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의 배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전격 경질했다. 언론 보도로 파문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청와대가 속전속결로 음 행정관 경질이라는 수습책을 내놓음으로써 이번 파문으로 고조되던 당청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 파악하겠다"던 청와대, 반나절 만에 속전속결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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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수첩메모 '고의 노출' 아니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정국 구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수첩에 적힌 'K, Y. 내가 꼭 밝힌다'는 메모를 고의로 노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누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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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후 "음 행정관이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늘 사표를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음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

음 행정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배후설 제기' 주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민 대변인을 통해 자신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문건 유출의 배후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만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먼저 경위를 파악한 후 수습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실 확인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질성 인사를 단행한 것은 더 이상의 파문 확산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사태에 이어 청와대 친박계 핵심 행정관이 여당 대표를 겨냥해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을 흘렸다는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청와대 공직기강 붕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던 참이었다. 청와대 인적쇄신론도 다시 불 붙었다.

더 큰 문제는 당청 갈등 확산 조짐이었다. 음 행정관은 배후설을 언급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지난달 18일 술자리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핵심 행정관의 부적절한 입... 당청 갈등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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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수첩 포착 '문건파동 배후는 K,Y'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뉴스웨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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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음 행정관이 이준석 전 위원이 방송에서 한 발언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정윤회 문건 유출에 연루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김무성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청와대 핵심 행정관이 여당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 주자를 겨냥해 당청간 갈등의 불씨가 될 '미확인 사실'을 퍼뜨린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14일 아침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청와대 인적쇄신을 촉구하는 비박계와 친박계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새누리당 계파 갈등까지 부채질한 셈이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계 및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두고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어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음 행정관의 문책 여부를 놓고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가 힘겨루기를 할 조짐도 엿보였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무성 대표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수습하려 하는데 제3자들이 볼 때는 청와대와 당의 갈등구조가 표면화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개연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파문을 일으킨 음 행정관을 청와대가 문책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음 행정관을 쳐내면서 우선 더 이상의 갈등 확산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당청 갈등 확산은 막았지만 불씨는 여전

김무성 대표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확전을 피하기 위해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심기가 편할 리는 없다. 이준석 전 위원의 배후설 주장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파동으로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에게 가지고 있던 비판적 시각의 일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위원과 음 행정관 등이 술자리를 한 다음 날인 지난 달 19일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중진 7명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초대 받지도 못했고 만찬 사실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음 행정관 경질만으로 양측 간 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배후설 발언이 나온 술자리에 대한 사실 파악도 필요해 보인다. 이준석 전 위원은 음 행정관이 자신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준석 전 위원은 14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음 행정관이 모임에서 내가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출연을 못 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며 "내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여성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누구누구를 만나고 있지 않느냐'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음 행정관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음 행정관의 사퇴와는 별도로 당시 술자리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사실 확인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