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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국 김치.
 한국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국 김치.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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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김치 없이 6개월까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 와서 알았습니다. 6개월이 되니 그때서야 김치가 당긴 것은 아니고, '별미'를 찾던 중 김치 생각이 났던 겁니다. 도대체 뭘 먹고 살았기에 '별미'가 김치였던 걸까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지만, 한국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혹은, 있기나 한 것인지 그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계기로 한국 마트를 찾아보니 집에서 140km나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마트나 갔다 오자'라고 하기엔 뭔가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나 주말임에도 특별할 게 없는 이곳 생활은 우리 부부를 김치 사러 서울-대전 거리를 달리게 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김치 로드'

그 날을 시작으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그 거리를 다녀왔습니다. '김치 맛에 비로소 눈을 떴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사온 김치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다녀오고는 했으니까요. 근 1년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 열정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 거리가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결코 가깝지 않다는 것을 다녀오면 다녀올수록 체감했던 게 이유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몇 달을 잊고 살다가 오늘 문득 남편이 "김치 사러 갈까?"라는 말을 꺼냅니다. 오랜만이니 드라이브 겸 다녀오자 싶어 그렇게 다녀오게 된 길입니다.

집에서 마트까지의 거리가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깝지 않기에 우리는 이 길을 '김치로드'라 부릅니다. 혹자는 이 글을 보고 "그럴 바에 집에서 담가 먹지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추는 미국 마트에서도 파니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셀 오바마가 자신의 트위터에 김치 담그는 법과 자신이 담근 김치의 사진을 올렸다. 고춧가루는 태국이나 한국의 것으로 사용하라고 덧붙였다.
 미셀 오바마가 자신의 트위터에 김치 담그는 법과 자신이 담근 김치의 사진을 올렸다. 고춧가루는 태국이나 한국의 것으로 사용하라고 덧붙였다.
ⓒ 미셀 오바마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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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은 고춧가루였습니다. 영어로 '칠리 파우더'라고 부르니, 당연히 마트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당장 고추장이 없어도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는 게 속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칠리 파우더'는 한국의 고춧가루가 아니었습니다. 모양은 똑같은데 동남아 어디에서 맡아 보았음 직한 그런 향이 섞여 있습니다.

물론, 한국 마트에도 고춧가루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것이 아닙니다. 그럴 바에야 한국에서 만든 김치를 사 먹자는 게 우리 부부가 '김치 로드'를 달리는 이유입니다(나중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다녀온다면 저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짐 가방에 제일 먼저 고춧가루를 넣을 것입니다).

한국 마트는 한국의 대형 마트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한국어 사용이 자연스럽습니다. 시식 코너에서는 맛 한번 보고 가시라는 우렁찬 한국어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제품도 있어 외국인도 많이 찾기 때문에 영어도 함께 사용합니다. '한국인 듯, 한국 아닌, 한국 같은' 마트입니다.

제일 먼저 김치 코너로 갑니다. 익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김치 한 통을 들어 올리며 오랜만에 김치 맛을 떠올려 봅니다. 헤아려보니 약 5개월 만입니다. 우리는 김치 없으면 안 되는 토종 한국인은 아닌가 봅니다.

한국어 사용이 자연스러운 한국 마트

한국마트에 가면 미국 마트에서 구입이 어려운 것들 위주로 장을 본다.
 한국마트에 가면 미국 마트에서 구입이 어려운 것들 위주로 장을 본다.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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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외에도 미국 마트에서 구입이 쉽지 않은 두부, 된장, 떡 등을 카트에 담습니다. 지난 번 호기심에 사 봤던 노르웨이 산 삼치가 맛있어서 오늘은 생선도 여러 마리 사봅니다.

한국 마트에서는 한국어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물건을 선택할 때라든지, 계산할 때 제가 앞장서고는 합니다. 한국이라면 내가 해도 될 일을 미국에서는 남편이 도맡아 하다 보니 이곳에서 만큼은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부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리려고 합니다. 당연히 그 바탕에는 영어가 있겠지요.

또 다시 먼 길을 달려 집으로 가야 합니다.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마트 안에 있는 빵집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합니다. 한국인임을 알아본 직원이 한국어로 주문을 받습니다.

"뭐 드릴까요?"
"아메리카노 작은 거로 하나 주세요."

아주 오랜만에 내 몸에서 긴장 없는 대답이 나옵니다.


태그:#미국, #한국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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