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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다."

15일, 오전 12시 30분께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 음종환(46) 청와대 선임행정관(홍보기획비서관실)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그는 "감옥 생활에서 탈출한 기분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웃으면서 "청와대가 감옥 생활이라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어렵게 생활하는 곳'이라는 비유다"라고 농담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조응천이 김무성-유승민에게 줄대고 있다고 얘기했을 뿐"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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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전날 음종환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면직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 면직처리 사유였다.

음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 인근에서 벌어진 한 술자리에서 "문건파동의 배후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다"라고 말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에 음 전 행정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그렇게 얘기할 만큼 허접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가 좋아하는 김무성 대표와 존경하는 유승민 의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표를 냈다"라고 말했다.

음 행정관은 "당시 술자리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이름을 거론한 적은 있다"라며 "'조응천 비서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줄대고 있다'라고 얘기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사건의 몸통('배후')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인데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줄대고 있다고만 얘기했다는 주장이다.

음 행정관은 "박관천 경정은 재작년(2013년) 총경 승진에서 탈락하자 '나를 승진 안 시킨 사람이 안봉근(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이다'라며 '보복하겠다'고 했고, 조응천 전 비서관은 서상기 의원이 대구시장이 되면 서 의원의 지역구를 가려고 했는데 권영진 전 의원이 대구시장이 돼버리자 (줄을 대기 위해) 유승민 의원을 만났다"라고 전했다.

음 행정관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조응천 비서관은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했던 사람인데, 근거없이 (정윤회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실망했고 섭섭하다'고 했다"라며 "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 아니냐?"라고 말했다.

"나는 이준석처럼 언론플레이 하기 싫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뉴스웨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 김무성 수첩 포착 '문건파동 배후는 K,Y'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뉴스웨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 사진제공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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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음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가 마련된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내 친구가 개방형 공모를 통해 어느 공직에 가게 돼 이동빈(제2부속실 행정관)과 셋이서 술을 먹게 됐다"라며 "그런데 친하게 지내는 신용환(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보고 싶다고 연락와서 합석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음 행정관은 "당시 청년위원회에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하는 행사가 열렸던 것 같다"라며 "이후 손수조(부산 사상 당협위원장)도 왔고, 저녁 10시가 넘어서 (이)준석(전 비대위원)이도 왔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최근 일부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음 행정관이 '문건파동 배후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이라고 얘기했다"라고 말한 데 이어, "음 행정관이 내가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출연을 못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비대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방송 출연 금지라기보다는 약간 위협적으로 말한 것이다"라며 "음 행정관에게 그런 권한이 없지 않나?"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당시 음 행정관이 말한 내용은 "팩트만 말해라, 조응천 비서관 말만 믿고 방송 나가서 그러면 안 된다"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음 행정관은 "내가 그리 세다고 하는데 이준석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게 있나?"라며 '방송 출연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발언을 부인했다.

"내가 십상시라고? J가든 간 적도 없어"

또한 음 행정관은 지난 13일 저녁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술집에서 마주친 뒤 서로 고성이 오갔다는 <프레시안> 기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음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18일 모인 사람들이 (지난 13일) 경복궁역 근처 B술집에서 다시 만났다"라며 "그런데 갑자기 이준석이 나타나 내 옆자리에 앉길래 (다른) 후배를 혼냈다"라고 전했다.

음 행정관은 "'나는 이준석과 화해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누가 오라고 허락했느냐?'라면서 몇몇 후배들을 혼냈다"라며 "그런데 몇몇 여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러 와서 사진을 찍길래 자리를 떴다"라고 말했다.

음 행정관은 "공직자가 준석이하고 싸우는 게 말이 되느냐? 나는 (준석이처럼) 언론플레이 하고싶지 않다"라며 "준석이가 떠드는 대로 (알아서 이해)해라"라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음 행정관은 자신이 '십상시'(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온 보좌진 10명을 가리키는 단어)의 일원이라는 주장에도 "나는 J가든(십상시 모임이 열렸다는 강남의 한 중식당)을 가본 적이 없다"라고 일축하면서 "나도 쉬고 싶었는데 (사표를 내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음 행정관은 "(다만)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두 분이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88학번)을 졸업한 음 행정관은 권영세 현 주중대사와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을 보좌했다. 특히 국회와 청와대(정무수석, 홍보수석)에서 이정현 최고위원을 오랫동안 보좌해 '이정현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음 행정관은 정말 일을 잘한다"라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정보를 망라해서 나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내가 데리고 있지 않을 수 없다"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또한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라고도 했다.


태그:#음종환, #이준석, #김무성, #유승민,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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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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