 어디가 우파인지 구분하기 힘든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 이주민 문제는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 광고를 게재한 반다문화단체도 성향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과 이자스민 의원이 7일 오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1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1월 7일 오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1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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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법안'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용하는 법안이지, 한국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이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인 만큼, 국제법을 지킬 수 있도록 실정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국적이나 신분(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교육 받을 권리, 강제노동,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설령 미등록자, 무국적자의 자녀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기본권, 교육권을 보장하여 차별을 방지하자는 법안이지, 불법체류자를 양산시키겠다는 법이 아니다.

반다문화단체들이 광고 속에서 임수경 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을 두고 미성년 소녀와 결혼을 조장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과연 법안을 읽어보기라도 했을까? 임수경 의원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다문화반대 단체들이 "기본적인 법안의 내용도 숙지하지 못하였고, 심지어 법안내용에 대하여 문의한 사실조차도 없었다"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개정안의 취지를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수경 의원이 발의한 '국적법 일부법률개정안'은 국내법상 미성년자가 결혼한 경우 성년으로 보지만,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성년의제 규정이 국적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법체계상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이것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법규정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간이귀화 요건에 '가정폭력'을 명시하여 외국인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반다문화단체들이 광고에 실은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13세 이상의 미성년 소녀들에게 한국국적을 주자는 내용"이란 말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광고에서 반다문화단체들은 서울시가 불법 체류자들에게 매년 수백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며, '시민인권배심원단'이었던 시민이 "최초 표결이 7:5로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세금 지원은 옳지 않다고 결정하였는데, 서울시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불쾌한 언사를 하여 시민위원들이 위축되었고 재표결을 요구하여 8:4로 표결이 뒤집혔다"고 주장했다(인권배심원단은 2/3 이상이 찬성해야 평결이 성립된다).

그런데 이 회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세금 지원이 옳으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었다. '미등록이주아동 보육료 지원이 차별이냐 아니냐'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제법과 서울시 조례 등에 비춰 볼 때 '차별'이냐 아니냐를 놓고 토론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육료 지원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던 서울시 담당자들마저 '차별'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차별이 합리적 차별이며 국가가 먼저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일부 반대 의견을 냈던 배심원들 역시 서울시와 같은 입장이었다.

난 이들이 언급한 회의의 신청인이었는데, 7:5가 8:4로 뒤집혔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 왜냐하면 배심원단은 모의회의 등을 통해 회의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비록 시장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의견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배심회의 표결은 손을 들거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필로 차별인지 아닌지를 기록한 것에 근거를 두었다. 그 자리에서 서울시 담당자들은 미등록이주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차별이라고 차분하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인권배심원단은 서울시가 아닌 신청인인 나의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 '8:4'... 2014년 12월 19일 이런 평결도 있었다).

다문화정책 때문에 유럽이 망했다고?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해 온 활동가들은 정부의 다문화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다문화반대 단체들 못지않게 다문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다만 비판의 결이 다를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다문화정책은 결혼이주민 중심의, 국적 배우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외국인들을 차별 없이 대하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려면 정부가 말하는 다문화정책은 '결혼이주민지원정책'과 '외국인력정책'이 있다. 여기서 외국인력 즉,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에게는 차별과 배제 혹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다문화에 비판적인 이들은 저출산 때문에 다문화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70여만 개의 일자리가 잠식되었고, 매년 해외로 6조 원 상당의 돈이 송금되어 내수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결혼이주민지원정책과 외국인력정책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가족동반 입국이 금지되고, 단기순환원칙에 따라 일정 기한만 일하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 다만 '70여만 개의 일자리 잠식'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을 담고 있는데, 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와 자본을 비난할 일이지 노동자들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정부와 자본이 이주노동자에게 저임금을 강제하면서 내국인 기피를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흔히 3D업종을 내국인 기피업종이라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3D라서가 아니라, 인건비가 낮기 때문이다. 광고에선 중소기업이라고 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실제로 기업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영세업인 경우가 허다하다.

저출산 해결이니 노동력 확보니 하는 말들엔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도구로 보는 관점이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출산의 도구요, 이주노동자를 노동력과 저임금의 도구라 생각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광고에서 반다문화단체들은 다문화 정책으로 인해 유럽이 망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유럽 정치인들이 우경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유럽 유력 정치인들이 말하는 '다문화정책 실패'는 이주민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사회통합에 실패했다는 분석이지, 그들을 차별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일종의 자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사회제도적, 지리적, 인종적 차별로 인해 사회통합에 실패한 것을 뒤늦게 시인하고,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세계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우리 민족끼리'만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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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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